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시멘트, 7년만에 3분기 '누적 적자' [Company Watch]선박분쟁 등 여파, '3세 정대현' 대표 부임 후 실적 하향곡선 '고심'
심희진 기자공개 2018-11-20 08:29:20
이 기사는 2018년 11월 16일 16: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너 3세 정대현 부사장이 이끄는 삼표시멘트가 국내 시멘트업체 5곳 가운데 유일하게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시멘트 해상 운송관련 법적 분쟁, 건설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제품판가 하락 등이 발목을 잡았다. 현금창출력이 둔화된 삼표시멘트는 외부 차입을 통해 운영자금을 마련했다. 올해도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에서 실적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삼표시멘트(옛 동양시멘트)는 2015년 삼표그룹에 인수됐다. 강원도 삼척시에 거점을 두고 있는 연안사로 물류비가 비교적 저렴한 선박을 이용해 국내외 업체들에 시멘트를 판매하고 있다. 1957년 설립 후 8차례 증설작업을 거쳐 생산능력을 연 8만톤에서 1100만톤으로 늘렸다.
현재 삼표시멘트를 이끌고 있는 인물은 정대현 부사장이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 부사장은 올초 삼표시멘트 대표이사에 올랐다. 영업부문장(CMO)에 오른 지 1년여만이다. 정 부사장에게 시멘트 사업은 그룹 후계자로서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다.
공교롭게도 정 부사장이 지휘봉을 잡은 후부터 삼표시멘트의 실적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4095억원, 영업손실은 10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20%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3분기 누적 적자를 기록한 건 2011년 동양그룹 부도사태 이후 7년만이다.
국내 시멘트업계는 5곳의 업체가 독과점 체제를 이루고 있다. 3분기 누적 적자를 낸 곳이 삼표시멘트뿐이라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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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표시멘트는 본사를 중심으로 삼표자원개발, 삼표라임스톤 등과 함께 시멘트 원료 및 완제품을 제조하고 있다. 또 다른 자회사인 삼표에스앤씨와 삼표해운 등은 시멘트 출하·운반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번 실적 악화는 시멘트 선박운송에 차질이 빚어진 것과 관련이 있다. 삼표시멘트는 2012년 명성기공으로부터 시멘트 운송 전용선과 예인선을 빌려 사용해왔다. 하지만 2015년 새 주인이 된 삼표그룹이 운송권을 넘겨받지 않겠다고 하자 명성기공이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승소한 명성기공이 삼척항을 점거하면서 삼표시멘트는 원료 조달, 완제품 판매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
삼표시멘트 관계자는 "시멘트 수송능력이 저하되면서 영업활동에 차질이 빚어졌다"며 "현재 적정 선박을 확보한 덕분에 운송작업이 정상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4분기부터 영업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제품 판매가격 하락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9월말 내수기준 포틀랜드시멘트 가격은 톤당 6만1330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약 6% 떨어진 수치다. 수출 가격도 2016년 톤당 약 5만3000원에서 지난 3분기 4만6000원대로 13% 하락했다. 국내에서 전량 소비되는 슬래그시멘트의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9월말 기준 슬래그시멘트 가격은 올초보다 톤당 3%가량 하락한 5만6000원을 기록했다.
삼표시멘트가 시장지배력 확대를 위해 제품 할인율을 높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독과점 체제인 시멘트 업계에서 삼표그룹은 후발주자다. 2010년대 초반 기업회생절차로 망가진 거래선을 회복하기 위해 마진율을 따지기보단 수요처 발굴에 집중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 결과 삼표시멘트의 시장점유율은 2015년 12.7%에서 이듬해 14.2%로 상승했지만 수익성은 부메랑을 맞았다.
원가율이 상승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삼표시멘트는 GS동해전력, 네비엔, 남해화학 등으로부터 탈황석고·석유코크스·중화석고 등의 원재료를 매입하고 있다. 탈황석고 조달가격이 올초보다 27%가량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여기에 석유코크스와 중화석고 가격이 2016년에 비해 각각 2배, 4배씩 인상되면서 비용부담이 커졌다. 지난 9월말 삼표시멘트의 매출원가율은 92%다. 전년 동기(78%)보다 14%포인트가량 상승했다.
전방산업 침체에 따른 판매량 감소도 수익성을 저하시킨 요인이다. 삼표시멘트는 지난 3분기까지 553만톤의 시멘트를 생산했다. 전년 동기 671만톤에 비해 18% 줄어든 수치다. 삼척공장 가동률도 82%에서 67%로 하락했다. 주택경기 둔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감소 등이 겹치면서 내수시장이 전년대비 12%가량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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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이 악화됨에 따라 현금창출력도 둔화됐다. 올들어 지난 9월까지 삼표시멘트는 영업활동으로 74억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3분기 누적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수십억원대 그친 건 2012년 이후 6년만이다.
유통망 확장 실패로 재고가 쌓인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9월말 삼표시멘트는 864억원 규모의 재고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 판매량이 당초 예상치에 못 미치면서 재고자산이 올초 대비 170억원가량 늘어났다.
미지급금 정산 작업도 현금 유출로 이어졌다. 올들어 삼표시멘트는 거래처에 지불해야 할 대금 527억원 중 220억원가량을 건넸다. 여기에 인력 구조조정으로 59억원의 퇴직금을 지급한 것도 현금흐름을 악화시켰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40억원이상 늘어난 규모다. 지난 9개월간 158억원의 순손실을 낸 탓에 현금 유입이 이뤄지지 않은 것 역시 영향을 미쳤다.
삼표시멘트는 부족한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손을 뻗었다. 전북은행을 비롯해 하나은행, 현대캐피탈 등으로부터 약 3200억원을 빌렸다. 이 중 2700억원가량은 만기가 도래한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투입했다. 나머지 500억원가량은 설비가동, 제품 운송 등에 필요한 운영자금으로 활용했다.
국내 시멘트 업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에서 삼표시멘트의 현금창출력이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내년에도 건설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미분양 증가, 재건축 지연 등으로 시멘트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다. 비우호적 경영환경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권, 지역자원 시설세 등 시멘트 산업 전반에 가해지는 제재 요소도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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