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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등장' 삼성 때와는 다르다 [엘리엇 재상륙] 합병비율 문제 삼기 어려워…여론도 현대차에 우호적

이승우 기자공개 2018-04-10 08:32:28

이 기사는 2018년 04월 05일 15: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배구조 개편 발표 이후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의 깜짝 등장으로 현대차그룹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보여준 엘리엇의 공격적 성향이 오버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엘리엇 출현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한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에 대한 엘리엇의 공격이 과거 삼성 사례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엘리엇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비율에 대한 문제 제기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는 주요 쟁점이 아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과 달리 분할과 합병하는 두 법인(모비스·합병 글로비스)이 모두 남기 때문이다. 자산 가치에 따라 합병비율을 정한데다 투자자들은 분할 합병 이후 존속법인 둘 모두의 주식을 받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일방적인 손해를 본 삼성 사례와는 다른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으로 해석되고 있다.

◇합병비율 공격은 '기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가장 큰 쟁점은 합병비율이었다. 제일모직 주당 가치를 1, 삼성물산 주당 가치를 0.35로 보면서 삼성물산 주주들의 불만이 컸다. 양사간 합병비율은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권고한 1대 0.95와도 현격한 차이가 났다.

이에 엘리엇은 합병 관련 가처분 소송을 내면서까지 양사간 합병비율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이재용 부회장 승계 문제와 연결되면서 삼성측은 적잖게 당황했고 삼성물산 직원들을 동원해 소액주주 설득에 나서기까지 했다.

현대차 역시 분할과 합병이라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을 선택했다. 하지만 삼성과 큰 차이는 모비스와 글로비스 모두 존속법인으로 남는다는 점이다. 엘리엇이 지분 2%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모비스의 모듈 사업과 A/S 부문이 글로비스로 이전되지만 그만큼 합병글로비스 지분을 엘리엇이 받게 된다. 엘리엇을 포함한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모비스 주식이 존속 모비스 주식과 합병 글로비스 지분으로 쪼개지게 될 뿐이다. 그렇다고 기업 가치가 변하는 것도 아니다. 모비스에서 분할된 자산이 합병 글로비스로 그대로 이전되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모비스에게 유리하거나 혹은 글로비스에 유리하게 합병비율이 책정됐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모비스 주주는 양사 주식을 모두 가지게 된다"며 "투자자 입장에서 합병 비율을 크게 문제삼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과 같이 합병비율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많지 않은데다 오너가 1조원에 가까운 세금을 내기로 결정하면서 엘리엇이 가진 명분도 크지 않다. 투자자를 비롯한 여론이 현대차그룹에 우호적으로 형성돼 있다는 점 역시 엘리엇이 합병비율을 공격 삼기에는 무리다.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 삼성처럼 한쪽 주주가 손해를 보거나 이익을 보는 게 아니어서 현대차의 경우 무리한 합병비율 책정이라는 이미지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글로비스-모비스' 지분교환 공략 가능성

이 때문에 최근의 현대차 그룹에 대한 엘리엇의 코멘트는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통상적이거나 기계적인 반응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는다고 보는 분석이다.

자산운용사 대표는 "엘리엇은 기본적으로 행동주의를 지향하는 펀드라 메뉴얼대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코멘트를 함과 동시에 모비스 주총 이전에 현대차그룹을 압박할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본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배당을 늘리라고 요구하는 게 엘리엇의 가장 현실적인 요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지배구조에 대한 장기 로드맵 요구와 더불어 배당 확대를 요구할 것이라는 예측은 현대차도 어느 정도 하고 있던 수준이다. 엘리엇도 그 정도 이상의 강도높은 요구를 하기가 힘든 상황인 것이다.

다만 모비스 사업 분할에 이은 글로비스와의 합병이 완결된 이후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보유하고 있는 글로비스 지분과 기아차가 보유하고 있는 모비스 지분 교환까지의 공백을 엘리엇이 파고들 가능성은 있다. 양측간 지분 교환은 주가에 따라 취득되는 지분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 사이 주가 변동은 정 부자에게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분할 합병이 완료된 직후 합병 글로비스 주가가 하락하고 모비스 주가가 오를 경우 정 부자는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게 된다.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양측간 지분 교환은 현대모비스의 변경 상장 완료 후 2개월 내(연장 가능 적시)에 가능해 그 사이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주가 흐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가에 따라 정 부자의 모비스 지분 취득 비율이 달라지면서 소요되는 자금이 더 커지냐의 문제이지 삼성처럼 근본부터 흔드는 강한 공격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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