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1월 05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내가 한때 알았던 스위스 노바티스(Novartis)의 수석변호사는 1년의 1/3을 해외여행으로 보낸다고 했다. 자기 회사의 제품과 관련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들을 찾아다니며 기술이나 회사 자체의 인수를 협상한다고 했다. 잘 안되면 특허침해나 다른 이유를 찾아서 기획소송을 제기한다. 소송에 협상이란 없다. 좀 과장했겠지만 소송은 이겨서 손해배상을 받아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특허침해를 일삼는 회사의 문을 닫게 하기 위한 것이라 했다. 규모의 경제에서 나오는 어마어마한 완력의 행사다. 작은 회사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이기고 지는 문제보다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 손을 든다.M&A를 통한 몸집 불리기는 원가절감으로 시장에서의 가격결정력 확보를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모든 면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것이다. 이미 충분히 커 보이는 회사들이 M&A를 통해 더 커지려 하는 이유다.
스위스는 제약산업의 강자다. 영국 런던과 인구가 비슷한 이 작은 나라에 세계 굴지의 제약회사가 두 개나 있다. 노바티스와 로슈(Hoffmann-La Roche)다.
노바티스는 시바(Ciba), 가이기(Geigy), 산도스(Sandoz) 세 회사가 순차적으로 합병해서 생긴 회사다. 시바는 1859년에 바젤의 염색공장으로 출발했다. 이 회사는 1873년에 Bindschedler and Busch에 매각되었고 후자가 1884년에 주식회사로 재편되면서 시바가 된 것이다. 가이기도 바젤의 합성염료업에서 출발한 회사다. 1901년에 주식회사가 되었다. 1929년에 가이기의 화학자 폴 뮐러가 DDT가 말라리아 박멸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해서 1948년 노벨 의학상을 받았다. 시바와 가이기는 1971년에 합병해서 시바-가이기가 되었다.
산도스는 바젤에서 라인강을 사이에 두고 시바-가이기와 바로 마주 보고 있던 회사다. 1886년에 역시 염료제조업으로 시작했고 1899년 설탕 대체제 사카린을 생산했다. 1917년에 제약사업부를 신설했다. 시바-가이기와 산도스는 1996년 제약사업과 농화학사업을 합쳐서 노바티스로 탈바꿈한다. 다른 사업들은 모두 분리되어서 독립했다.
노바티스는 2006년에 미국 캘리포니아의 차이론(Chiron Corporation)을 인수했고 2007년에는 헬스케어에 집중하기 위해 거버(Gerber)를 스위스 네슬레에 매각했다. 2010년에는 네슬레가 다수지분을 가지고 있던 안과의료전문회사 알콘(Alcon)을 인수했는데 기존의 소수지분 포함 인수 총액은 600억 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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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슈의 지넨텍 인수는 1990년에 로슈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지넨텍의 다수 지분 60%를 취득하면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미국 진출 전략의 일환이었다. 이 딜은 대형 제약회사가 바이오텍 회사를 인수한 교과서로 남았다. 미국의 AHP가 제네틱스(Genetics Institute)지분 60%를 인수하는 딜이 뒤따랐다. 생화학과 생명공학의 결합이 미래라고 생각되던 시절이다. 어떤 경우에는 바이오 회사가 제약회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그 후에도 로슈는 모두 22건의 M&A를 통해 성장해왔다. 로슈는 적대적 M&A도 마다하지 않았다. 1988년에 진단영상검사시약을 생산하는 스털링(Sterling Drug)을 적대적으로 인수하려고 시도했다. 스털링은 바이엘 아스피린의 미국 제조사이기도 했다. 이 시도는 실패했는데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던 코닥(Eastman Kodak)이 백기사로 나섰기 때문이다. 코닥은 당시 가격으로 51억 달러에 스털링을 손에 넣었다.
2017년 매출액 기준으로 로슈는 세계 4위의 제약회사다. 미국 회사들인 화이자(약 500억 달러), 머크, 존슨 앤 존슨이 1, 2, 3위다. 노바티스는 프랑스의 사노피에 이어 6위다.
스위스의 제약산업은 직간접으로 13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GDP의 5.7%에 기여하며 수출의 30%를 차지한다. 스위스에서 특히 제약산업, 바이오산업, 특수화학산업이 발달한 이유는 자연자원이 부족한 나라이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수출적합 업종에 집중했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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