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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업을 中 공기업으로?' NICE신평 평정 논란 1600억 ABCP 평가 오류 가능성, 투자자 손실 불가피

민경문 기자공개 2018-05-29 16:14:29

이 기사는 2018년 05월 29일 15: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 민간 에너지 기업이 발행한 채권이 국내 자본시장에서 공기업 채권으로 분류돼 파문이 일고 있다. NICE신용평가가 신용등급 평정 과정에서 해당 채권을 북경시의 지원 가능성이 포함된 공기업 채권으로 인식한 것. 신평사 의견을 믿고 투자한 기관들은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이하 CERCG)의 역외자회사가 발행하고 CERCG가 보증한 달러화 채권(3.5억 달러)의 원금 상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만기일은 지난 11일이었다. 또 다른 자회사인 CERCG캐피털이 발행한 1억5000만달러 규모 사모 달러채 역시 크로스디폴트 조항에 따라 만기 상환이 어렵게 됐다.

문제는 해당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주관사로 참여해 지난 8일 1650억원 규모의 ABCP를 찍은 것. 발행 당시 NICE신용평가는 해당 ABCP에 A2 등급을 부여했지만 20일 만인 지난 28일 C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기초자산의 채무 불이행으로 ABCP의 적기상환능력이 의문시된다는 판단이었다.

NICE신용평가는 기초자산 이슈어인 CERCG에 대해 지난 3월 13일 A등급을 부여한 상태였다. 미공시 등급으로 일반 투자자는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더벨이 입수한 NICE의 미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CERCG를 중국 지방 공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회사법에 따라 설립됐다는 점을 명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더벨 확인 결과 CERCG는 중국 공기업이라 볼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공기업이라면 국유자산관리위원회에 등록돼야 하는데 CERCG는 국유 자본이 일부 참여하는 데 그쳤다. 증권사 관계자는 "CERCG이 공기업이었다면 현지에서 무등급으로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CERCG와 같은 중국 내 업체의 경우 재무제표도 자의적으로 작성할 가능성이 높은 회사"라고 말했다. NICE신용평가 보고서에는 CERCG에 대해 북경시의 직간접적 지원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언급돼 있다.

NICE신용평가는 국내 시장에서 유일하게 국가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회사다. 지난 3월 지린시철로투자개발공사가 국내서 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김치본드를 발행했을 때도 등급을 부여한 곳은 NICE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외 채권을 둘러싼 NICE신용평가의 평정 신뢰도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1650억 원 규모의 ABCP는 A등급의 중국 공기업 채권이라는 점을 내세워 국내 증권사와 운용사를 중심으로 대거 소화됐다. 골든브릿지자산운용, KTB자산운용, 유안타증권, 신영증권, 현대차투자증권, KB증권, BNK투자증권 등이 900억원이 넘는 ABCP를 떠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나머지는 이미 리테일 시장으로 팔린 상황이다.


그러나 NICE신용평가는 무조건 공기업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NICE신용평가는 "중국의 모든 공기업이 국유자산관리위원회에 등록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내 공기업도 단계가 있듯이 중국 공기업(더 적절한 표현은 '국유기업')도 단계가 있고, 일부가 국유자산관리위원회에 등록된다"고 밝혔다. 또 "CERCG는 북경시상무국이 100% 지분을 보유한 부래덕실업이 49% 지분을 보유(최대주주)하고 있고, 나머지 주주도 CNPC 자회사 등으로 '국유지배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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