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관리 '특명'…농협캐피탈 이구찬號 출범 [금융 人사이드]김광수 회장 경영방침 '맞춤형' 인사…성장보다 안정 선택
조세훈 기자공개 2018-12-19 10:21:18
이 기사는 2018년 12월 18일 15: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금융지주가 농협캐피탈 수장을 교체했다. 사상 최고 이익을 경신하는 등 뚜렷한 성과에도 수장 교체를 결정한 데는 김광수 농협지주 회장의 의중이 담겨있다는 평가다. 경기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몸집 키우기보다는 리스크 관리가 우선이라는 게 김 회장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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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지주는 지난 17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새 농협캐피탈 대표로 이구찬 본부장을 추천했다. 이 본부장은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되며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다. 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이 본부장은 제2금융 업무를 맡으며 전문 영역을 확대한 이력을 지녔다. 그는 1960년생으로 경북 산동고와 경북대 임학과, 동 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졸업했다. 농협중앙회에는 1987년 입사해 경주시지부 금융지점장, 영천시지부 지부장 등을 지냈다.
2013년 이후에는 상호금융으로 자리를 옮기며 제2금융 업권 전반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키워왔다. 그는 상호금융여신부 단장을 시작으로 투자부 단장, 기획부장, 수신부장에 이어 지난해부터 상호금융 자산운용본부장을 역임했다.
농협지주 관계자는 "자산 규모를 늘리고 기업여신 등 사업부문을 확대하는 일은 전임 고태순 대표가 충분히 했다"며 "이제 농협캐피탈이 가져가야 할 부분은 내실 다지기"라고 말했다. 이어 "상호금융 여신까지 두루 경험한 이구찬 본부장이 적임자"라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리스크 관리는 김광수 회장이 중시한 경영 방침이다. 특히 지난 10월 열린 3분기 종합경영성과 분석회의에서는 농협캐피탈을 별도로 지목해 철저한 리스크관리를 당부했다. 금리인상 및 환율변동성 확대에 따라 경기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가장 취약한 부문이 캐피탈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농협캐피탈의 여신자산 가운데 절반이 기업금융과 산업재금융이라 경기영향을 많이 받는데다 고속성장으로 부실자산 유입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실제 농협캐피탈은 급속한 자산 성장의 후유증으로 다른 농협 계열사보다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지주 관계자는 "농협캐피탈은 성장보다는 업계 환경을 보면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익스포저 점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서 고태순 대표가 교체 대상에 오르게 된 데는 농협 지주가 추구하는 경영 전략과 부합하지 않은 측면이 크게 작용했다. 농협지주가 내실 경영을 강조했음에도 고태순 대표는 내년도 사업 방향을 또 다시 성장 중심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 대표의 상징과 같은 고속 성장 전략을 내년에도 이어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그는 농협캐피탈 자산을 매년 1조원 늘려 올해 9월말 기준 영업자산은 4조6748억원까지 키웠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414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경영실적을 기록한 지난해 성과(353억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기업금융 활성화, 농식품펀드 투자 확대, 해외시장 진출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적극 추진한 결과다. 또 최근에는 신사업추진팀을 신설하며 부실채권(NPL) 시장 진출 및 중소규모 해외투자를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농협 지주의 경영 전략과 달라 결국 교체 대상에 오르게 됐다.
반면 리스크 관리 특명을 받은 이 신임 대표는 계열사 간 협력을 강화하며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리스크 관리 '집도의' 역할이 부여된 만큼 위험자산을 줄여 농협캐피탈 익스포저를 다른 농협 계열사 수준으로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은행에서 상호금융을 맡아온 만큼 지역농축협과 연계사업을 더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농축협과 협력 사업은 안전한 차주를 대상으로 농기계 렌탈 사업 등을 안정적으로 늘릴 수 있다. 농협지주가 신임 농협캐피탈 대표로 상호금융 담당자인 이 본부장을 선임한데는 지역농축협과의 상호 협력 강화도 고려사항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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