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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M&A 딜스토리]랜드마크딜 연달아 성사, SK그룹 '주역'은⑩ 2016년부터 M&A 시장 큰손으로 본격 등장…SKT 유니콘랩스 두각

윤동희 기자공개 2018-05-31 08:21:58

[편집자주]

베인캐피탈 컨소시엄의 도시바메모리 인수는 글로벌 테크 M&A 역사상 가장 주목할만 한 거래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200억 달러에 육박하는 거래규모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향후 글로벌 플레시메모리 산업의 지형을 바꿀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서다. 이같은 임팩트를 잘 아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도시바메모리를 경쟁자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속속 뛰어들며 많은 뒷이야기들을 남겼다. 그 이야기들의 중심에는 SK하이닉스가 있었다.

이 기사는 2018년 05월 29일 13: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도시바 메모리 거래 종료가 목전에 다가왔다. 2조엔이라는 거래 규모와 도시바라는 일본의 대표회사에의 유의미한 투자 딜을 성사시키며 SK그룹의 위상이 한층 더 올라갔다. 도시바와는 별개 거래지만, 비슷한 시기 SK그룹은 국내 인바운드 딜 중 최대 거래였던 ADT캡스를 인수하는 데도 성공했다. 올 한해 한국과 일본의 랜드마크딜을 모두 섭렵한 셈이다. SK텔레콤 유니콘랩의 역할이 컸지만 이 또한 SK그룹의 컨트롤타워 SUPEX(수펙스)추구협의회(이하 수펙스협의회)의 전략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2013년 2월 공식 출범했다. 당시 새로운 경영 체제인 '따로 또 같이 3.0'의 실행을 위해 설립한 협의기구다. 총수 부재의 상황에서도 개별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며 그룹 차원의 전략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협의를 거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협의회는 총 7개 분과로 구성돼 있다. 조대식 의장이 전략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고 에너지·화학위원회 위원장은 유정준 SK E&S사장, ICT위원장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글로벌 성장위원장은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은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맡고 있다.

수펙스

'따로 또 같이'라는 정신에서 엿볼 수 있듯이 SK그룹내에서는 어느 쪽에서 지주사 가치 상승에 더 기여하는지를 두고 계열사 간 암묵적인 경쟁이 이뤄지는 것을 장려했다. 총수 부재 시에도 활발한 M&A가 이뤄진 배경이다. 실제로 SK엔카닷컴 설립과 아이리버, 지금의 NSOK가 된 네오에스네트웍스 인수 이벤트가 2014년 일어났다. 현재까지도 수펙스는 그룹의 M&A 기회를 전략적으로 탐색하고 필요할 경우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크게 강조하는 기업 경영의 방향 '딥 체인지(Deep Change)'라는 과제달성을 위해서는 M&A가 필수적이기도 하다. ADT캡스 인수와 도시바 메모리 투자도 그룹의 전략적 목표설정 아래 이뤄졌다.

◇ 하이닉스 인수 주역들 또 '일냈다'

SK그룹은 존재감은 M&A 시장에서 늘 무시할 수 없었지만 진정한 '큰 손'으로서 국내에 연간 총 1조원 이상을 들여 매물을 인수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6년부터다. 2012년 2월 약 3.4조원을 들여 SK하이닉스 인수를 완료한 것을 제외하고 그외의 해에 SK그룹의 존재감이 다른 대기업그룹에 비해 압도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더벨 리그테이블 집계기준으로 파악했을 때 SK그룹이 매수인이나 매도인 자격으로 M&A에 참여한 거래 규모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전체거래 비중의 1.4~1.9%를 넘지 않는다. 이는 2012년 하이닉스 인수와 2011년 SK에너지의 브라질 원유광구 매각(24억달러) 거래를 제외한 금액이다.

그룹이 공격적으로 변모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6년부터다. 거래 규모기준으로나 개수 기준으로나 SK그룹이 관여한 거래의 비중이 전체 시장의 2%를 넘겼다. 동양매직 인수와 OCI머티리얼즈 인수가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협상 전략이 돋보였던 실트론 인수를 성사시키고 SM엔터테인먼트와 사업제휴를 하는 등 기발한 거래를 만들어냈다. SK엔카닷컴을 한앤컴퍼니에, SK네트웍스의 패션사업부를 한섬에 매각하며 비주력 사업은 줄여나가는 노력도 계속됐다. SK그룹의 비중은 2%에서 점차 늘어 3.3%를 차지했다.

올해 SK그룹의 M&A 실적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퀀텀점프에 가깝다. 도시바 메모리 거래규모는 국내 M&A 시장에서 집계된 거래 중에 가장 큰 20조원이다. SK하이닉스의 실투자금액 4조원으로만 따져도 지난 5년 간 있었던 거래 중 4위 규모다. ADT캡스 거래규모(3조원)까지 감안하면 올해 SK그룹이 관여한 M&A 거래가 국내 M&A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훌쩍 넘길 거란 설명이다.

도시바 메모리 투자와 ADT캡스 인수를 실제 주도한 곳은 SK텔레콤의 지원부서 코퍼레이트(Corporate) 센터와 그 아래에 있는 유니콘랩스(Unicorn Labs)라는 조직이다. 코퍼레이트 센터장은 CEO에, 유니콘랩스장은 코퍼레이트 센터장에 보고하는 구조다. 유니콘랩스는 SK텔레콤의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조직(PM)에서 떨어져나온 성장전략팀, 반도체PM팀과 강소기업 인수 등 신사업을 추진하는 팀까지 총 세개로 이뤄져 있다. 약 80여 명의 전담 근무인력이 있는 대형 부서다. 도시바 메모리 인수는 반도체PM팀에서, ADT캡스는 성장전략팀에서 맡았다.

도시바 메모리 투자주체는 SK하이닉스지만 현재 수펙스 ICT 위원회 위원장인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유영상 코퍼레이트센터장, 노종원 유니콘랩스장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 센터장과 노 랩스장 모두 박사장과 함께 2011년 SK의 하이닉스를 실무부터 주도했던 인물이다. 하이닉스 인수 6년만에 하이닉스를 뛰어넘는 성과를 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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