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전자·GDS 합병, 증여세 절세 효과 노렸나 89세 고령 김정식 회장, 그룹사 지분 정리 불가피
김장환 기자공개 2018-08-13 08:06:24
이 기사는 2018년 08월 10일 15: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덕전자와 대덕GDS 합병 이면에는 오너 일가의 지분 정리 목적이 담긴 것으로 관측된다. 창업주인 김정식 회장이 고령인 탓에 아들 김영재 사장에게 지분을 서둘러 물려줘야 하는 상태였다. 양사 합병으로 김 회장의 지분 증여 절차가 보다 간결해질뿐 아니라 증여세도 일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대덕전자는 자회사 대덕GDS 흡수합병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최근 밝혔다. 합병시 존속회사는 대덕전자이며 대덕GDS는 해산된다. 합병 절차는 이달 23일부터 시작될 예정으로 오는 12월 1일까지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합병비율은 1대1.6072719로 산정됐다.
대덕전자는 대덕GDS와 합병 이유를 인쇄회로기판(PCB)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대덕전자 관계자는 "기술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개발 역량에 집중해 미래 PCB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에서 합병을 결정했다"며 "중복되고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줄이고 인적·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경영효율성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덕그룹이 양사의 합병을 결정한 이면에는 오너 일가의 지분 증여를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한 목적 역시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창업주 김 회장이 1929년생으로 89세 고령인 탓에 아들에게 보유 지분을 서둘러 증여해야 할 필요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우선 김 회장은 차남 김영재 사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 승계 절차를 오래 전부터 차근차근 진행해왔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장남 김영인 씨와 김 사장 중 누구에게 회사가 승계될지 불확실했다. 대덕전자 지분을 양측 모두 비슷하게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2003년 김 사장이 대덕전자 대표이사로 올라섰고 형 김 씨는 보유 지분을 모두 매도했다. 김 사장이 정식 후계자로 낙점받았던 것이다.
김 회장은 이후 김 사장에게 대덕전자와 대덕GDS 보유 지분을 증여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룹 재단인 해동과학문화재단으로 대덕전자 지분 4.9%를 넘겼다.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익재단이 5% 미만의 지분을 증여받을 경우에는 세금이 감면된다.
이 같은 절차를 거쳤지만 김 회장이 김 사장에게 증여해야 할 주식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특히 대덕전자보다 대덕GDS 주식 증여 부담이 컸다. 대덕GDS가 대덕전자보다 높은 주가를 형성하고 있고 김 회장이 보유한 주식수도 대덕GDS가 더 많았다. 9일 종가 기준 대덕GDS 주가는 1만4650원으로 김 회장 보유 주식 가치는 약 280억원 정도다. 우선주까지 포함하면 증여해야 할 규모가 보다 커진다.
대덕전자와 대덕GDS의 합병이 이뤄지면 김 회장의 주식 증여 부담도 그만큼 희석된다. 김 회장의 대덕GDS 보유 주식이 대덕전자와 합쳐져 '원샷' 증여가 가능하다. 주가 흐름을 봤을 때도 대덕GDS보다는 대덕전자 지분을 증여하는 게 증여세 등 측면에서 보다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합병시 발행될 신주 등을 고려하면 김 회장의 대덕전자 보유 주식수는 기존 291만주에서 594만주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주식 가치는 10일 종가(9000원) 기준 535억원 정도다. 지분율로는 6~7% 미만에 그쳐 증여시 최대주주 지분 증여 할증율(20~30%)이 적용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대덕전자 지분 11.42%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 있다.
결국 대덕그룹은 합병을 마무리한 후 김 사장을 향한 김 회장의 주식 증여 절차에 속도를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볼 때 현 상황에서 증여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250억원 넘는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를 줄이기 위해 김 회장이 보유한 대덕전자 지분 일부를 대덕복지재단 등에 넘기는 방식을 활용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한편 대덕GDS는 대덕그룹의 사실상 모태기업(당시 대덕산업)으로 1965년 설립돼 50년간 명맥을 이어왔다. 창업주 김 회장은 애초 무역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대덕GDS를 설립했지만 이후 1972년 현재 주력하고 있는 사업인 PCB 분야에 진출을 결정했다. PCB 사업에 전념할 목적으로 대덕전자(당시 한국우라하마전자공업)를 설립해 큰 성공을 거뒀다. 대덕그룹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PCB 1차벤더로 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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