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5월 31일 08: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5일 오전 10시. 도봉구민회관 대강당은 운집한 채권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8년간 흉물로 방치된 창동역사의 운명을 결정하는 관계인설명회를 위해 모인 것이다. 창동역사는 2010년 11월 공정률 27.6%에서 공사가 중단된 뒤 시뻘건 콘크리트 구조만이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 이를 보다 못한 채권자가 작년 12월 회생절차를 신청해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붙잡게 됐다."인가전 M&A밖에 방도가 없습니다" 창동역사㈜ 법정관리인이 입술을 깨문 채 건넨 한마디엔 고심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시공사 변경, 1·2층 용도변경을 통한 추가분양 등 자구적으로 회생을 도모할 수 있는 사업계획서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반려됐다. 결국 창동역사㈜는 소생하기 위해 M&A를 통한 외부자본 유치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문제는 채권자들 간 반목이 심상찮게 목격됐다는 점이다. 묘한 이상기류의 기저에는 채권자들 간 세력 갈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창동역사 채권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 채권자협의회, 그리고 어느 곳도 추종하지 않는 세력으로 갈라져 있다. 상대편 채권자가 법정관리인에게 날 선 질문을 할 때 격려의 박수를 보내기는커녕 질책의 목소리를 내기 일쑤였다.
이들이 서로 반목하게 된 것은 시공사 ㈜효성이 창동역사 부실화에 책임이 있느냐에서 의견이 대치한 탓이다. 비상대책위원회는 ㈜효성이 공사계약을 체결할 때 책임보증을 했기에 공사중단에 따른 부실화에 100%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권자협의회는 창동역사 부실화는 ㈜효성과 관련성을 찾기 힘들다는 정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가전 M&A를 추진해야 할 창동역사 입장에선 채권자들 간 갈등이 반가울 리 없다. 법정관리 M&A는 관계인집회에서 채권자들의 회생계획안 동의를 얻어야 인수 작업이 종결된다. 채권자들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창동역사 매물은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창동역사는 청산가치가 0원이라 인수자가 나타날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채권자들은 채무자 회사 측에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같은 처지에 놓여있는 채권자들 간에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서로 반목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로울 게 없다. 창동역사의 원활한 회생을 도모하기 위해 도봉구청의 적극적인 역할도 필요해 보인다. 도봉구청은 창동역사의 최초 사업계획을 승인할 당시 역사건물의 1층과 2층은 공개공지(Open Public Space)로 활용하는 조건으로 건축허가를 냈다.
하지만 지금은 공사가 중단돼 지역의 흉물로 남아있는 만큼, 공사 재개를 위한 신규 투자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길만이 유일한 해법으로 보인다. 창동역사가 새 생명을 얻을 수 있을지, 아니면 역사 속으로 불명예 퇴장할지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채권자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도봉구청 등 이해관계인들이 저 마다의 셈법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이같은 사분오열은 결국 회생이란 공동의 목표를 이루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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