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2월 14일 08시4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때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는 ‘회생기업의 묘약'이라 불릴 정도로 신통방통한 효능을 자랑했다.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하던 터라 계약이 무산될 리 만무했고, 신속한 절차는 하루라도 빨리 회생을 종결하고 싶은 기업들의 니즈를 반영하기에 충분했다.문제는 묘약인 줄만 알았던 스토킹호스의 부작용이 살며시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우선 법정관리인과 스토킹호스의 유착 관계에서 비롯된 형평성·공정성 시비가 존재한다. 이는 법원이 중대한 결격사유를 제외하면 기존 대표에게 관리인을 맡기는 DIP제도에서 비롯된다.
보통 법정관리인은 회생기업이 내리는 모든 의사결정의 주체다. 입맛에 맞는 원매자를 스토킹호스로 지정해도 이를 먼저 알아차린 뒤 제재할 방법은 없다. 매각주관사인 회계법인도 법정관리인의 눈치를 살펴야 할 처지라 거리낌 없이 직언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A회계사는 "일부 법정관리인은 후일을 도모할 수 있는 스토킹호스를 데려다 놓은 뒤 혹여나 공개경쟁입찰에 원매자가 나타날까봐 전전긍긍한다"며 "예비입찰에 참여한 진성 원매자가 인수 의사를 접도록 하기 위해 자료를 불성실하게 제공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익명을 약속한 또 다른 취재원도 비슷한 경험을 시인했다. 더군다나 스토킹호스가 떡 하니 버티고 있으면 공개경쟁입찰에 도전장을 내밀지 않는 분위기도 우려 요인이다. 스토킹호스가 조건부 인수계약을 체결하면 우선매수권을 부여받아 절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 되기 때문이다.
스토킹호스가 ‘마약'이 돼 M&A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 다만 단순히 스토킹호스가 악용된 사례를 들먹이며 제도 자체를 부정하고 싶진 않다. 스토킹호스가 때론 아픈 기업들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어줄 때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개경쟁입찰을 최소한 1회 이상 먼저 진행한 뒤 유찰되면 스토킹호스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싶다. 원매자들이 한번쯤은 동등한 입장에서 겨뤄볼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말이다. 사실 공개경쟁입찰이 인가전 M&A의 원칙으로 여겨졌던 시절도 있다.
지난 1년간 수많은 회생기업을 취재했다. 아픈 기업들 중에는 제대로 된 치료만 받으면 살 수 있는 기업이 태반이었다. 스토킹호스가 부작용을 초래하는 마약이 아니라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묘약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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