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5월 03일 10: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자산관리업계 화두는 단연 코스닥 벤처펀드다. PB(프라이빗 뱅커)들은 물론 운용사 상품 기획 부서, 펀드매니저 등 업계 종사자 대부분이 코스닥 벤처펀드에 집중하고 있다. 상품 출시 3주 만에 2조원의 자금을 빨아들였으니, 그에 대한 관심도 당연하다.하지만 코스닥 벤처펀드 흥행에 대한 업계 종사자들의 평가는 개운치 않다. "아무리 튼튼한 배도 무게가 한 쪽으로 쏠리면 파도와 바람에 뒤집히기 쉬워지죠. 자금이 한 쪽으로 몰리면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업계 종사자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쏠림' 이다.
증권사 PB들은 최근 코스닥 벤처펀드가 등장하며 펀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자산관리 시장 전반에 흘러가야 할 자금이 코스닥 벤처펀드로 쏠린 것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런 쏠림 현상이 새로운 리스크를 만들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상품 기획부서 담당자들은 코스닥 벤처펀드가 펀드 시장의 모든 관심을 끌어들이며 여타 다른 상품개발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어차피 투자자들의 관심이 코스닥 벤처펀드에 쏠려 있는 상태이니 다른 상품을 개발한들 흥행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코스닥 벤처펀드 열풍이 새로운 상품 개발 기회까지 흡수해버린 셈이다.
쏠림에 대한 그들의 우려는 과거 사례들을 비추어 볼 때 이상할 것이 없다. 과거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을 끌어 모으며 과열 양상을 보였던 상품 중 좋지 않은 결과를 나타냈던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묻지마식' 투자 붐을 일으켰다 반토막 신세로 전락한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다 깡통계좌만 양산한 ISA, 신흥국 환상에 대규모 자금이 몰렸다가 지수 폭락으로 큰 손실을 본 베트남 펀드 등 이러한 사례들은 자산관리 시장에 쏠림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겼다.
물론 코스닥 벤처펀드가 어떤 피해를 야기할 지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상품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하게 자금이 몰린 것에 대한 시장 충격은 어느정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메자닌 구하기 전쟁에서 패배한 펀드는 어떻게 운용될지, 무차별적으로 발행되는 CB나 BW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등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가 마냥 트라우마로 인한 불안감 때문으로 비춰지지는 않는다.
코스닥 벤처펀드가 과거의 '대란 펀드'들과 같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급격히 자금이 몰린 상품들의 최후를 떠올려 본다면, 한번쯤은 이 열기를 냉정히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상품을 제공하는 쪽이나 구매하는 쪽이나 '물 들어올 때 배 띄우자'가 아니라 '돌다리도 두드려 본다'는 마음이 더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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