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세 확장이 우선"…유베이스 오너의 특별한 M&A 수천억 지분매각 욕심 버리고 자본확충 '결단'
김일문 기자공개 2018-12-21 10:16:04
이 기사는 2018년 12월 20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의 콜센터업체 유베이스 경영권 인수가 시장에서 회자되고 있다. 겉보기엔 대형 사모투자펀드의 일반적인 바이아웃 투자로 보이지만 구주주가 눈앞의 욕심을 버리고 회사를 키우겠다는 대승적 결단이 밑바탕에 깔려있는 딜이었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어피너티는 총 3900억원 가량을 투자해 유베이스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미 잔금납입까지 마무리 돼 딜은 모두 끝난 상태다. 유베이스는 업력 20년의 컨택센터 아웃소싱업체로 효성ITX, KT CS, 메타넷엠씨씨 등과 함께 업계 수위권에 랭크돼 있는 회사다.
눈에 띄는 점은 거래 구조다. 어피너티는 자본확충(Capital Injection) 방식을 통해 유베이스 경영권을 인수한다. 즉, 3자배정 유상증자로 3000억원 가량이 유베이스로 흘러 들어가게 되고, 어피너티는 50% 이상의 지분율을 확보하는 형태다. 이는 통상적인 M&A 거래 패턴과 굉장히 동떨어진 구조다.
보통 경영권이 수반된 바이아웃에서는 기존 주주들의 구주 거래가 일반적이다. 특히 구주주들이 창업 세대로 오랫동안 경영에 참여해 왔었거나 노령화 등 건강상의 문제로 회사를 넘겨야 하는 경우 이 같은 구주 매각(Cash-Out)이 대부분이었다.
간혹 지분을 재무적 투자자(FI)에게 넘기고 매각 대금 가운데 일부를 펀드에 태워 유한책임사원(LP) 자격을 갖는 경우는 있었으나 이 역시 회사 경영에 미련이 남아있거나 구주주 교체에 따른 사업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가 컸다.
따라서 대규모 자본유치를 통해 새주주에 경영권을 넘기고, 자신은 2대주주 자리로 물러나기로 한 유베이스 오너의 결단은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유베이스가 자본확충이 필요없을 만큼 우량한 회사라는 점은 이번 거래 방식이 흔치 않다는 방증이다.
작년말 기준 유베이스의 현금성 자산은 360억원. 반면 차입금은 250억원에 불과해 사실상 무차입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납입자본금은 127억원 수준이지만 전체 자본총계는 그 열 배인 1225억원에 달할 정도로 탄탄한 재무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왜 유베이스 오너는 자신의 경영권을 포기하는 동시에 자본확충이라는 결단을 내렸을까. 이번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오너가 당장 수천억원 규모의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욕심보다는 사세 확장을 통해 사업을 더 키우려는 의지가 강했다고 설명한다.
창업주인 박대용 대표이사는 유베이스 설립후 지난 20년간 컨택센터 비즈니스에만 매달려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콜센터의 경우 외주(아웃소싱)가 일반화 되면서 직원들의 근무 여건이 열악하고, 이직률도 높았으나 박 대표는 콜센터 비즈니스에 특화된 메가센터를 만들어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통해 더욱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전략으로 클라이언트에게 신뢰를 얻었고, 업계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는 것이 유베이스에 정통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콜센터의 물리적, 사업적 영토확장에 욕심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베이스가 단순히 국내업체로 머물러 있기 보다는 적극적인 해외 진출로 규모의 경제를 이룬다면 기업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실제로 유베이스는 일본과 말레이시아 등지에 현지 업체를 대상으로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결국 국내 1위업체인 유베이스가 글로벌 기업으로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을 유치하는 한편 본인 스스로 과감히 최대주주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거래의 핵심 관계자는 "매년 벌어들이는 이익 잉여금을 재투자해서는 사업의 확장의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간파한 박 대표가 결단을 내려 자신이 최대주주에서 내려오는 대신 어피너티를 사업 파트너로 회사를 함께 키워보자는데 의기투합했다"고 설명했다.
어피너티와 박 대표는 회사에 들어오는 3000억원 가량의 신규 자금으로 국내 새로운 메가센터 건립에 나서는 동시에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 진출 등을 계획중이다. 아울러 대기업들이 직접 운영하는 인하우스 콜센터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규모를 키운다는 복안이다.
앞선 관계자는 "3000억원의 용처에 대해서는 다각도로 고민중"이라며 "산업 통합(Industry Consolidation) 차원에서 동종업계 인수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M&A에서 박 대표는 기존 본인 지분 가운데 10% 정도만을 매각할 예정이다. 여기에 어피너티의 유상증자가 이뤄질 경우 주가 희석을 반영해 과거 72%를 웃돌았던 박대용 대표의 지분율은 30% 가량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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