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무효訴 '2라운드', 일성신약 '7가지 근거' 힘 받나 [삼바 제재 후폭풍]'과실·고의' 떠나 합병비율 산정 잘못?…곧 시작될 항소심 영향 주목
김장환 기자공개 2018-11-20 07:58:19
이 기사는 2018년 11월 19일 16: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분식회계 의혹을 '고의 위반'으로 결론 내리자 일성신약이 제기해 진행 중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무효 소송에 미칠 영향도 관심을 끈다. 1심 재판부는 일성신약이 제기한 합병 무효 사유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증선위의 이번 결정으로 일부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는 돌파구가 열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성신약이 법정에서 펼친 주장이 무엇이냐도 그만큼 주목된다.일성신약은 제일모직과 합병이 잘못됐다며 삼성물산을 상대로 2016년부터 소송을 진행해왔다. 삼성물산 지분 2.12%를 들고 있던 일성신약은 2015년 제일모직과 합병 과정에 금전적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과 함께 삼성물산을 상대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조정 소송을 제기했던 일성신약은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본안소송으로 볼 수 있는 합병 무효 소송을 곧바로 냈다.
일성신약이 제기한 합병 무효 소송 근거는 기본적으로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이 산정됐다는데 있다.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부풀려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비율이 산정됐다는 주장이다. 이를 두고 분식회계 여부를 검토해온 증선위는 2012~2013년, 그리고 2014년 관련 회계처리는 각각 과실과 중과실로 결론 내렸다. 다만 2015년 회계처리는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에 앞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무효 소송 재판을 진행해왔던 1심 재판부는 일성신약 측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삼성그룹 손을 들어줬다. 일성신약이 제시한 합병 무효 근거 사유가 모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로부터 지난 10월 이 같은 결과지를 받아 든 일성신약은 즉각 항소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합병 무효 소송 2심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증선위가 최근 내놓은 결과만 놓고 보면 2심 재판부에서는 일성신약 측 주장을 받아들일 만한 여지가 생겼다. 증선위는 합병 이전 회계처리는 고의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지만 합병 후인 2015년 회계처리부터는 의도적인 분식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실제 1심 재판에서 일성신약이 주장한 내용들을 모두 살펴보면 증선위의 이번 결정이 일부 내용을 뒷받침만 한 근거가 될 수 있어 보인다.
일성신약이 1심 재판부에 제시한 삼성물산 합병 무효 사유는 크게 7가지였던 것으로 확인된다. △합병 목적 자체의 부당함 △주식매수가격을 결정한 합병비율의 불공정성 △합병 과정에 KCC로 자사주 매도의 위법성 △이사들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 위법성 △공시의무 위반 △종료주주총회 흠결로 인한 합법적 절차의 부재 등이다. 항소심에서 재차 논의될 핵심 쟁점들이다.
증선위가 내놓은 결과를 토대로 이들 쟁점을 살펴보면 일성신약 측 일부 주장은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대표적으로 주식매수가격을 결정한 합병비율의 불공정성과 이사들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주장 등이다. 과실이든 고의든 제일모직 회계처리는 잘못됐고, 따라서 합병비율이 잘못 산정된 건 맞다고 봐야 한다. 이를 검증해야 할 이사회는 별 다른 문제 제기 없이 합병을 결의했다.
또 다른 이슈는 분식회계라고 지적된 시기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이 이뤄진 시기간의 시차와 합병 비율 산정에 기준이 된 주가에 대한 논란이다.
삼성물산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제일모직과 합병이 결정된 시점과 증선위가 고의로 결론 내린 분식회계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사회 합병 결의는 2015년 5월 이뤄졌고, 증선위가 고의로 결론 내린 분식회계는 합병 후인 2015년 회계일이 끝난 후에 발생한 이슈란 것이다.
금감원은 합병 비율은 수개월간 평균 시가총액을 토대로 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증선위 결정을 합병비율과 결부시키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표했다. 삼성물산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하지만 주가가 회사의 가치와 완전히 동떨어져 흐르기는 어렵기 때문에 금감원과 삼성물산 주장이 이치에 어긋난다는 업계 판단도 있다.
일성신약는 이번 증선위 결정을 전면에 전면에 내세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비율이 불공정하게 산정됐다는 점을 적극 입증하겠다는 생각이다. 삼성은 회계처리 과정은 적법했다는 입장이고 행정소송도 예고하고 있어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공은 이제 2심 재판부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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