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에서 0.7%로 추락…답 못찾는 중국 [삼성 해외법인 점검]①현지 업체들 고스펙 경쟁·라인업 다양화…샌드위치 신세 전락해 묘수 못찾아
김성미 기자공개 2018-12-05 08:13:02
이 기사는 2018년 11월 26일 15: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에 대해 너무 몰랐다."고동진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장 사장은 중국 시장 부진의 원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삼성은 중국에서 승승장구하던 때도 있었다. 단기간에 시장점유율 20%, 1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1위에 이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도 견고한 입지를 자랑했다. 하지만 허상이었다. 불과 5년 만에 0.7%의 충격적인 점유율로 하락했다.
삼성 내부에선 중국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쉽게 1위 자리에 오르다보니 중국 시장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필요가 없던 것이다. 중국 현지 업체들의 경쟁력도 무시했다. 초기엔 현지 업체들의 제품력이 갤럭시보다 한참 떨어졌기 때문에 삼성을 따라오더라도 한참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은 중국산 저가 제품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으로 승부하는 전략을 썼지만 프리미엄 이미지도 잃고 시장 점유율도 잃는 패착이 됐다.
삼성은 애플의 고가 정책과 현지 업체의 저가 정책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그 사이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과 제품력이 한층 올라왔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가전, TV 등 대부분의 전자제품은 중국 현지 업체들에게 시장을 내주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에서 0%대 점유율까지 추락했다.
삼성전자 CEO들은 중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나 뾰족한 묘수가 보이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5년만에 점유율 20%에서 0.7%로 추락
삼성은 2013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기록한 바 있다.(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기준)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을 담당하던 IM부문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던 때다. 2013년 삼성전자 스마트폰 IM부문은 영업이익 25조원을 기록했다.
단 1년만의 영광이었다. 이듬해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13.8%로 급락했다. IM부문의 영업이익도 14조5600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2014년 이후 삼성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한 번도 회복되지 못했다. 2015년엔 7.6%, 2016년엔 4.9%, 2017년엔 2.1%까지 추락했다. 2018년 1분기엔 1.3%, 2분기와 3분기엔 각각 0.8%, 0.7%로 0%대 점유율을 기록했다.
애플은 나름 선방하고 있다. 애플은 2012년 11.0%의 시장점유율을 보여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2013년에 삼성전자가 20%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애플의 점유율은 6.3%로 줄었다. 하지만 2014년엔 7.3%, 2015년엔 11.3%로 점유율을 회복했고 이후 8% 안팎의 점유율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애플은 나름의 시장을 형성하며 점유율을 유지하는 셈이다.
삼성의 시장점유율 추락은 현지 업체들의 성장에 따른 것이다. 화웨이가 2013년 10.6%에서 올 3분기 25.2%로 점유율을 크게 늘렸다. 오포는 2.8%에서 21.3%까지, 비보도 3.8%에서 20.8% 까지 점유율을 늘렸다. 샤외는 5.9%에서 11.9%로 선방하고 있다.
과거 중국 시장은 삼성과 애플의 양강구도였다면 이제는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현지 업체들이 현지 시장을 장악하게 됐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지난해 중국 시장의 90%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삼성과 애플 모두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삼성이 애플보다 타격이 컸다. 프리미엄 이미지로 확고한 팬덤을 갖고 있는 애플은 여전히 고가 전략을 펼치며 판매량 감소를 상쇄했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은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하다보니 현지 소비자들을 어필할 만한 성능, 콘텐츠 등에 집중하면서 판매를 늘려갔다"며 "삼성 또한 중국 소비자들을 공략할 제품을 꾸준히 내놓았지만 선점보다는 대응 정도다보니 존재감을 잃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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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성장…어쩔 수 없었나
삼성전자는 2014년 이후 추락한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 무던한 애를 썼다. 중국 시장에 특화된 모델을 출시하기도 했고 중국 소비자들의 패턴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2016년 내놓은 갤럭시C9는 아예 중국을 겨냥했다는 뜻을 이름에 담았다. 이 모델을 중국에서만 팔리는 제품이다. 당시 갤럭시S 시리즈에 버금가는 성능에 가격대는 절반 값이었다. CPU도 당시 프리미엄급에 들어가는 스냅드래곤 653을 넣었고 6GB 램에 64GB의 저장 공간을 제공했다. 6인치 모델로 대형 스마트폰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을 겨냥했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골드' 컬러를 기본 탑재해 중국 소비자들을 겨냥했다. 가격대는 3199위안, 한화 약 55만원으로 S시리즈에 비해 절반 수준이었다. 워낙 가성비가 좋다보니 국내에서도 직구를 통해 갤럭시 C9을 구하는 소비자들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점유율을 더 떨어졌다.
원인은 내외부에 모두 있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중국 대책은 결과적으로 들어맞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중저가 모델을 중국에 내놓고 스마트폰 라인업을 단순화했다. 가격 정책이 중국에서 가장 필요한 정책이라 판단한 셈이다. 하지만 패착이었다. 가격대로 경쟁을 하다 보니 프리미엄 이미지만 훼손됐다.
중국 소비자들의 다양성에 대한 분석도 늦었다. 중국은 지역마다 소비자들의 성향이 다르다. 오포나 비보의 성장 전략에 대해 코트라는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주요 도시가 아닌 3선~5선 도시에 대형 오프라인 매장을 설치하고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라고 분석을 내놓았다.
중국 현지 업체들은 틈새시장을 겨냥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 왔다. 다양한 라인업을 내놓고 시장 마다 다른 전략을 썼다. 삼성전자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졌다. 오히려 애플처럼 프리미엄 제품을 유지한 고가 정책이 오히려 시장 점유율 유지엔 더 도움이 됐다. 삼성 내부에선 지역마다 소비자 성향이 다름에 따라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제품을 내놓던지, 일찌감치 고스펙 현상에 대응해 프리미엄폰에 주력했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제조사들은 중국 현지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인도에서도 중국 업체들에게 올해 스마트폰 1위 자리를 내줬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3분기 샤오미가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27%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23%의 점유율로 2위로 내려앉았다. 삼성을 이어 비보(10%)와 오포(8%)도 5위권 안에 들었다.
삼성은 2019년에도 중국 시장 회복을 다짐하고 있다. 스마트폰 뿐 아니라 가전제품, TV 등 완제품에 대한 시장 점유율도 회복해야 한다. 여전히 묘수를 찾기란 쉽지 않다.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유일한 해답이라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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