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5월 16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휴맥스의 1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매출액은 설립 후 최대치를 달성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8배 증가했다. 순손익은 2017년 2분기 이후 3분기만에 흑자로 돌아섰다.표면적으로는 양호한 성적이다. 그러나 숫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출과 수익의 엇박자를 발견하게 된다. 45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40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역대 최저 수준인 0.9%로 떨어졌다.
핵심 원재료인 D램 메모리의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것이 수익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2016년 상반기 1.3달러 수준이던 메모리의 단가는 최근 4달러까지 올랐다. 그 결과 매출원가는 매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원재료 가격이 오른다고 무조건 수익성이 저하되는 것은 아니다. 원가 증가분을 판매 단가에 적절하게 반영하면 오히려 좋아질 수도 있다. 부실한 바게닝 파워(Bargaining power)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악화. 현재 휴맥스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다.
업계에선 휴맥스의 수동적인 대처를 지적한다. 장기간 지속된 원재료 가격 상승만을 탓하기에는 지금의 대응이 매우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애초에 고객사와 계약을 할 때 원가 변동분을 판가에 바로 반영하는 내용을 담았어야 했다는 의견도 있다. 이 계약을 승인한 리스크 관리 파트도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랜 기간 국내 1위의 셋톱박스 제조사로 군림하는 과정에서 스며든 안일함이 수익성 저하를 초래한 원인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수많은 경쟁자의 등장, 원가 변동성 심화 등의 변수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영업 방식을 고수한 결과다.
안정을 우선시하는 보수적인 조직 문화도 지금의 문제를 야기한 요인일 수 있다. 창업자인 변대규 회장은 예나 지금이나 임직원의 안위를 최고의 경영 가치로 둔다. 안정을 추구하는 문화는 혁신의 저하를 유발한다. 고인 물은 썩을 수밖에 없다.
휴맥스가 지금부터라도 강도 높은 조직 합리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수반되는 인력 구조조정과 세대교체 역시 일정 부분 감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를 통해 무사안일주의를 없애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향후 경영 여건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메모리 가격 상승, 미국 케이블 매출 감소 등의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빠른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ICTK road to IPO]경쟁자 없는 '차세대 보안칩', 2000억 후반 밸류 '정조준'
- CG인바이츠, 화일약품 지원 축소 11년 동행 '선긋기'
- [K-바이오 클러스터 기행|대전]대전 바이오 구심점, 20년 역사 바이오헬스케어협회
- 코인원, 이용규 CPO 영입…신규 서비스 출시 속도
- [코스닥 코스메틱 리뉴얼]마스크팩 잘나가던 지피클럽, 색조화장 '코디 인수'
- [K-배터리 밸류업 리포트]'오너 경영체제' 원준, 승계작업 '언제쯤'
- [thebell note]제약바이오는 다이어트 중
- [바이오텍 유증·메자닌 승부수]브릿지바이오, 유무상증자에 '대표 지분 블록딜' 왜?
- [제일약품의 온코닉테라퓨틱스 첫 '신약']성장성·사업성 갖춘 IPO 기대주 '밸류업' 이유 더 있다
- [코스닥 리빌딩 리포트]'조달 지연' 비투엔,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가능성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