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2월 21일 08: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사모투자펀드 시장에 새로운 운용사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바로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 올해 데뷔한 수많은 신생PE 중 한 곳이다. 국내 대형 PE인 스틱인베스트먼트에서 키맨 역할을 하던 정한설 대표가 올 여름 설립했다. 사막에서도 살아남는 강한 생명력을 지닌 '선인장(cactus)' 이라는 뜻이다.
정 대표는 개인 업력으로 치면 레코드가 누구보다 풍부한 인사다. 스틱에 합류하기 전까진 또 다른 대형 하우스인 IMM인베스트먼트의 초기 멤버로 활약했다. 대기업 관련 딜을 성사시키며 스틱의 인지도를 높여준 SS(Special Situation)펀드란 개념을 처음 구상한 것도 그다. 그간 스틱이 단행한 랜드마크 딜들엔 모두 정 대표가 관여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스틱이 운용자산 규모가 커지고 인력도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세대교체 시점이 왔고, 정 대표는 과감히 창업의 길을 택했다.
그런 정 대표가 독립한 지 반 년이 채 안돼 굵직한 투자 건을 성사시켰다. 수많은 신생 운용사들이 독립후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카페24의 중고 명품 거래기업 '필웨이' 인수에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정 대표가 독립후 비교적 일찍 투자를 성사시킨 비결은 '인맥'과 '협업'에 있다. 우선 정 대표는 카페24의 이재석 대표와 포항공과대학교 동문이다. 정 대표는 석사를, 이 대표는 학사를 취득했는데 두 대표가 만나 가깝게 지낸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정 대표는 공동 투자자인 MG인베스트먼트 고성규 대표(공동)와도 오랜 선후배 사이다. 서울대학교에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IMM인베스트먼트 시절부터 동고동락해왔다. 고 대표가 먼저 몸담고 있던 IMM인베스트먼트에 정 대표가 나중에 합류했고, 스틱으로 적을 옮길 때는 반대로 정대표가 먼저 자리를 잡은 후 고 대표에 손을 내밀었다. 각각의 PE 대표를 맡고 있는 두 사람이, 두 하우스 모두에게 첫 투자인 이번 거래를 함께 성사시켰다는 점이 특히 의미가 깊다.
카페24는 정 대표와 고 대표에게 낯설지 않은 기업이다. 10년 전 스틱에 있던 시절 함께 투자를 검토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거래가 성사되진 않았지만 이재석 대표와 인연을 맺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이번 딜을 속도감 있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다.
정 대표는 시장에서 세컨더리(Secondary) 및 구조조정 딜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오랜 경험을 통해 얻은 그의 투자 방식은 PE 운용역이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든 분야의 전문가를 두기 위해 하우스 내 인력을 늘릴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예를들어 바이오 관련 회사에 투자에 하려는데 해당 분야 전문가가 하우스 내에 없다면, 굳이 인력을 채용할 게 아니라 바이오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또다른 PE 하우스와 협업해 거래를 성사시키면 된다는 것이다. 성과보수를 나눠야 하기 때문에 당장 들어오는 돈이 적어지더라도, 딜을 이뤄내 트랙레코드를 쌓는 게 신생 PE에겐 더욱 중요하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캑터스PE가 앞으로도 다른 하우스와 협업해 투자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가운데 캑터스PE는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까. 스틱의 얼굴이었던 정한설 대표의 행보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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