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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기업 옥석 가리기, 더 깐깐해진 투심 에이비엘바이오, 저조한 60대 1 경쟁률…공모주 침체, 감리 이슈 이중고

전경진 기자공개 2018-12-14 14:13:32

이 기사는 2018년 12월 12일 18: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모주 시장에서 바이오기업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검증이 강화되고 있다. 공모주 투자 열기가 냉각된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로부터 시작된 회계 감리 이슈가 바이오 섹터 기업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바이오 기업도 공모주 옥석가리기에서 더이상 예외가 아니란 평가다.

바이오의약품 개발 업체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6일부터 이틀간 공모가 산정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최종 공모가는 1만5000원으로 희망 가격(1만3000원~1만7000원) 중간값에서 결정됐다. 기관투자가들에게 배정된 물량(480만주, 전체80%)을 전부 소화하면서 증시 입성을 목전에 둔 상황이다. 회사와 IPO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공모주 시장 침체 속에 밴드 내부에서 가격이 결정됐다는 점만으로도 선방했단 입장이다.

하지만 에이비엘바이오의 수요예측 결과는 다른 바이오기업들이 시장 냉각 속에서도 역대급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모습과 대비된다. 순환종양세포(CTC) 연구기업 싸이토젠이 대표적이다. 싸이토젠은 지난달 13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총 928곳의 기관투자가들을 불러모으면서 608.9대 1의 최종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수요예측 흥행을 발판으로 공모가 역시 희망밴드 최상단(1만7000원)에서 결정됐다.

또 항체치료제 개발업체 파멥신의 경우 지난달 수요예측에서 764.1대 1의 기관 경쟁률을 기록하며 희망밴드 상단(5만5000)을 초과한 6만원에서 최종공모가를 결정하기까지 했다. 공모주 시장 침체와 무관하게 바이오 기업 IPO 흥행이 지속돼 온 것이다.

시장 관계자는 "공모주 시장 침체 속에서도 바이오기업들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단 점에서 에이비엘바이오의 수요예측 흥행 역시 기대됐었던 게 사실이다"며 "오히려 시장에서는 올해 남은 IPO 일정 중 바이오기업이 아닌 곳의 증시 입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다"고 설명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기관투자가들의 바이오 섹터 기업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기관투자가들 다수는 에이비엘바이오 대신 오히려 같은 날 수요예측을 진행한 스마트폰 부품 제조사 디케이티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디케이티는 비(非) 바이오 기업에, 전방산업 침체란 악재 속에서도 771.42대 1의 기관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높은 투자 열기 속에 디케이티는 최종공모가를 희망가격(6000~7400원) 최상단인 7400원으로 확정할 수 있었다.

기관투자가들은 우선 에이비엘바이오의 성장성에 대한 의심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항암치료제, 퇴행성 뇌질환(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하며 총 5건의 기술 이전(LO) 계약도 체결할 회사다. 하지만 기술력 검증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임상을 1상까지만 통과했단 한계를 지녔다. 또 1상 통과 역시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이뤄진 상황에서 선뜻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엔 어려움이 있었단 평가다.

한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바이오 회사인데 논문이 2개에 불과한 데다 미국에서 임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회사측에 문의해도 구체적인 계획을 듣지 못했다"며 "임상능력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바이오 기업 성장성을 보고 투자에 나설 수는 없어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더욱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 분식회계 건으로 거래정지를 당하는 등 바이오기업에 대한 불신이 시장에 퍼지고 있단 점도 공모주 시장에서의 바이오기업 옥석가리기를 가속화했단 분석이다. 삼성바이로직스의 상장 유지가 결정된 상황이지만 금융당국이 셀트리온 등에 대한 감리에 착수하는 등 바이오 섹터 투자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발행시장도 유통시장 상황과 연동되는 측면이 있다"라며 "이제는 바이오기업이라고 하면 무조건 기관들이 투자에 나서는 것도 아니고, 투자에 나서도 청약 주문을 적정 수준에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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