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구조 개편' 불가피…'전혀 다른' 경쟁 펼쳐진다 [부동산신탁사 지각변동]③차입형신탁 비중 축소, 책임준공형·리츠 등 대안사업 절실
이승우 기자공개 2018-11-12 07:59:00
[편집자주]
부동산신탁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성에 금융그룹을 포함한 대기업들이 신탁업 진출을 노리고 있다. 그 사이 기존 대주주들도 엑시트를 계획하고 있다. 정부는 신규 신탁회사 진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부동산신탁산업이 새로운 도약을 할지, 경쟁 과다로 침체의 길을 걸을지 주목되고 있다.
이 기사는 2018년 11월 07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신탁업에 대기업들이 진입하고 신규 사업자마저 추가되면 기존과는 다른 양상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사상 최대 실적의 바탕이 돼줬던 아파트 경기도 꼭지를 찍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이라 고마진의 차입형신탁 사업에 대한 의존도도 낮출 필요가 있다.차입형신탁의 부진은 신탁사의 자금 수요를 늘릴 뿐 아니라 기존 사업장의 자산 건전성도 훼손시킬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 차입형신탁 사업이 아닌 다른 사업포트폴리오를 찾아야 한다. 파이는 더 커지지 않고 신규 진입 회사마저 생기면 경쟁 강도는 불보듯 뻔하다.
◇차입형 주도 사상 최대실적, 끝물 가능성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7년말 기준 국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11개 부동산신탁사의 당기순이익은 5046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28% 증가한 수치다.
11개 부동산신탁사들의 순이익은 2012년 1000억원을 넘어선 이후 급증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15년 2222억원을 기록한 순이익은 이듬해 4000억원에 육박했고 2017년에는 단숨에 50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도 상승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신탁업계가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부동산 경기 호황과 함께 성장한 고마진 차입형 토지신탁사업 덕분이다. 아파트 가격이 치솟았던 지난 3년간 부동산신탁사의 순이익은 연평균 31.6% 증가했고 신규수주는 33.9% 증가했다. 2010년 15.5%에 그쳤던 차입형 토지신탁 신규수주 비중은 2016년에 50%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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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같은 추세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기존 수주분에서 이익이 돌아오고 있으나 신규 수주 대상이 주로 분포하는 지방 아파트 경기가 꺾인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신규 차입형신탁 사업을 수주하는 게 어려워졌고 그만큼 이익 규모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한국기업평가는 "부동산신탁사의 신규수주 증가는 차입형 토지신탁 수주 확대에 따른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 하강국면 진입으로 토지신탁 사업의 리스크 확대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실적이 하향 추세로 돌아선 신탁사도 나오고 있다. 2016년 614억원이었던 하나자산신탁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절반 수준인 319억원으로 급감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같은 기간 415억원에서 427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수주 저하와 더불어 기존 사업에서 발생하는 자산 부실 가능성도 있다. 부실자산이 늘어날 경우 신탁사 대여금 확대로 유동성 우려를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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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차원 리스크 관리, 차입형신탁사업 대안 '절실'
차입형신탁으로 호황을 누리던 부동산신탁사의 실적은 부동산 경기 악화라는 최대 변수와 더불어 정부의 감독 강화라는 산도 넘어야 한다. 정부는 신규 부동산 사업자를 최대 3곳까지 허용키로 하면서 동시에 자산건전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존에는 신탁계정 대여금에 대한 건전성 분류를 신탁사 자율에 맡겼지만 감독당국이 분류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분양후 시점별로 분양률 수준에 따라 요주의와 고정자산 사업장을 분류해야 한다. 영업용순자본(NCR) 산정시 건정성에 따라 자기자본 차감 비율도 다르게 적용할 예정이다. 마진이 높지만 리스크 역시 만만치 않은 차입형신탁에 대해 정부가 나서 간접적으로 제한을 하겠다는 뜻이다.
때문에 그동안 실적 호조의 근간이 됐던 차입형신탁 사업을 메워줄 수 있는 대안 사업이 절실하다. 우선 차입형신탁의 변형 구조인 책임준공형 신탁 사업이 등장했다.
책임준공형 신탁은 대여금 없이 건물 준공에 대한 확약을 시공사 대신 신탁사가 하는 것으로 리스크가 건물 준공 시점까지로 제한된다. 게다가 신탁사가 대여금을 댈 필요도 없어 차입형신탁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책임준공형신탁은 KB부동산신탁과 하나자산신탁이 주로 하고 있다.
부동산신탁사 관계자는 "책임준공형은 미분양이 발생하더라도 신탁사에 리스크가 전이되지 않게 구조를 짤 수 있다"며 "차입형신탁에 비해 마진은 낮지만 어느 정도 수익이 보장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리츠 역시 신탁사의 훌륭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때 부동산 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차입형신탁의 좋은 대안으로 지목되고 있다. 신탁사 입장에서 리츠는 자금 펀딩과 더불어 관리, 그리고 매매 딜(deal)까지 사실상 부동산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이 될 수 있다. 자기자금까지 태울 경우 보수와 더불어 매각 차익까지 노릴 수 있다.
신탁사 관계자는 "리츠 사업의 경우 보수와 더불어 매각차익을 누릴 수 있다"며 "다만 자금지원 능력이 뛰어난 연기금 등 투자자들과의 네크워크가 뛰어난 자산운용사와 경쟁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리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호황이 종료될 경우 부동산신탁사 본연의 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회의론도 있다. 그동안 누렸던 실적 고공행진은 경제 사이클상 종료될 수밖에 없고 과거처럼 리스크와 마진이 낮은 일반 관리형 신탁 사업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년간은 신탁사 뿐 아니라 건설사들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는데 이는 부동산 사이클에 따른 것"이라며 "이제는 부동산, 특히 아파트와 관련된 업종의 경우 실적 저하에 대비하고 리스크가 낮은 사업 비중을 높일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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