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의 인맥지도]산업은행으로 모이는 지인들…순혈주의 타파?②정재욱·강경훈 등 한금연 출신 집결, 공석 부행장 자리 '주목'
김장환 기자/ 김선규 기자공개 2018-07-25 08:42:08
이 기사는 2018년 07월 20일 15: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동걸 회장 부임 후 산업은행 인적 진용도 큰 변화가 생겼다. 자회사 주요 포스트에 이 회장과 친분이 있는 인사들이 속속 영입됐다. 전임 회장 시절에는 볼 수 없었던 일이다. 단순히 '코드 인사'라고 몰아붙이기 어려운 이유는 전형적인 '공무원 조직'으로 일컬어지던 산업은행을 변모시키기 위해서는 외부 출신을 수혈해 순혈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산은 내부 인적진용 변화는 이동걸 회장의 인사스타일과 인적 네트워크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이 회장과 친분을 갖고 산업은행 핵심 보직에 오게 된 대표적인 인물은 정재욱 KDB생명보험 사장이다. 올해 2월 KDB생명보험 대표이사로 부임한 그는 이 회장과 한국금융연구원이란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정 대표이사는 이 회장을 비롯해 이 회장과 두터운 친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 등과 함께 한국금융연구원에서 다양한 연구보고서를 함께 썼다.
업계 관계자는 "교수에게 논문과 저서는 자신의 얼굴이자 평판을 가늠하는 잣대"라며 "논문을 여러 편 같이 썼다는 얘기는 그만큼 견해가 비슷하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의 정 사장 영입은 단순 개인적인 친분 관계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정 사장이 국내 보험분야에서 손꼽히는 석학이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미국 조지아주립대, 위스콘신대에서 금융보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집필한 여러 편의 보험 관련 논문이 한국금융학회 우수논문으로 수차례 선정되기도 했다. 이 회장 입장에서 보면 산업은행의 '앓은 이'로 평가받는 KDB생명보험을 보험을 잘 아는 외부 인사를 통해 쇄신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이 회장의 부름을 받은 정 사장은 건강상 문제로 요양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락했다는 후문이다.
산업은행의 또 다른 자회사 KDB인프라자산운용도 최근 이 회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다름 아닌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다. 올해 5월 KDB인프라자산운용 사외이사로 부임한 강 교수는 이 회장과 연결고리가 한 두개가 아니다. 강 교수는 이 회장이 한국금융연구원장을 맡고 있던 2007년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시장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했고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 회장으로 오기 전 동국대학교 초빙교수를 맡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강 교수와 이 회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한국금융연구원 일부 연구원 등은 금융과 재무에 관한 다양한 학회 모임에서 친분 관계를 쌓았다"며 "경제와 금융 등을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종종 연락하면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강 교수는 KDB인프라자산운용 사외이사로 오게 된 게 이 회장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교수는 최근 더벨과 통화에서 "이해상충 관계가 없기 때문에 사외이사를 권유받게 된 것"이라며 "이 회장이 직접 권유를 한 것은 아니고 회사(KDB인프라자산운용) 쪽에서 연락을 해 와 사외이사를 맡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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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이 측근 인사를 주요 포스트에 영입하고 있는데 대해 내부 직원들의 불만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산업은행 한 관계자는 "KDB생명 같은 경우 건전성 문제로 지속적인 자금 지원이 필요한 상태인데다가 재매각을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이냐 등 문제가 걸려 있어 임원들 중에 (대표이사 자리로) 가고 싶어하는 인사들을 사실상 찾기가 어려웠다"며 "보험을 잘 아는 외부 사람이 와서 정상화를 해준다면 좋은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이 회장의 외부 인사 영입이 '부행장' 자리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 회장은 부임 후 처음으로 실시한 지난해 말 임원 인사에서 구조조정부문과 중소중견부문 부행장 자리를 공석으로 남겨뒀다. 산업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 회장이 해당 자리를 외부 인사에게 줄 수도 있다는 소문이 최근 들어 퍼지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공석으로 남겨둔) 구조조정부문과 중소중견부문 부행장 자리를 굳이 왜 채우지 않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들이 있다"며 "부행장 공석도 외부 인사에게 맡길 것이란 말이 요즘 사내 블라인드 앱 등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한국금융연구원장을 맡던 시절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한국금융연구원에서 근무했던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이 원장을 맡고 있던 시절인 지난 2008년경 촉탁직 직원이었던 B씨가 2급 정식 사무관으로 승진하면서 논란을 샀다. 내부 직원들의 불만이 이로 인해 크게 확대됐었다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서 과거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B씨는 경기고, 서울대 출신으로 이 회장 동문이었기 때문에 특혜를 받은 게 아니냐는 직원들의 불만이 많았다"며 "B씨가 능력이 없는 사람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더라도 촉탁직 직원의 정식 직원 채용은 전례가 없었던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 사무직 직원이 20명에 불과했는데 B씨 때문에 결국 일부 직원의 '승진길'이 막혔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과거 B씨의 정직원 채용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특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이에 대해 "연구원에서는 직원 채용시에 최초 계약직으로 먼저 채용한 후 일정기간(1∼2년)이 지난 후 검증된 직원에 한해 정식 직원(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키고 있다"며 "B씨의 경우도 상기 사항에 해당하기 때문에 특혜채용이라고 볼 수 없으며, 2급 승진과 관련해서는 당시 TO가 충분히 있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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