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 면허취소는 한진해운 판박이 [한진, 공정경제 실험실인가]③"여론몰이·정치논리로 경영권 박탈", '금융논리'로 하루아침에 파산 '선례'
김현동 기자공개 2018-07-26 08:31:23
[편집자주]
문재인 정부의 재벌 정책 키워드는 공정경제다. 이를 위한 핵심 정책수단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갑질 사태'도 본질적으로는 사익편취 금지 규정과 맞닿아 있다. 오너 일가의 전횡을 공정경제 구현과 연결지어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심지어 경영권 포기 내지는 박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한진그룹을 둘러싼 여러 문제를 '공정경제의 실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재계의 위기의식도 커지고 있다. 한진가 갑질사태와 정부의 공정경제를 둘러싼 문제와 논란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7월 25일 10: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약 2년 전인 2016년 8월31일, 한진해운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금융위원회는 '소유주가 있는 회사의 유동성은 자체 해결한다'는 구조조정의 원칙을 언급하면서 "혈세지킨 현대상선, 원칙지킨 한진해운"으로 운영자금 지원 요청 거절을 정당화했다. 그로부터 6개월 뒤인 2017년 2월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6부는 한진해운의 파산을 선고했다.지난 4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이 불거진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한항공의 국적기 박탈', '대한항공의 항공운송사업 면허취소',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경영 퇴진과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등의 요구가 빗발쳤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관세청, 검경 등의 대한항공 현장조사와 압수수색이 잇따랐다. 그리고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모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해운산업과 함께 항공운송사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다. 이들 산업은 근로시간 52시간이라는 기준에서도 제외되는 특례업종이다. 외국인의 등기임원 재임을 제한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소유주가 있는 회사'라는 원칙만으로 기간산업인 한진해운의 유동성 문제를 외면했다. 그로 인해 우리나라 1위 국적선사가 사라졌다. 해상운송 수지가 2006년 통계 시작 이후 처음으로 적자가 난 것을 비롯해 3조원의 운임수입을 상실했다. 더 큰 문제는 한진해운이 수 십 년간에 걸쳐 마련했던 아시아~북미항로에서의 시장점유율과 영업 네트워크가 고스란히 증발해버린 점이다. 석연치 않은 당국의 결정으로 한진해운이 축적해놓았던 기간 영업망이 고스란히 외국선사에 넘어가버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29일 진에어의 면허취소 여부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청문과 이해관계자 의견청취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한 뒤 최종 결론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항공사업법 제28조에 따라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소하려면 관계기관과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는 항공사업법(제7조5항) 및 항공사업법 시행규칙(제9조)의 이행 차원으로 해석된다.
항공사업법 상 항공운송사업 면허 요건은 △항공교통의 안전에 지장을 줄 염려가 없을 것 △사업자 간 과당경쟁 우려가 없고 이용자 편의에 적합할 것 △자본금과 항공기 보유 요건 등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진에어 등기임원 재직 사항은 면허유지 요건으로 소급적용 문제를 비롯해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 특히 면허유지 요건 충족 여부는 국토교통부의 감독 책임이 크다. 그럼에도 여론에 떠밀려 면허취소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진에어에는 1652명의 일자리가 있고 25대의 항공기 등 노선 인프라가 사라질 수 있다. 물론 진에어의 직원과 기자재 등은 항공운송사업 진출을 노리는 다른 기업이 양수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오너 일가의 일탈을 문제로 삼아 정부 당국이 항공운송사업 면허는 물론이고 기업의 경영권까지 박탈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최근 불거졌던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삼성 발언'을 한진그룹에도 적용할 수 있다. 진에어같은 항공사의 항공운송 면허를 박탈해서 신규 저비용항공사(LCC)에 풀 수 있다면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식이다.
중장기 과제로 남겨지긴 했지만 대한항공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명분으로 조양호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사내이사 해임을 요구할 수 있다.
한진해운이 '금융 논리'를 배경으로 하루 아침에 파산을 맞은 것처럼, 대한항공이나 진에어도 '공정경제'를 명분으로 면허가 취소되고 경영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재계에 퍼져 있다.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면서 기업 경영에 정치 논리 내지 관치 논리를 대입하는 것은 경제민주화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진에어의 면허 취소 사전 통보는 충분한 검토도 없이 정치 논리로 경영권을 박탈하려는 것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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