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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플라자의 'NSC 구상' [thebell note]

노아름 기자공개 2018-06-22 08:16:48

이 기사는 2018년 06월 20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K플라자의 임직원은 과장 승진을 앞두고 시험대에 오른다. 4박 5일간 홍콩, 일본 등 쇼핑 메카에 들러 경쟁사의 매장을 조사한다. 일본 도쿄·요코하마에서 20~30대 직장인의 쇼핑패턴을 연구하고, 항구도시 거주자의 생활습관을 관찰한다. 이후 대표이사가 참석한 자리에서 출장을 갈무리한 내용으로 발표를 마쳐야 비로소 진급 문턱을 넘는다.

예컨대 일본 신주쿠의 커리어우먼 특화 쇼핑몰 '뉴우망(NEWoMAN)'을 국내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홍콩에서는 미취학자녀를 둔 40대 거주자가 어떤 식음료 브랜드를 선호하는지 살핀다. 마냥 부담 없는 포상휴가는 아니라는 의미다. 발표 이후 진행되는 토론에서 진땀을 빼는 직원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날카로운 질문이 예사로 오고가기 때문이다.

여느 회사에나 있는 승진자 교육 프로그램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애경그룹은 이에 적지 않은 의미를 부여한다. 평소 신사업추진팀 이외에 전 직원이 미래먹거리를 고민해왔던 까닭에 2018년 이후 로드맵이 안정적으로 짜일 수 있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 내놓은 '지역친화형쇼핑센터(NSC·Neighborhood Shopping Center)' 개념은 일본에서 힌트를 얻었다. AK플라자는 오는 8월 출점하는 홍대점의 콘셉트를 '근린형' 매장으로 잡았다. 저층에 화장품과 향수, 여성의류 브랜드 등을 입점 시키는 천편일률적인 구성에서 탈피, 유동인구의 소비성향에 맞춰 상품구성을 차별화 하겠다는 전략이다.

평소 활발한 의견교류로 모아온 데이터베이스가 AK플라자로 하여금 국내 굴지의 유통그룹과 차별화되는 모델을 만들었다고 자평한다. 수백~수십 팀의 발표와 토론이 차곡차곡 쌓여 '작지만 특색 있는' 백화점을 구상하게 만들었다는 의미다.

다만 애경그룹의 시도를 두고 시장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롯데쇼핑이 미니 백화점 엘큐브 홍대점을 게임전문관으로 꾸몄듯 새로울 게 없는 카피캣 전략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지역상권에 방점을 둔다는 면에서 백화점보다는 할인마트에 가깝다는 시각도 있다. 그룹사 유통 주축이 내놓은 청사진 치고는 기대 이하라는 박한 평가도 없진 않다.

NSC 1호점인 홍대점은 기존 백화점의 약 3분의 1 규모다. 민자역사에 대규모 매장을 꾸리던 기존 출점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AK플라자의 모험을 바라보는 유통업계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하다. '한물 간' 채널로 여겨지는 백화점의 환골탈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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