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8월 07일 08시1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에 등장한 레포펀드. 교보증권이 처음으로 상품을 내놓은 데 이어 경쟁 증권사와 운용사들도 연이어 유사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현재 레포펀드의 설정규모는 총 6조원,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의 25%에 달한다. 사실상 레포펀드가 헤지펀드 시장의 양적 팽창에 큰 몫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하지만 헤지펀드 업계에서 레포펀드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레포펀드로 이익을 챙길 주체가 마땅히 없다는 것. 특히 펀드 설정과 운용 등을 지원하는 프라임브로커(PBS)와 수탁은행의 불만이 만만치 않다. PBS와 수탁은행이 레포펀드를 관리하며 얻는 수수료는 1bp 남짓. 1조원을 운용하면 연간 1억원의 수익을 번다. 이 마저도 수탁은행이 거의 다 취하기 때문에 PBS가 얻는 성과는 거의 전무하다. 레포펀드로 인건비 조차 충당할 수 없다고 하소연 한다.
레포펀드를 운용하는 증권사나 운용사는 이득을 챙길까. 당장의 상황만 놓고 보면 이 역시 아니다. 증권사와 운용사가 레포펀드를 운용해 벌어들이는 수수료 수익은 약 7bp 안팎, 1조원을 운용하면 7억원이 남는다. 투입되는 인력 및 인프라 등 유지관리 비용을 감안하면 손익분기점(BEP)을 넘기 힘들다.
더욱이 레포펀드 대부분이 헤지펀드임에도 성과보수를 취하지 않고 있어 추가 수익도 기대하기 어렵다. 성과보수에 익숙치 않은 은행 고객들이 레포펀드의 주요 투자자이기 때문에 마케팅 차원에서 이를 받지 않고 있다. 그나마 성과보수형 레포펀드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는 교보증권 정도가 BEP를 넘기는 실적을 거두고 있다. 교보증권이 판매한 레포펀드 약 2조원 중 성과보수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하다.
펀드 운용 주체들로부터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고 있는 레포펀드가 그럼에도 시장 규모를 키우는 이유는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레포펀드의 수익률은 1년 만기 기준 약 3% 안팎. MMF와 CMA, 발행어음, 예·적금 등 안정형 상품보다 1%포인트 이상 높다. 일반 채권형 펀드와 비교해도 성과가 더 우수하다.
레포펀드 투자자들 대부분이 '투자'보다는 '관리' 목적으로 가입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매력적인 상품이다. 일각에서는 유동성 리스크와 금리 인상 리스크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지만, 위기라고 했던 순간을 무난하게 극복하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레포펀드가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이지만 펀드 운용 주체들엔 돈이 안 돼 계륵처럼 취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수탁은행과 PBS는 레포펀드를 아예 보이코트 하겠다는 선언까지 했다. 레포펀드 확대에 사실상 제동을 건 것.
하지만 레포펀드는 잘못이 없다. 문제는 펀드 운용 주체와 투자자 간 윈윈(Win-Win)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지 않은 탓이다.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생긴다. 시장에서 어떻게 수익을 벌어들이며 균형을 찾을 지 고민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균형을 찾지 못하면 시장은 붕괴한다. 레포펀드의 수수료가 합리적인지, 혹여 무리한 경쟁으로 정당하게 받아야 할 몫까지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원점부터 다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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