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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식 투자가 낳은 재앙"…中 채권 포비아 확산 부실 신용평가 가능성 제기, IPO 이어 채권까지 '차이나 리스크'

민경문 기자공개 2018-05-29 16:14:24

이 기사는 2018년 05월 29일 11: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 기업 채권을 둘러싼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석유천연가스(CNPC) 자회사 한 곳이 만기 내 원금을 상환하지 않으면서 우려는 현실화됐다. 이 기업은 유동화 평정을 맡은 NICE신용평가의 실수로 투자자에게 중국 공기업으로 소개됐다. 하지만 설립 근거법도 정부 지원 가능성도 전혀 없는 민간 에너지 기업으로 밝혀져 충격이 더하다.

중국 공기업에 대한 '묻지마 투자'와 부실 신용평가 가능성 등도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IPO 시장 뿐만 아니라 채권시장까지 중국 포비아(phobia)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이하 CERCG)의 역외자회사가 발행하고 CERCG가 보증한 달러화 채권(3.5억 달러)의 원금 상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만기일은 지난 11일이었다. 신탁은행인 중국교통은행으로부터 만기지급 공지를 전달받았지만 지난 14일 이자만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기업도 아닌 공기업 채권으로 알려졌다는 점에서 충격은 더하다. CERCG은 중국석유천연가스(CNPC)의 자회사로 자원 개발과 석유 및 화학제품 판매사업 등을 주력인 업체다. 국내 투자자들도 이를 믿고 별다른 의심 없이 투자를 단행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NICE신용평가의 경우 CERCG에 대해 A등급을 매겼지만 미공시등급으로 분류해 일반 투자자들 입장에선 확인이 불가능하다.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 8일 CERCG의 또 다른 보증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1억 5000만 달러 규모의 ABCP를 주관했다. 골든브릿지자산운용, KTB자산운용, 유안타증권, 신영증권, 현대차투자증권, KB증권, BNK투자증권 등이 해당 ABCP를 매입했다. 크로스디폴트 조항에 따라 ABCP 상환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공기업으로 믿고 투자한 기존 채권 투자자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3월 지린시철로투자개발공사는 국내서 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달러화 표시 채권(김치본드)을 발행했다. 당초 1억 5000만 달러 발행이 목표였지만 수요가 몰리면서 물량을 늘렸다. 5% 후반 대의 높은 금리로 투자자를 끌어들였다는 분석이다.

과거 위안화 김치본드가 있었지만 중국 기업이 국내에서 달러로 채권을 발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정부(지린 시)의 지급 보증 의무가 없는 회사채라는 점에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당시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해당 채권에 현지 등급보다 네 노치 낮은 'A0' 등급을 부여했다.

시장 관계자는 "사기업으로 밝혀졌지만, 이제는 중국 공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지방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믿기가 힘들어진 상황"이라며 "듀 딜리전스(기업실사)의 어려움 등으로 인한 신뢰 문제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평정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도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가 IPO를 포함해 중국기업 전반에 대한 불신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실제 2007~2009년 증시에 상장한 △3노드디지탈그룹유한공사 △화풍방직 △코웰이홀딩스유한공사 △연합과기 △중국식품포장 △중국원양자원 등 6개사가 이미 상장폐지 수순을 밟은 바 있다. 증권사들이 높은 수수료 확보를 위해 계속해서 중국기업 IPO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눈높이 또한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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