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8월 24일 14: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과거 대형 증권사들에게 외면받았던 한화그룹이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회사채 인수 최대 경쟁처로 변모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가 한화그룹 딜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KB증권이 여전히 전체 발행 물량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빠르게 뒤쫓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그룹 계열 효과에 힘입어 발행 물량을 대거 인수했다.

누구보다 NH투자증권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불과 3년전만 해도 전체 발행량에 대한 인수 비중이 2%대에 불가했던 NH투자증권은 인수 비중을 13%까지 확대했다. 그동안 미매각을 내거나 가까스로 수요를 모았던 한화그룹에 대한 위상이 달라지자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 꾸준한 1조 발행…흥행불패 신화로 달라진 위상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총 1조 2940억원어치의 회사채(SB)를 발행했다. 1년 전 같은 기간(1조 4400억원)보다 소폭 감소한 규모지만 2013년(7600억원)을 제외하곤 해마다 1조원 이상의 발행을 지속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연초부터 활발히 시장성 조달에 나섰다. 2월 한화에너지와 ㈜한화를 시작으로 한화토탈, 한화건설, 한화테크윈 등 매달 계열사들이 회사채 시장을 찾았다.

한화그룹 회사채에 대한 투자 열기도 뜨거웠다. 한화에너지와 한화토탈 등은 수요예측에서 1조원에 달하는 기관 투자금을 끌어모아 회사채 시장에서 달라진 위상을 보여줬다. 2016년까지 빈번히 회사채 수요 확보에 실패했던 과거 한화그룹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자 대형 IB의 인수 경쟁이 치열해졌다. 미매각을 지속했던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KB증권이 2800억원을 인수해 압도적인 영향력을 드러냈다. 인수규모를 기준으로 한 비중은 21% 수준이었다. 딜 참여건수는 9건이었다. 합병 전 KB투자증권 시절부터 꾸준히 이어온 관계 덕에 KB증권은 3년간 줄곧 가장 많은 금액을 인수하고 있다.

뒤늦게 영업전에 참여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는 꾸준히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각각 1880억원, 1700억원을 인수해 14% 내외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인수건수는 두 회사 모두 6건으로 동일했다. 4건의 딜에 참여해 1250억원을 인수한 미래에셋대우는 전체 발행물량의 9% 가량을 가져갔다.

한화투자증권 또한 계열 회사채의 인수단으로 참여해 그룹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2450억원을 인수해 18%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참여건수는 10건에 달했다.


◇NH, 인수 급증세 두드러져…초대형 IB 커버리지 확장 치열

NH투자증권의 인수 물량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3년전(2014.7~2015.6) 전체 발행량의 250억원(2.37%)을 인수했던 NH투자증권은 이후 꾸준히 인수량을 늘려왔다. 2년전 1000억원 인수를 시작으로 매년 점유율을 대폭 늘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이 한화투자증권을 활용한 공격적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모회사인 NH농협금융지주가 발행하는 회사채 주관 및 인수단에 한화투자증권을 포함시키는 등 한화그룹과의 연관성을 높이고 있다. 이밖에도 최근 발행어음을 활용해 한화손해보험이 발행한 영구채 500억원을 사들이는 등 커버리지 확장에 한창이다.

한국투자증권 또한 최근 한화그룹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6년 7월부터 한화그룹 회사채에 대한 인수금액을 대폭 늘린 한국투자증권은 이번에도 1880억원을 인수했다. 건수는 두해 모두 6건으로 동일하다. 이전까지 한국투자증권의 인수금액은 수백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한국투자증권 또한 최근 한화손보의 영구채를 사들이는 등 한화그룹과의 접점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한화생명 영구채 발행으로 인수실적을 대폭 높였던 미래에셋대우는 올들어 주춤하는 모습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4월 발행한 5000억원 규모의 한화생명 영구채 중 2000억원을 인수해 발행금액 기준으로 16%까지 비중을 높였으나 올해에는 9%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 회사채 딜이 시장에서 인기를 끌자 1~2년전부터 대형사들이 한화그룹으로 커버리지를 확장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며 "한화 또한 거래처 다변화를 통한 안정감 확보를 위해 대형 증권사를 골고루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