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1월 12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명품시장은 전통적으로 프랑스의 루이비통(LVMH)과 케링(Kering), 그리고 스위스의 리치몬트(Richemont) 3사가 장악해 왔다. 루이비통은 크리스찬디올, 지방시를 포함한 약 60개의 브랜드를 가진 최강자다. 케링은 구찌, 입생로랑 같은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고 리치몬트는 까르띠에, 몽블랑 같은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리치몬트는 시계산업에서는 스와치에 이어 세계 2대 회사다. 롤렉스가 그 뒤를 따른다.뉴욕타임스는 작년 7월에 이 3대 공룡의 아성에 야심만만한 미국의 두 회사가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코치(Coach)와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 이야기다.
코치는 케이트 스페이드(Kate Spade)를 인수했다. 지미 추(Jimmy Choo)를 인수했던 마이클 코어스는 지난 9월에 베르사체(Versace)를 또 인수했다. 두 회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추가적인 M&A를 통해 덩치를 키우겠다는 계획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일부에서는 미국 명품시장의 ‘LVMH-izing'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한다. 대형화다.
전략적 M&A가 무기다. 필요하면 적대적 M&A도 불사할 것이다. 약 20년 전에 LVMH가 구찌를 적대적으로 인수하려고 시도하자 당시 PPR이던 케링이 개입해서 백기사 역할을 한 전례도 있다.
그런데 만약 샤넬(Chanel)이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천만 원 하던 명품 핸드백을 같은 품질에 500만 원에 내놓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아마도 기존의 고객들은 천만 원 가격의 다른 브랜드로 이동해버리고 5백만 원에 맞춘 새 고객들이 올 것이다. 이것은 샤넬이 원하는 일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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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M&A를 통한 성장은 투자수익에 대한 투자자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고는 달성하기 어렵다. 분기별 실적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요구와 희소성과 비짝퉁성에 민감한 고객들의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을까. 실제로 유럽 3강이라는 회사들의 브랜드 가치는 급성장과 고수익이라는 유혹을 자제하고 쌓아 올린 것이다.
명품산업이라 해서 규모와 범위의 경제 없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신제품의 개발이나 디자인에 장기간 거액을 투자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디지털 혁명의 결과로 이제는 유망한 신진 기업들을 초기 단계에 포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실리콘 밸리의 기술기업들의 경우와 같다. M&A를 통한 성장은 명품산업에서도 유기적 성장보다 더 효율적이다. 아마존 때문에 명품들조차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랄프로렌은 매장 수를 줄이고 있다.
사실 이런 문제는 회사가 기업공개를 고민할 때 부딪치는 일반적인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은 기업가의 인생관, 가치관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다. 우리 인생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치열한 성장이냐 차분한 내실이냐. 재미있는 지옥이냐 지루한 천국이냐. 둘 다 가능하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 사업의 목적이란 원래 성장이지 내실은 그 하나의 조건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있고 반대로 내실 없이는 성장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생각도 있다.
사회경제적으로나 개별 기업으로서나 바람직한 것은 신예 디자이너들을 지원해서 장기적인 브랜드 개발을 지향하는 것이다. M&A 전략의 중요한 요소다. 포브스지는 ‘신예'들이라 함은 디지털 시대의 제품과 소비자를 잘 이해하는 신세대의 실력자들을 말한다고 한다. 이 점이 딜소싱에서 중요하게 취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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