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1월 09일 08: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화제의 상품으로 떠오른 양매도 상장지수채권(ETN)에 대한 관심이 연말까지 이어질 모양이다. 이 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했던 KEB하나은행이 금융감독원 감사를 앞두고 있는데,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KEB하나은행이 초고위험인 양매도 ETN을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불완전판매 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금융감독당국이 11월 감사에 나서기로 했다. 히트상품으로 각광을 받던 상품이 불완전 판매 문제로 이슈의 중심에 선 것이다.양매도 ETN 위험성 논란이 불거진 것은 몇몇 투자자문사가 레버리지를 일으켜 양매도 전략을 구사해 막대한 피해를 본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해 프리미엄 수익을 얻는 전략은 박스권 증시에 적합하지만, 증시 등락폭이 커질 경우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위험론자들의 요지다. 특히 이런 상품을 투자 성향이 보수적인 시중은행 고객에게 판매했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세간의 우려와 달리 최근 인기를 끈 양매도 ETN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지 않았다. theWM에 따르면 'TRUE 코스피 양매도 5% OTM ETN'은 지난 7일 기준 1년 수익률 3.97%를 기록했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이 옵션만기일 사이에 ±5% 구간을 벗어나지 않으면 손실을 피하고 프리미엄 수익을 쌓을 수 있게 구조화돼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이 19.7%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매도 ETN에 중위험·중수익이라는 표현이 무색해 보이지 않는다.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고 매월 옵션만기일이 갱신돼 수익률 방어가 가능했다는 평이다. KEB하나은행도 이 상품 덕분에 주가연계신탁(ELT) 판매에 전력 투구한 타행 대비 분산투자가 잘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생상품업계에선 양매도 ETN의 위험성이 과도하게 부각됐다고 본다. ETN의 인지도가 떨어지고 양매도 전략에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장점보다 단점이 부각되기 쉽다는 설명이다. 투자자들이 파생상품을 낯설어 하는 상황에서 급락장이 연출되면 불안감이 조성되는 것을 넘어 포비아(공포증) 현상이 나타날 정도다.
파생상품 포비아 현상은 지난 2016년에도 있었다. 홍콩H지수(HSCEI)가 1만 4000선에서 7500선까지 급락하면서 HSCEI 기초 ELS가 대거 손실 가능성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당시 HSCEI ELS를 판매했던 곳은 심심찮게 악마에 비견될 정도였다. 하지만 이 HSCEI ELS들은 올해 대부분 수익을 내고 상환됐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당시 HSCEI가 지나치게 저평가 됐다고 판단해 도리어 HSCEI ELS 발행과 자체헤지북 규모를 늘린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이 선택을 바탕으로 큰 헤지운용 수익을 올린 단 두곳의 증권사로 알려져 있다.
파생상품에 대한 경각심을 망각해도 좋단 얘기가 아니다. 양매도 ETN의 경우 프리미엄 수익이 줄어드는 상승장에서 손실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LS 발행사는 기초자산 가격 산정시 사용되는 평가 모형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비판을 심심찮게 받고 있다. 시중은행에서는 ELS 녹인 배리어와 만기 배리어를 좀 더 보수적으로 책정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다만 공포심에 휩쓸리지 않고 양매도 ETN 또는 HSCEI ELS를 활용한 파생상품 하우스의 성과는 주목해 볼 만하다. 증권사와 은행이 공포심을 이겨낼 수 있을 때 투자자의 공포심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안전하고 명쾌한 구조를 만들어야하는 파생상품개발자와 고객의 완전한 이해를 돕는 프라이빗뱅커(PB)의 몫이다. 금융당국도 밑도 끝도 없는 정치권 지적에 떠밀려 섣부른 잣대를 들이댔다가는 관련 시장을 죽일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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