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회복' 김용화 감독, VC 신뢰에 보답 [신과함께 투자 스토리]②영화 '미스터 고' 참패 고전, 쌍끌이 1000만 관객으로 재평가
정강훈 기자공개 2018-09-04 07:56:53
이 기사는 2018년 08월 30일 09: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화 '미스터 고'의 흥행 실패로 평가가 급하락했던 김용화 감독(사진)은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로 쌍끌이 천만 관객을 만들어내며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시각이 극명하게 갈렸던 덱스터도 재평가를 받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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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 브라더스(2003년)'로 장편영화 연출을 시작한 김 감독은 2000년대 중후반 영화 '미녀는 괴로워(2006년)', '국가대표(2009년)'를 잇달아 성공시키며 충무로의 대표적인 흥행감독 중 한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기세를 모아 영화 '미스터 고(2013년)'의 제작 및 연출을 맡았다.
고릴라를 소재로 한 스포츠 영화 '미스터 고'는 총 제작비 300억원 규모의 초대형 블록버스터 작품이다. 주인공인 고릴라가 CG로 만들어지는 만큼 시각특수효과(VFX) 기술력이 영화 완성도를 좌우하게 된다. 김 감독은 해외의 VFX 업체들과 작업한다면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 판단해 직접 VFX 전문 업체인 덱스터를 창업한다.
결과적으로 영화 미스터 고는 손익분기점(BEP) 900만명에 한참 못미치는 130만명 가량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참패한다. 영화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큰 손실을 입었다. CG 기술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흥행 배우의 부재, 고릴라와 야구라는 생소한 소재 등이 흥행 실패의 원인으로 꼽혔다.
미스터 고는 김 감독이 입봉한 이후 유일하게 흥행에 실패한 작품이 된다. 야심작이 실패하면서 충무로에서 김 감독의 위상도 급격히 흔들리게 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김 감독은 미스터 고로 인해 큰 부를 거머쥐게 된다. 미스터 고 제작을 위해 직접 창업한 덱스터가 국내 대표적인 VFX 업체로 성장한 것이다.
미스터 고는 제작비 중 CG 비중이 높은 편이다. '미스터 고' 투자자들의 자금 중 상당 부분이 덱스터로 흘러간 셈이다. 이 때문에 벤처캐피탈 등 투자자들은 영화가 실패했는데도 홀로 돈을 번 김 감독에 대해 불만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투자사들은 김 감독 덕분에 큰 수익을 거두게 된다. 벤처캐피탈들이 미스터 고로 기술력을 쌓은 덱스터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2013년 덱스터의 지분을 취득한 LB인베스트먼트, 유니온투자파트너스, KTB네트워크, 대교인베스트먼트 등은 덱스터가 2015년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4~5배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미스터 고의 프로젝트 투자사들과 덱스터의 지분 투자사들 사이에서 엇갈린 평가를 받은 김 감독은 영화 신과함께로 명예회복을 노리게 된다. 신과함께는 덱스터에서 공동제작 및 투자를 맡으며 리스크를 지게 된다.
영화 신과함께는 호화 출연진, 원작 웹툰의 인기, 매력적인 세계관 등의 요인으로 개봉 전에 이미 흥행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았다. 하지만 제작비가 워낙 높아 초과 수익이 발생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있었다.
1·2편 동시 제작된 신과함께의 제작비는 약 400억원으로 손익분기점은 1200만명이었다. 한국 영화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1·2편 동시 제작은 제작비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만약 1편이 흥행에 실패한다면 2편도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김 감독은 투자자들에게 "1편만으로 2편의 손익분기점까지 달성하겠다"고 자신했다. 야심작 미스터 고의 실패를 지켜본 투자자들로선 김 감독의 호언장담에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었다. 개봉 결과 1편인 '신과함께-죄와 벌'은 14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모았다. 김 감독이 투자자들과의 약속을 확실하게 지킨 것이다.
김 감독은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의 성공으로 큰 소득을 얻었다. 감독으로선 '천만 영화' 2편을 배출하며 흥행 감독으로서의 명성을 되찾았다. 리스크를 감안하고 공동제작 및 투자에 참여한 덱스터가 초과 수익을 배분받으며 경영진으로서 성과도 쌓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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