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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승계 '정공법', 증여세만 1조 '주가 딜레마' [본궤도 오른 신세계 남매경영⑥]2016년 물납법 폐지, 신세계 주가 상승시 세금 부담 '가중'

박상희 기자공개 2018-07-18 08:18:00

이 기사는 2018년 06월 27일 11: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정공법을 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세계그룹 오너 일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경영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실적과 주가를 끌어올려야 하지만, 주가 상승은 향후 증여세 증가로 이어져 세금 재원 마련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은 2006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증여세 등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겠다고 공언했다.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보유한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전량을 승계 받기 위해서는 최근 주가 기준으로 1조 원 가량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 2006년 "세금 1조 내겠다" 선언, 경영권 승계 정공법 택할듯

신세계그룹의 경영권(지분) 승계는 공정거래법상 신세계가 삼성그룹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이듬해 시작됐다. 이명희 회장이 1998년 당시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 지분 190만 주(15.4%) 가운데 50만 주(4%)를 장남 정용진 부회장에게 물려주면서 후계 승계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후 8년 만인 2006년 9월 남편인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이 신세계 주식 147만4571주 전량을 정용진·유경 남매에게 증여했다. 당시 신세계그룹 오너 일가는 국내 재벌가 상속 및 증여세를 통틀어 역대 최고액인 3500억원대의 주식을 세금으로 납부하면서 화제가 됐다.

신세계그룹은 이와 함께 향후 상속 및 증여세로 1조원대의 세금을 단계적으로 내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시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 지분 289만890주(15.33%)를 자녀에게 증여할 때도 적법하게 세금을 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1조 원은 당시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평가액의 절반 가량이다. 국내 증여세율은 최대 50% 수준이다.

신세계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 정공법 선언은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재계의 지분 및 경영권 승계 관행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계는 신세계그룹이 2006년 지분 승계에 따른 적법한 세금 납부를 약속한 만큼 편법을 동원하지 않고 정공법으로 경영권 승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달라진 세금 납부 방식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2006년 오너 일가가 세금을 납부하는데 활용했던 물납제도가 폐지됐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정 명예회장으로부터 신세계 주식을 물려받을 당시 물납제도를 통해 증여세를 해결했다. 증여 받은 주식 147만 4571주 가운데 절반 가량인 66만 2957주를 현물로 납부했다.

◇ 물납제도 폐지…신세계 주가 상승시 증여세 '부담' 확대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상속인의 납부 편의를 위해 연부연납, 물납 등의 상속세 납부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증여세의 경우 물납에 따른 세수 일실로 인해 2016년 이후 물납 제도가 폐지됐다.

신세계그룹 오너 일가는 향후 증여 과정에서 발생할 세금 이슈를 일부 물납 제도를 활용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 회장이 직접 사재를 투입해 본인 지분율을 끌어올린 것이 그 방증이다.

이 회장은 2007년 7월과 8월 두 달 동안 총 23 차례에 걸쳐 장내에서 ㈜신세계 지분 16만 1353주를 취득했다. 지분율은 15.32%에서 16.18%로 올라갔다. 이듬해에도 주식 매입 행보가 이어졌다. 2008년 7월부터 11월까지 22번에 나눠 지분을 사들였다. 이 거래로 지분율이 처음으로 17%를 넘어섰다. 현재 이 회장은 ㈜신세계의 인적분할 이후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18.22%씩 보유하고 있다.

물납 제도가 폐지되지 않았다면 증여 받은 주식 가운데 그룹 지배력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분을 제외한 일부 주식은 물납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현재는 물납제도 폐지로 물려받은 지분 평가액의 절반 가량을 세금으로 현금 납부해야 한다. 증여세를 나눠 낼 수 있는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할 수 있지만 주가 상승으로 평가액이 상승할 경우 재원 마련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이마트 주식 가치는 최근 기준 약 1조 2000억 원을 웃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최대주주 할증 규정에 따르면 정 부회장이 모친의 보유 지분을 전량 승계하기 위해서는 증여받은 지분가치의 절반 가량인 6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 지분 평가액은 최근 기준 약 8000억원 수준으로, 정 총괄사장 역시 이를 증여 받기 위해서는 절반 가량인 4000억원이 필요하다. 남매가 증여세로 내야 할 금액이 1조원 가량이다.

주가가 상승할수록 세금 부담은 커진다. ㈜신세계 주가는 최근 3년 새 20만원 초반에서 45만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마트는 같은 기간 20만원대 초반에서 30만원까지 상승했다가 현재는 25만원 안팎의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명희 회장이 초기에 물납 제도를 활용해 증여세 이슈를 해결하려고 지분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2016년 물납제도가 폐지되면서 주가상승으로 인해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의 증여세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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