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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오래 살 수 있다는 것부터 인정하자 [WM라운지]

곽재혁 KB국민은행 KB골든라이프 선임연구위원공개 2018-10-15 07:59:33

이 기사는 2018년 10월 11일 14: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앞으로 20세기에 태어난 사람 중에서 150세 인간이 나올 것입니다.'

서기 2000년 전후에 스티브 오스태드 박사가 이런 주장을 할 당시만 해도 노화에 관한 유전적 프로그램이 고정되어 있어서 자연수명은 120세 전후가 한계라는 게 다수설이었다. 그런데 2009년 엘리자베스 블랙번 박사에 의해 염색체 말단의 '텔로미어'가 노화와 암을 결정짓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통해 노화를 방지하는 연구가 진행되면서 오스태드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게다가 의학의 발달로 안티에이징이 대중화되면서 향후 100세 수명이 앞으로는 특별한 소수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현재 한국의 기대수명(현재 출생자의 예상 평균수명)은 82.4세이다. 여기에 3대 질병인 암(21.3%), 심장질환(11.8%), 뇌혈관질환(8.8%)에 따른 사망을 제외하면 출생자의 60% 가량이 90세 가까이 생존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을 냈다.

한술 더 떠서 2010년에 고려대 박유성 교수팀은 현재 58~71년생들의 경우 100세에 도달할 확률이 43~49%라는 다소 충격적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 중 대부분이 현재 80~90세 정도를 자신의 수명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우리의 생각보다 최소 15년 이상을 더 사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될 가능성도 꽤 높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여러가지 근거들을 대면서 사람들에게 '당신이 사고를 당하지 않는 한 100세 넘길 확률이 절반 정도' 된다고 하면 다들 끔찍해 하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더 많이 보인다. 왜일까?

일단 보이지 않는 것을 믿고 공감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우리 부모님 세대들의 수명이 80세 전후에 불과하며 아직 주변에서 100세가 넘는 고령자를 접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그 때까지 산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잘 와 닿지 않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그런 상황이 오지 않는 건 절대 아니며 위에서 본 것처럼 가능성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당장 보이지 않는다고 그 가능성을 무시하는 건 마치 최근 몇 년간 주가가 오르는 것만 본 투자자가 앞으로도 계속 올라갈 거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사실 오늘날 대한민국 노인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은 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수명의 증가를 개인도, 국가도 미처 염두에 두거나 대비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거 1930~194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부머들의 부모들은 환갑만 지나도 오래 살았다고 잔치를 하는 분위기 속에서 내가 70세 이상 살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마침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1960~70년대에 자녀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결혼 후 도시에서 분가하게 되자 그들은 자녀 뒷바라지를 위해 아낌없이 소를 팔고 땅을 팔았다. 그런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는 자식에 대한 사랑 외에도 앞으로 인생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생각, 자신들이 그랬듯이 자식들도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받쳐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들도 한 몫 했었다.

하지만 막상 60세, 길어봐야 70세 정도로 생각했던 자신의 노후가 80세를 넘겨 90세까지 이어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남은 재산은 거의 없고 건강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아 병을 단 채로 살고 있다.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자녀들 또한 부모를 부양할 수 있는 능력이 많이 줄어들었다. 국가의 국민연금제도 또한 1988년도에나 실시되었는데 이 또한 홍보부족으로 10년간 거의 활성화되지 못했다.

사회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부모들이 성장하던 1950~1960년대에는 10촌 이내의 친척들이 대부분 같은 지역에서 대가족을 이뤄 살던 시기였다. 그 시기에 제사와 농사를 주관하는 노인들은 주인공으로서 공경의 대상이었고 동네 어른이라는 이유로 이집 저집 들르면 공짜 술에 밥을 대접하는 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젠 사회 어디에서도 이런 대접을 기대할 순 없다.

결국 모자란 생활비를 국가 복지제도나 자녀들에게 의존하게 될 수밖에 없게 되었으며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모 연구기관은 현재 고령자들의 노후생활비 중 40% 가량은 자녀 및 타인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여 충격을 주기도 했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변화하지 않고 예전의 스타일로 사업을 계속 영위하는 것은 앉아서 재앙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 했다. 앞으로 행복한 미래를 위해 은퇴를 바라보고 대비하는 우리의 시각부터 우선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 오래 살 가능성이 높고, 갈수록 높아진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계획은 최소한 100세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부모와 선배 세대들의 실수를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100세 시대에서는 '은퇴=노후'라는 등식이 어울리지 않는다. 실제 은퇴가 많이 일어나는 50대 중후반은 축구로 치면 후반전의 시작에 불과한 만큼 '인생 2막의 시작'이라는 표현이 더욱 정확할 것이다. 일단 표현에 따라 사람의 마음가짐부터 달라지니깐.




곽재혁 KB국민은행 KB골든라이프 선임연구위원

KB국민은행 IPS본부 투자솔루션부
투자자산운용사, 공인재무설계사(CFP)
한국FP협회 저널 편집위원
저서 : 4차산업혁명 어떤 기업에 투자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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