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1월 15일 08: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지역 저축은행의 부실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그간 지역 경제를 떠받친 자동차, 조선 산업이 침체에 빠지고 지역 건설경기마저 얼어붙으면서 파산하는 협력사와 건설사들이 늘어난 탓이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서울지역을 제외한 모든 권역에서 연체율 상승이 뚜렷이 포착됐다. 수도권 대형 저축은행으로 순이익이 쏠리는 현상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이런 흐름에 대해 수도권에 위치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지역 저축은행의 부실이 남일 같지 않다"며 "우리는 우량하더라도 79개 저축은행 중 1곳만 문을 닫으면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이 일제히 돈을 인출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2년 연속 순이익 1조원을 달성한 저축은행의 호실적이 한 순간에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저축은행 관계자의 우려가 엄살로 들리지 않는 것은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보장한도 5000만원을 넘겨 예금한 고객들은 몇몇 저축은행의 부실 소식이 들려오면 즉각 예금을 인출해왔다. 2008년 금융위기에도, 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에도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사태)은 반복해서 나타났다.
뱅크런은 불안심리에서 기인한다. 불안은 전염성이 있고 침투력이 강한 특성이 있다. 한번 불안심리가 자리잡으면 옆 사람에게 즉각 전이된다. 특히 신뢰도가 낮은 저축은행은 불안심리에 더 취약하다.
한 실무자가 전해준 경험담이 이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말, 군산에 위치한 전북저축은행은 자산건전성이 취약해지면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러자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은 군산에 있는 또 다른 저축은행인 한일저축은행으로 몰려가 예금 인출을 요구했다.
은행직원뿐 아니라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들까지 나서 한일저축은행은 자산건전성이 양호한 곳이라고 거듭 설득했지만 뱅크런은 지속됐다. 그러자 한일저축은행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금고에 있는 돈을 모두 꺼내 수십억원의 현금다발을 본점 영업장에 쌓아놓고 자금여력에 문제가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불안감 앞에 '백약이 무효'였다. 고객들의 인출 요구가 지속되면서 한일저축은행은 결국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후 2009년 말 헐값에 미래저축은행에 팔려가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야기를 전해준 실무자는 "뱅크런이 한번 시작되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면에서 최근 금융당국의 상황판단이 안일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저축은행에 자기자본비율(BIS)을 높이도록 했고, 부실 위험을 막기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지표만 놓고 보면 당장 뱅크런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지역 저축은행 중 한 곳이라도 파산한다면 뱅크런이 없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경제는 심리다. 금융당국은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만일의 사태를 고려해 대비책을 마련해둬야 한다. 통상 위기는 안일함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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