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AK켐텍 내부거래…공정위 칼날 향할까 오너기업 자회사도 규제대상, 매년 400억 일감수혜 '부담'
심희진 기자공개 2019-01-23 09:34:15
이 기사는 2019년 01월 22일 08: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애경그룹이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돌발변수를 만났다. 오너일가가 직접 소유하고 있는 기업은 물론 간접 지배 계열사까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해당되면서 AK켐텍이 사정권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AK켐텍은 AK홀딩스의 자회사로 매년 400억~500억원의 일감을 내부거래로 확보하고 있다.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애경산업으로 AK켐텍의 매출 중 평균 300억원을 책임지고 있다.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23조 1항 7호 '부당지원 금지' 조항을 활용해 중견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행태를 규제하고 있다. 특수관계인 또는 계열사에 가지급금, 대여금, 인력, 부동산, 유가증권, 상품, 용역, 무체재산권 등을 부당하게 제공하거나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해 지원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불공정한 거래가 있을 경우 AK켐텍은 물론 애경산업 등 계열사들도 조사 대상에 오른다.
AK켐텍은 애경유지공업이 1982년 3월 한국쉘석유(hell Pacific Enterprises)와 합작투자로 설립한 정밀화학사다. 대전, 포항 등에 마련된 거점에서 계면활성제, 산업용 세정제, 페인트, 표면처리제, 무기소재 등을 생산하고 있다. 2009년 애경피앤씨와 애경소재를 흡수합병해 덩치를 키웠다. 덕분에 1000억원 안팎 수준이었던 매출은 2010년 들어 3000억~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억원대에서 200억원으로 10배 가량 늘어났다.
|
2007년까지만 해도 AK켐텍의 최대주주는 애경산업(50%)이었다. 그 뒤를 이어 애경유지공업과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이 18.6%, 10.9%씩 들고 있었다. 장 회장의 장남인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도 지분 9.6%를 보유했다.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건 2010년부터다. 계열사 통합과정에서 AK켐텍의 최대주주가 애경유화(52.42%)로 바뀌었다. 애경산업은 19.06%를 보유한 2대주주로 내려앉았다. 그 뒤를 이어 장 회장이 9.1%, 애경유지공업이 7.1%를 각각 보유했다. 채 총괄부회장의 보유지분은 4.24%였다.
2012년 애경그룹이 지주사 체제 전환 작업에 돌입하면서 또 한 번 변곡점을 맞았다. AK홀딩스로 바뀐 애경유화는 AK켐텍 지분율을 72.5%로 늘려 지배력을 강화했다. 애경산업은 순환출자 고리 해소 차원에서 AK켐텍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2년 뒤 AK홀딩스는 추가 주식 매입을 통해 AK켐텍 지분율을 80.1%까지 확대됐다. 장 회장은 9.1%, 채 총괄부회장은 2.7%를 각각 보유 중이다.
|
AK홀딩스 자회사로 거듭난 AK켐텍이 일감수혜 기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서다. 지난해 8월 입법예고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총수일가의 간접 지배 계열사까지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지분율 기준 강화로 오너 소유기업의 자회사(지분율 50%이상)까지 타깃이 된 셈이다. 해당 개정안은 대기업집단을 거쳐 중견기업 등에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현재 장 회장 일가는 AK홀딩스 지분을 46% 보유하고 있다. 지배구조가 '장 회장→AK홀딩스(46%)→AK켐텍(80%)'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AK켐텍도 향후 공정위 칼날을 피하기 어렵다.
내부거래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AK켐텍은 2011년부터 매년 400억~500억원에 해당하는 일감을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확보해왔다. 2017년에도 3160억원의 매출 가운데 16%인 490억원을 애경화학, 애경유화, 애경홍콩유한공사 등으로부터 거뒀다. 절대적 규모, 비중 모두 적잖은 수준이다.
그룹 내에서 AK켐텍이 가장 많이 의존하는 계열사는 애경산업이다. 애경산업은 매년 300억원이 넘는 원재료를 AK켐텍으로부터 조달하고 있다. 지난해 초 기업공개(IPO) 후에도 오너기업 자회사에 대한 일감 지원을 지속하고 있는 형국이다. 불공정한 거래가 있을 경우 AK켐텍은 물론 애경산업도 조사 대상에 오른다. 공정위는 △정상가격에 비해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사업 기회 제공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 등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AK켐텍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해서 무조건 제재를 받는 건 아니다. 계열사 내 판매가격과 시장가격 간 비교, 총수일가에 대한 의도적 이익 배당 여부 등을 검증한 뒤 정당한 거래라 판단될 경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하지만 공정위의 감시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애경그룹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불이익을 원천 차단하려면 AK켐텍에 대한 AK홀딩스의 지분율을 낮추거나 내부거래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