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M&A 딜스토리]美-中 무역전쟁에 공염불되나 '노심초사'⑦ 중국, 도시바메모리 반독점 승인직전 美, 中수입품에 관세부과 서명
윤동희 기자공개 2018-05-31 08:21:29
[편집자주]
베인캐피탈 컨소시엄의 도시바메모리 인수는 글로벌 테크 M&A 역사상 가장 주목할만 한 거래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200억 달러에 육박하는 거래규모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향후 글로벌 플레시메모리 산업의 지형을 바꿀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서다. 이같은 임팩트를 잘 아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도시바메모리를 경쟁자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속속 뛰어들며 많은 뒷이야기들을 남겼다. 그 이야기들의 중심에는 SK하이닉스가 있었다.
이 기사는 2018년 05월 29일 11: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기업인 도시바 메모리 인수 합병이 완수되기 위해서는 여덟 개 주요국가들로부터 반독점 심사 승인을 받아야 했다. 2017년 9월 계약을 체결하고 2018년 3월 말까지를 그 시한으로 잡았다. 거래 관계자들은 반독점 심사 승인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치 못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거래 종료가능성이 무기한 연기되는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중국 반독점 승인통보 직전에 미국, 중국에 선전포고
도시바메모리 M&A의 반독점 심사는 거래 주체인 미국계 사모투자펀드 베인캐피탈의 주요 활동국가 여덟 개국을 중심으로 작년 말부터 진행돼왔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브라질, 필리핀은 비교적 일찍 심사를 마쳤다. 2018년 초 대만까지 심사를 종료했고, 중국 정부의 심사승인만 남은 상태였다.
중국은 도시바 메모리의 주요한 시장이다.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중국 반독점 심사를 통과하지 않고 딜을 진행하면 향후 중국에서 도시바 메모리 판매가 불가능하다. 중국은 전세계 메모리 수요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시장인 만큼 중국 정부의 반독점 심사는 반드시 통과돼야 했다. 업계에서는 도시바 메모리의 인수 주체가 재무적투자자(FI)인 베인캐피탈이라 반독점 이슈가 크지 않을 거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판게아의 도시바 메모리 반독점 심사를 마치고 3월 말경 승인을 낼 계획이었다고 한다. 거래주체들도 믿을 만한 정보로 인지해 3월 말 승인을 기정사실화하고 거래 종결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무역전쟁이라는 변수에 맞닥뜨렸다.
지난해 초부터 미국 정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방침을 공표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무역전쟁의 분위기가 고조돼오긴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월 22일 백악관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연 500억 달러의 관세 부과를 지시하는 내용인 '중국의 경제침략을 표적으로 하는 행정명령(Memorandum Targeting China's Economic Aggression)'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에 서명한 2018년 3월 22일은 도시바 메모리가 승인 통보 하루이틀을 앞뒀던 시기다. 승인을 목전에 앞두고 미국의 중국에 대한 관세 전쟁이 선포되면서 심사 승인 시점이 무기한 연기돼버렸다는 지적이다.
◇ 도시바 이사회와 긴밀관계…5월 반독점심사 승인
결국 2018년 3월이라는 매각시한은 넘겼지만 그렇다고 거래가 결렬되지는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20조원에 이르는 거래이기 때문에 매각 시한을 조금 넘겼다고 해서 도시바를 포함해 금융기관도 쉽게 거래를 깨뜨리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대신 주주총회 안건이 상정되기 전인 5월까지는 결론이 나야 변수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도시바는 지난해 11월 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 때 엘리엇과 같은 강한 발언 성향을 가진 행동주의 펀드들이 대거 주주로 참여했다. 주주총회를 열고 도시바 메모리 거래 시한이 지난 만큼 매각가격을 올리거나 거래 조건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도시바 이사회는 지난해 9월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고 지난해 10월 24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해당 안을 승인 받았다. 절차상 한번 더 주주총회에 의견을 물을 필요는 없다. 행동주의 펀드가 이사회를 간접적으로 압박할 수는 있으나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도가 없었다. 도시바 이사회가 K.K. 판게아에 계속 우호적인 입장을 취한다면 주주총회에 해당안건을 재상정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얘기였다. SK하이닉스의 신뢰성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문제는 위약금이었다. 거래주체들은 2018년 3월까지 거래가 끝나지 않으면 6월말까지 도시바와 컨소시엄간 협의를 통해 클로징 시한을 연장하기로 했다. 다만 7월 이후에도 거래가 종결되지 않으면 사실상 거래 불가로 판단, 딜 종결 실패에 따른 위약금 1억달러(한화 약1070억원)를 납부키로 합의했다. 중국 정부의 반독점 심사가 한달 정도만 늦춰줬다면 컨소시엄은 1000억원이 넘는 돈을 도시바에 물어줘야 했던 셈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반독점 심사 승인이 5월 중순에 이뤄지면서 6월안에 모든 거래는 마무리 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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