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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HMM 프로미스'호 재도약 항로 열었다 최대규모 스크러버 장착 '취항', 100만TUE 원양선사 첫발

부산=고설봉 기자공개 2018-07-06 08:27:49

이 기사는 2018년 07월 06일 08: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풍이 물러간 해안에 아침부터 보슬비가 내렸다. 파도가 잔잔하게 백사장으로 밀려 왔다. 새벽까지 풍랑이 일던 바다는 점심 때가 지나자 차분하게 가라 앉았다.

해운대에 위치한 한국해양진흥공사 사무실을 빠져나와 광안대교를 건너는 길은 막힘 없었다. 시원하게 뻗은 도로는 부산항으로 이어졌다. 이 구간에 들어서자 택시도 속력을 높였다. 양 옆과 앞뒤 할 것 없이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트럭이 자주 보였다.

부산 시내를 벗어나 가덕도 부산신항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도로는 더 넓어졌다. 도로 옆으로 철길이 나타났다. 부산신항남선 위를 달리는 기차는 뒤로 화차 몇 량을 달았는지도 셀 수 없을 만큼 길었다. 현대상선, 고려해운 외에도 머스크, MSC 등 글로벌 선사들의 컨테이너가 줄지어 부산신항으로 향했다.

부산신항 4부두(HPNT) 현대부산신항만터미널에 들어섰다. 비가 그치고 먹구름 뒤로 서서히 흰구름이 나타났다. 에이치엠엠 프로미스(HMM Promise)호가 육중한 자태를 드러냈다. 전장 330m, 전폭 48.2m의 우람한 선체는 터미널에 정박해 처녀 취항을 준비하고 있었다.

현대상선 프로미스호 취항식 전경
<에이치엠엠 프로미스호가 취항식을 위해 부산신항 4부두 현대부산신항만터미널에 정박해 있다.>

지난 5일 한국해양진흥공사 출범식이 열린 뒤 현대상선은 에이치엠엠 프로미스호의 취항식을 가졌다. 행사를 위해 서울과 부산에서 10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과 봉현수 한진중공업 조선부문 사장, 강부원 부산항만공사 국제물류사업단장 등이 참석했다.

유 사장은 "날씨도 우리를 축하해 주는 것 같다"며 "조금 전까지 내리던 비가 그치고 햇빛이 반짝이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미래 도약에 대한 약속과 확신의 의미를 가진 ‘HMM Promise'호 취항을 계기로 주력선대 대형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한 차원 높은 고객서비스와 영업력을 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에이치엠엠 프로미스호는 현대상선이 2016년 8월 대주주 변경 이후 첫 확보한 메가 컨테이너선이다. 다른 화주가 발주해 계약금을 치른 뒤 계약이 파기된 선박을 현대상선이 인수했다. 계약금 10%가 이미 지불된 만큼 원래 배값의 90%에 사왔다. 다른 한척을 포함한 배 두척의 가격은 총 1820억여원이다.

1만1167 TEU의 에이치엠엠 프로미스호는 전세계 운항중인 1만1000 TEU급 이상의 메가 컨테이너선 중 유일하게 스크러버를 장착했다. 현대상선은 2020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 황산화물규제에 대비했다. 경제운항속도에 최적화된 엔진을 탑재해 연료비 절감 등 효율성도 높였다.

현대상선 프로미스호 취항식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등 내외빈이 에이치엠엠 프로미스호 취항식을 진행하고 있다.>

에이치엠엠 프로미스호는 상하역을 마치면 남미동안 노선(Asia-East Coast of South America Service, NE2)에 투입돼 7주간 태평양을 횡단한다. 싱가포르를 거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8개 항구에 기항한 뒤 다시 7주간 항해해 부산신항에 돌아온다.

현대상선은 이 노선에 총 14척의 선박을 투입한다. 주력 노선인 북미서안 노선과 유럽 노선 등의 안정화에 힘입어 신규 노선을 개척해 네트워크를 넓혀갈 계획이다. 남미 등으로 지속적으로 노선 확대가 가능한 곳으로 진출해 글로벌 선사로서 성장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선대 확대와 그에 걸맞는 효율적 운영을 위한 인프라도 갖췄다. 현대상선은 지난 5월 부산신항 4부두 현대부산신항만터미널 운영권을 확보하며 모항에서의 상하역 작업에도 한층 더 우위를 점하게 됐다. 부두 지분 50%를 확보하고 기존 최대주주였던 싱가포르항만공사(PSA)와 공동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최고경영자(CEO)는 현대상선이, 최고재무관리자(CFO)는 PSA가 임명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현대상선은 물동량 증가에도 안정적인 부두 이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더불어 원가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지난해 부산신항 전체 물동량은 2004만8830TEU이다. 현대부산신항만터미널은 214만843TEU를 처리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부산신항 내에서 지난해 총 170만3813TEU를 소화했고, 이 가운데 118만234TEU는 현대부산신항만터미널에서 상하역했다.

상하역 대기중인 현대상선의 컨테이너
<현대상선의 컨테이너들이 부산신항 4부두 현대부산신항만터미널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취항식을 마친 뒤 유 사장과 현대상선 직원들은 오랫동안 에이치엠엠 프로미스호 곁에 서서 이야기를 나눴다. 햇볕은 아직 구름 너머로 다 나오지 않았지만 하늘은 밝아졌다. 바다는 차츰 은빛으로 물들어 잔잔하게 빛나고 있었다.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트럭들이 분주히 터미널을 들고 났다. 초대형 크레인이 에이치엠엠 프로미스호에 컨테이너를 싣기 위한 준비를 마치고 좌우로 바쁘게 움직였다.

유 사장은 "앞으로 2020년까지 이런 취항식을 20번 더 해야 한다"며 "그날이 참 기대되고 설렌다"고 말했다. 이어 "취항식을 한번 한번 더 할때마다 현대상선의 경쟁력도 한 겹씩 더 쌓여갈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적선사로서 '한국해운 재건'을 꼭 이뤄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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