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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지주사 전환 가능성은? [본궤도 오른 신세계 남매경영⑦]정용진-정유경 분리 승계 구도, '지주사 체제' 메리트 없어

박상희 기자공개 2018-07-19 08:18:00

이 기사는 2018년 06월 28일 11: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주회사 체제는 완전하진 않지만 안정적이고 유력한 지배구조의 대안으로 꼽힌다. 많은 대기업들이 이런 이유로 지주사 전환에 나서고 있지만 온전히 지배구조 개선에만 목적이 있진 않다. 대개는 경영권을 승계하면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높여줄 유력한 방안으로 지주사 전환을 활용한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으로의 경영권(지분) 승계를 앞두고 있는 신세계그룹의 지주사 전환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신세계·이마트 '인적분할'… 경영권 승계구도 변화

신세계그룹의 지주사 전환 가능성은 2000년 대 중반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지주사 전환에 나선 LG그룹(2005년)을 시작으로 SK·CJ그룹(2007년) 등이 지주사 전환에 나서던 때였다.

신세계그룹은 다른 대기업과는 달리 계열사간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 이미 대부분의 계열사를 ㈜신세계가 보유하고 있어 순환출자를 해소하거나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는데 드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신세계가 사실상 지주사 역할를 하고 있던 터라 지주사 전환에 특별한 어려움이 없어보였다.

경영권 승계 관점에서도 지주사 전환이 설득력을 가졌다. 신세계를 인적분할 한 뒤 정용진 부회장이 가지고 있는 광주신세계 주식(52.08%)을 지주사 주식으로 교환하는 방식 등 구체적인 시나리오도 나왔다.

지배구조 변화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던 신세계그룹은 2011년 초 전격적으로 기업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인적분할을 통해 ㈜신세계를 ㈜신세계와 ㈜이마트로 분리했다. 당시 신세계그룹 측은 기업분할의 이유로 경영 효율성을 내세웠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사업별 전문성을 살리고 업태별 책임경영 체제를 세워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기업 분할 이후에도 지주사 전환 가능성은 계속 제기됐다. ㈜이마트와 ㈜신세계 중 한 곳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이후에 투자회사가 분할하지 않은 기업의 대주주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 예상됐다.

해당 시나리오는 정용진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신세계그룹의 소유구조는 이명희 회장 등 오너들이 ㈜이마트와 ㈜신세계를 지배하고, 이 2개 회사가 나머지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형태다. 당시 정 부회장은 신세계그룹의 최상위 기업이자 주력기업인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을 각각 7.32% 확보하며 이명희 회장에 이은 2대 주주였다.

◇ 경영권 승계 → 계열 분리 →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

정용진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는 남매간 주식 맞교환이 이뤄지면서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기업분할 이후 6년만인 2016년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각자 가지고 있던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맞교환했다.

정 부회장은 대형마트 법인인 ㈜이마트 지분만 보유하고, 정 총괄사장은 백화점 사업을 주로 하는 ㈜신세계 지분만 보유하게 됐다. 인적분할에 이어 지분 맞교환이 이뤄지면서 신세계그룹의 후계구도가 ‘이마트=정용진, 백화점=정유경'으로 정해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현재 신세계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이 회장이 보유 중인 ㈜이마트 주식 전량을 정 부회장에게, ㈜신세계 주식을 정 총괄사장에게 증여하면 사실상 마무리된다. 이 과정에서 지주사 전환은 불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재계에선 신세계그룹이 2011년 인적분할에 나섰을 때부터 지주사 전환 가능성은 사라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신세계그룹은 △지주사 설립 △인적분할 △물적분할 등 3가지 기업분할 방식을 놓고 고민하다 인적분할을 택했다. 인적분할 방식이 전략적 독립성을 보장하고 주주가치도 높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보다 실질적인 이유로는 ㈜신세계가 자사주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꼽혔다. 지주사 체제가 효율적 경영은 가능하지만 통상 자사주 취득을 위한 자금 투입이 필요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는 추후 신세계그룹의 계열분리가 이뤄지고 난 이후에 지주사 전환은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지주사 전환은 불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명희 회장이 아들인 정용진 부회장에게 ㈜이마트와 ㈜신세계 경영권을 모두 물려줄 생각이라면 지주사 전환을 생각 해볼수 있을 것"이라면서 "현재 '이마트=정용진', '신세계=정유경' 구도가 굳어진 상황에서 지주사 전환은 메리트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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