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빅딜 그후]한화그룹의 '보석' 된 '한화종합화학·한화토탈'①M&A 이후 이익률 급등…방산업체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규모의 경제' 성과
박기수 기자공개 2019-02-11 07:21:00
[편집자주]
'삼성 vs 한화·롯데 빅딜'이 이뤄졌던 2014~15년은 2010년대 재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해다. 재벌 그룹의 지배구조와 후계구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상태에서 각 그룹 간의 자발적 M&A는 큰 의미를 가졌다. 빅딜 이후 3년, 삼성·롯데·한화의 M&A 기업들의 현재, 그리고 M&A 이후 각 그룹의 사업 및 지배구조 현주소를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2월 07일 08: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예부터 삼성 하면 떠오르는 것은 일등주의다. 자부심의 원천부터 재계 1위 그룹으로 올라선 비결, 한편으로는 맹목적이라고 비판받는 삼성의 일등주의는 2010년대 인수·합병(M&A) 시장에도 녹아들어 있었다. 삼성과 한화 방산·화학사 빅딜(Big deal), 삼성과 롯데의 화학사 빅딜이다.삼성 빅딜 당시 삼성에서 한화로 적을 옮긴 회사 관계자 A씨는 당시 빅딜 결정을 내렸던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회상했다. A씨는 "부친 와병 중 처음 경영 일선에 나선 사람이 뭘 원했겠느냐. 그룹을 자신의 색채로 조금씩 물들이고 싶었는데, 그래서 택한 것이 전자"라며 "당시 화학 사업은 국내에서도 1등을 하는 기업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2010년대 초 태안반도 기름 유출 사태 등으로 이 부회장은 환경 오염으로 인한 리스크를 최대한 회피하고 싶어 했다는 후문도 있다. 이 부회장이 그룹 내에서는 1등도 아니고, 불필요한 비판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 중후장대 산업을 과감히 '비핵심자산'으로 분류했다는 게 업계의 공감대가 됐다.
후폭풍은 짙었다. 우선 삼성종합화학(현재 한화종합화학)·토탈은 빅딜 발표 이후 평생 없었던 노동조합이 생겼다. A씨는 "내가 입사하고 종사하던 회사의 주소가 바뀐다는 거부감이 컸다"며 "구성원들 대부분 재계 순위 1위 그룹인 삼성의 일원이었다는 자부심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회사가 어떻든, '삼성'이라는 간판이 주는 자부심과 만족감은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이었다. 이는 롯데그룹으로 주소를 옮긴 삼성정밀·첨단·BP화학의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한화그룹은 2015년 4월 30일 삼성종합화학(현재 한화종합화학)의 지분 57.6%와 삼성종합화학의 50% 자회사였던 삼성토탈(현재 한화토탈)의 지분을 인수했다. 두 달 뒤 삼성테크윈(현재 한화테크윈)의 지분 32.4%와 삼성테크윈의 50% 자회사인 삼성탈레스(현재 한화시스템)의 지분을 인수했다. 더불어 한화테크윈이 삼성이 여전히 보유 중이던 한화종합화학 지분 23.4%를 추가로 매입했다. 떠들썩했던 '한화-삼성'간 빅딜이 2015년 상반기에 마무리된 셈이다.
빅딜 후 3년 이상이 흐른 지금, 한화로의 매각 이후 적응기를 마친 회사들의 현주소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각 기업은 그룹의 '보석'이 됐다.
◇영업이익만 1조 거둔 화학사들
한화그룹이 빅딜로 인수한 화학 기업 두 곳(△한화종합화학 △한화토탈) 중 사업 규모에 방점이 찍혀있는 곳은 모회사 한화종합화학이 아닌 한화토탈이다. 한화종합화학은 2014년 빅딜 전 테레프탈산(TA, Terephthalic Acid)와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Purified Terephthalic Acid) 사업을 영위하던 '삼성석유화학'과 합병하기 전에는 한화토탈을 품고 있는 중간지주사(비사업)에 불과했다.
삼성석유화학과의 합병 후에도 사업의 규모가 한화토탈에 비해 작아 수익은 한화종합화학보다 한화토탈에서 나온다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 2017년 기준 한화종합화학(별도)과 한화토탈(연결)의 매출은 각각 1조7991억원, 9조6775억원으로 한화토탈이 5배 이상 매출 규모가 크다.
한화 화학의 핵심이 된 한화토탈은 빅딜 이후 실적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한화토탈은 빅딜이 불붙었던 2014년 연결 기준 매출 8조7914억원, 영업이익 1727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96%에 불과했다. 다만 이듬해부터 석유화학업계에 호황이 찾아오며 실적이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2% 미만이었던 영업이익률은 2015년 9.64%, 2016년 17.92%, 2017년 15.67%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3분기 누적 11.85%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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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율이 아닌 절대 수치로 놓고 봐도 한화토탈이 빅딜 후 '대박'이 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화토탈은 2016년 영업이익으로 1조4667억원, 2017년 1조5162억원, 지난해 3분기 누적 9963억원을 벌어들였다. 관계자 A씨는 "한화그룹 내에서 사실상 지주사인 ㈜한화를 제외하고 단일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1조원을 낸 건 한화토탈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빅딜 이후 PTA 시장이 살아나며 한화종합화학의 실적도 상승했다. 삼성종합화학과 합병을 마친 2014년 당시 삼성종합화학은 영업 적자를 냈다. 매출은 1조1212억원을 냈지만 영업이익에서 마이너스(-) 42억원을 기록했다. 이랬던 기업이 빅딜 이후 2015년 영업이익률 14.26%, 2016년 33.44%, 2017년 31.72%(별도 기준)를 기록하며 비상했다. 영업이익 규모는 2016년 5459억원, 2017년 5706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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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의 경제 구축한 방산사들
방산 기업(△한화에어로스페이스(옛 한화테크윈) △한화시스템)은 화학사들보다는 우수한 실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다만 그룹 내 주력 사업으로 육성 중인 방산 사업에서 매출 3조~4조원 규모의 기업을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에서 인수했던 한화테크윈이 사업 부문 분할 및 이관을 통해 여러 개의 회사로 쪼개지고, 한화테크윈 자체도 쪼개지며 사업 구조가 이제야 막 정착됐다는 시선도 있다. 인수 이후에 전문화·효율화 작업이 이제야 막 끝난 셈이다.
빅딜이 이뤄지기 전 한화테크윈은 실적 하락세를 보였다. 한화테크윈은 연결 기준 2013년 매출 2조6298억원, 영업이익 960억원을 거뒀지만 이듬해 매출 2조6156억원, 영업이익 79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3.65%에서 0.3%로 떨어졌다.
한화로 주소를 바꿨던 해(2015년)에는 59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그러다 2016년 매출 3조5189억원, 영업이익 1507억원으로 다시 반등에 성공했다. 다만 이후 지상방산과 에너지장비, 산업용장비 사업 부문을 분할했던 2017년과 시큐리티 부문을 한 번 더 나눴던 지난해 실적이 악화했다. 2017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4조2155억원, 829억원(영업이익률 1.97%), 지난해는 3분기 누적 매출 2조7993억원, 영업손실 16억원(영업이익률 -0.06%)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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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테크윈의 자회사였던 한화시스템은 삼성탈레스 시절 프랑스의 탈레스인터내셔널과 지분 합작으로 세워진 회사였다. 그러다 2016년 10월 10일 한화테크윈이 탈레스인터내셔널로부터 지분 50%를 추가 취득하며 100% 자회사로 삼게 됐다. 구축함 전투지휘체계, 열 영상 감시장비 등 각종 군사 장비를 판매하던 한화시스템은 빅딜 이후 꾸준하게 영업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2014년 한화시스템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6176억원, 206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3.34%였다. 한화로 적을 바꾼 이후에는 2015년 영업이익률 4.08%, 2016년 2.89%, 2017년 3.60%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는 매출 6404억원, 순이익 69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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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화학사 직원들끼리 도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한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와 삼성'후자'(전자 외 계열사)로 나뉘는데, 화학사는 후자도 아닌 '말자'였다"라는 말이다. 조 단위 매출을 뿜어내는 계열사치고 삼성그룹에서 존재감이 미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랬던 화학사들은 방산사들과 함께 한화그룹으로 주소를 바꾸며 보석으로 재탄생했다.
관계자 A씨는 빅딜 이후 한화그룹으로 옮긴 회사들의 입지가 날이 갈수록 탄탄해지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A씨는 "한화종합화학과 한화토탈은 인수 후 그룹 차원의 관심사가 됐다"며 "회사 신사업이나 안전관리 시스템 등 전반적인 운영 방식 등이 타 계열사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이제는 국내 화학업계의 구도가 '빅2(LG·롯데)'가 아닌 '빅3(LG·롯데·한화)' 구도가 돼도 자연스럽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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