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6월 05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발단은 기자의 오보(誤報)였다. 당초 부도 ABCP의 실질적 차주를 중국 공기업으로 규정했지만 사실 관계는 달랐다. 투자자들은 사실상 '민간기업' 채권을 속아서 산 것이라고 제보했다. '지방 공기업'이라는 신용평가사 보고서 내용을 액면 그대로 인용했던 기자는 '멘붕'이었다.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정부 지원 가능성을 한 노치(notch)만 인정했다는 신평사의 의견을 참작해도 'A-' 자체신용도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차입금은 매년 두 배씩 늘고 있었다. CERCG 회사채 스프레드는 지난달 초부터 급상승하더니 ABCP 발행일에 정점을 찍었다.
사전 부실 징후가 어느 정도 감지되고 있었다는 얘기다. 올해 초 CERCG의 홍콩 '더센터' 빌딩 인수 실패도 하나의 시그널이었다. CERCG는 컨소시엄까지 조성한 상태였지만 자금 마련을 못 해 막판 거래가 무산됐다. 그럼에도 해당 ABCP는 중국의 A급 공기업 크레딧물로 둔갑, 국내 기관으로 팔려나갔다.
관련 리포트만 보면 신평사도 위험성을 어느 정도 인식한 듯 하다. 평가 근거에 "대규모 투자로 현금흐름상 부족자금이 발생할 수 있다", "단기 차입금 규모는 보유 현금성 자산 및 EBITDA창출력을 하회한다"고 명기돼 있다. 하지만 이는 북경시의 직간접적 지원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로 상쇄됐다. 결론은 ABCP 발행 3일 만의 부도였다.
사실 중국 민간기업의 채권 디폴트는 드문 일이 아니다. 돌다리도 두들겨가며 재무 상황을 검증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신용평가사는 해당 회사채 부도 사실을 외신을 통해 파악했다고 자진 고백(?)하기도 했다. 그만큼 정보에 둔감했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부실 실사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만약 유동화증권 신용등급이 B등급 이하였다면 ABCP 발행이 성사될 수 있었을까. 정황상 A급 부여가 가능한 신평사를 대상으로만 거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 대가는 두둑한 수수료일 것이다. 시장 관계자는 "해당 신평사들이 CERCG 부실을 몰랐다면 '노답'이고 알았다면 '배임'일 것"이라고 했다.
거래 증권사와 신용평가사 관계자들이 조기상환 요청을 위해 직접 CERCG 중국 본사를 방문했다고 한다. 지금으로선 원금 회수를 단정짓기 어렵다. 주관사의 안이한 딜소싱, 신평사의 부실 평정 그리고 '묻지마식 투자'가 낳은 참극이다. 이번 사태로 양질의 중국 채권 거래까지 불똥이 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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