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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의지 없던 현대중공업, 돌연 태도 바꾼 이유는 [대우조선해양 M&A]산은 제안 후 협상 이어온 듯…떠넘기기식 딜?, 특혜 의혹도

최은진 기자공개 2019-02-01 07:55:53

이 기사는 2019년 01월 31일 16: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전격 나선 배경에 관심이 몰린다. 수년 전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이 시작될 당시만 해도 현대중공업은 인수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었다. 자금 여력이 마땅치 않은데다 업황에 대한 우려도 팽배해 공멸을 토로할 정도였다. 그러나 돌연 입장을 바꿔 인수를 전격 결정하면서 다양한 의혹을 남기고 있다. KDB산업은행이 당초 밝혔던 공개입찰방식이 아닌 변형된 수의계약 방식인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매각 대상자를 결정했다는 점도 의문을 남긴다.

국내 조선업을 '빅(Big)2'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2016년.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업황과 기업 경쟁력 등을 감안해 조선업 구조조정을 밝히면서다. 이의 일환으로 대우조선해양을 경쟁 조선사에 매각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을 접촉하며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인수 의향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들 조선사는 업황침체로 인한 공멸 가능성을 주장하며 강력하게 반대의사를 밝혔다. 결국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의 체질개선이 매각보다 우선시 돼야 한다는 판단으로 구조조정 및 자금지원을 단행했다.

그리고 4년 뒤인 현재,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공개입찰방식이 아닌 스토킹호스 방식을 통했다. 스토킹호스 방식이란 매각측이 인수의향자와 공개입찰을 전제로 조건부 인수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인수를 원하는 다른 원매자에게도 인수 기회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수의계약과는 차이가 있으나 처음부터 특정 원매자를 점찍어 매각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수의계약과 비슷하다.

산업은행은 삼성중공업에도 인수 제의를 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요식행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이미 현대중공업그룹은 산업은행과의 조선합작법인, 현대중공업지주 등으로 물적분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 정도면 인수 협상의 마무리 단계서 구색 맞추기를 위해 삼성중공업을 슬쩍 끼워넣는 식이라는게 업계의 평가다.

그동안 산업은행은 공기업인만큼 계약의 정당성을 고려해 공개입찰방식으로만 기업 매각을 진행해 왔다.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대형 딜(Deal)을 공개입찰 방식이 아닌 수의계약 형태를 빌었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이라 의구심을 낳는다. 더욱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부정적 스탠스가 돌연 바뀌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 사이에 모종의 거래관계가 있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번 딜은 산업은행이 먼저 현대중공업에 제의하며 성사됐다고 전해진다.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이 어느정도 마무리 됐다는 판단으로 민영화를 발 빠르게 추진했다는 주장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2016년 말 5544%에서 지난해 9월말 222%로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2017년 7000억원에서 2018년 1조원 정도로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조선업황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적극적인 원매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수의계약 형태를 활용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공개입찰방식을 통해서는 원매자 찾기는 물론 M&A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분을 매각하는 단순한 방법 대신 합작 지주사 설립 후 현물출자 및 유상증자라는 다소 복잡한 방법을 택한 것 역시 현대중공업의 인수 니즈를 이끌어 내기 위한 인센티브 및 특혜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체질개선과 함께 업황 회복이라는 호재가 이번 인수를 성사시켰다고도 본다. 인수방법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이 여전히 진행 중인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현대중공업에 대한 배려차원이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위 전직 고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분명했지만 돌연 입장을 바꿔 인수를 승락한 것"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의 체질이 대폭 개선된데다 업황회복을 기회로 삼아 1위 조선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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