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M&A 딜스토리]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이후'에 투자⑧ 기술유출 막았다는데 의의…당장 시너지 없지만 미래가치에 주목
윤동희 기자공개 2018-05-31 08:21:38
[편집자주]
베인캐피탈 컨소시엄의 도시바메모리 인수는 글로벌 테크 M&A 역사상 가장 주목할만 한 거래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200억 달러에 육박하는 거래규모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향후 글로벌 플레시메모리 산업의 지형을 바꿀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서다. 이같은 임팩트를 잘 아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도시바메모리를 경쟁자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속속 뛰어들며 많은 뒷이야기들을 남겼다. 그 이야기들의 중심에는 SK하이닉스가 있었다.
이 기사는 2018년 05월 29일 13: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 인수에 쏟아붓기로 한 자금은 자그마치 4조원에 달한다. 당장 어떤 시너지를 기대하고 한 투자가 아니다. 경영권 참여 기회도 당장은 막혀있다. SK하이닉스로선 지금보다는 낸드플래시 이후 다음 세대를 내다본 투자를 한 것이라 봐야 옳다.도시바 메모리의 인수 주체는 여러 이해관계자가 포함된 K.K.판게아지만 경영에 관여할 권리는 베인캐피탈이 쥐고 있다. 지난해 계약체결 후 베인캐피탈이 내보낸 보도자료에도 베인캐피탈은 도시바 메모리의 이사회와 지배구조를 관리한다고 명시했다. 기존 이사회의 경영은 보장하면서 웨스턴디지털과의 합작투자 계약도 모두 따르기로 했다.
◇ 시너지 보다는 기술유출 막았다는 데 의의
데이드 그로스로 베인캐피탈 아시아 투자총괄은 "도시바 메모리는 일본에 남을 것이며 컨소시엄의 전폭적 지원으로 반도체 기술개발의 선봉에 서게 하겠다"고 인수 소감을 밝혔다. SK하이닉스가 경영에 참여하거나 기술개발에 있어 도시바 메모리의 덕을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인수구조상 자회사로 분류해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역량이 강화됐다고 분석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단기적 관점에서 SK하이닉스가 즉각적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보는 게 맞다. 국내 증권사 반도체 전문 애널리스트들도 "현재로선 SK하이닉스가 재무 투자 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베인캐피탈이 조성하는 펀드의 유한책임사원(LP)으로 참여해 향후 기업공개 후 얻게된 금전적 차익은 있으나 경영에는 간섭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의 기술 협력 관계를 보다 더 긴밀하게 진전시킬 여지는 더 생겼다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외부 기술유출을 극도로 꺼렸기 때문에 함께 공동개발은 하겠지만 원천 기술에 대한 접근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환사채(CB)를 보유하고 있지만 향후 10년간은 행사가 어렵다. 의결권 15%가 당장 실현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업계는 이번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시너지 효과보다는 웨스턴디지털이나 마이크론 혹은 중화권 기업으로 넘어가는 상황을 막았다는 점에 의미를 크게 부여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줄었다는 점은 확실히 긍정적이다. 도시바 모회사가 여전히 도시바 메모리의 의결권을 40% 가량 가지고 있기 대문에 업계 구도에는 별다른 차이가 생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번 M&A에서 낸드플래시 시장에 새로운 진입자(특히 중화권 기업)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플래시메모리 시장 경쟁이 완화되는 방향으로 구도를 잡았는 점이 가장 긍정적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 단수 높이는 경쟁 한계…차세대 반도체 준비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도시바라는 높은 가치의 자산이 다른 경쟁자에 유출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주 높이 살만한 성과"라며 "어차피 하이닉스와 도시바 메모리는 경쟁사"라고 말했다. 당장 시너지 효과는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어 "NAND(낸드)플래시 차원에서는 경쟁사지만 향후 낸드플래시 이후의 다음 세대 반도체를 준비하는 차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이후에 나올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의 시대에서 시너지를 노렸다는 설명이다. 현재 낸드플래시는 3차원 구조(3D) 낸드플래시가 주도하는 시장이지만 적층 기술개발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형태와 소재의 차세대 반도체 출현이 필연적이다. 단수를 높이는 경쟁이라면 수년내로 중국 등 후발업체와 저가경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올해 중으로 5세대 96단 3D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해 6월에는 64단 낸드를 양산했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도 96단 3D 낸드플래시를 개발과 함께 128단 적층 기술에도 조기 투자를 진행 중이다. 마이크론과 인텔은 2018년 1월 3세대 3D낸드플래시의 개발까지만 파트너십을 유지한다고 밝히긴 했으나 현재 64단 낸드를 개발하고 있고 향후 96단 양산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시바도 이번 매각을 통해 확보된 재원으로 다소 지연된 15만장/월 규모의 펩(Fab)6에 대한 3D낸드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업체들의 집중적인 3D 낸드 투자 확대와 중국 업체들의 시장 진입에 따라 전세계 3D 낸드 생산량(Capa)은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103%, 49% 증가하고 전체 낸드 생산량도 15~19%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상위 반도체 회사들은 물론 후발주자인 중국까지 적층 기술에 집중한 3D낸드 양산에 집중하며 생산규모를 늘리는 구도다.
이 업계 관계자는 "낸드 플래시는 50~70단 사이에서 양산을 하고 있고 향후 150~160단 수준으로 올라가면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며 "최소 5년 뒤에는 현재의 낸드플래시 시대가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SK하이닉스와 도시바가 2011년부터 공동 연구개발(R&D)을 진행한 경험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의 메모리 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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