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의 보험 '책사' 발탁…준비된 파격 인사 성대규 내정자와 2년전 첫 인연…분위기 반전시킬 적임자 판단
신수아 기자공개 2019-02-15 08:55:00
이 기사는 2019년 02월 14일 09: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연말 전격적인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을때 모두가 깜짝 놀랐다. 평소 조 회장의 품성과 인사 스타일을 감안할 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사였다. 그런 조 회장이 또한번 모두를 놀라게 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당초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이 갈 것으로 예상했던 신한생명 대표 자리에 신한 사람도 아니고, 업계 종사자도 아닌 금융위원회 출신 보험개발원장을 낙점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말 그대로 깜짝 인사다.하지만 그룹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깜짝 인사라기보다 준비된 인사에 가깝다. 조 회장이 보험사 인수에 관심을 기울일 때 드러나지 않은 조언자 역할을 한 인물이 성 내정자라는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아울러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해당 분야의 실력자를 영입한다는 조 회장의 인사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이다.
신한생명은 1990년 설립 이후 단 한번도 외부 인사에게 대표 자리를 맡긴 적이 없다. 은행과 지주, 생보내 유력 인사가 책임자로 나섰고, 신한생명을 거치며 그룹내 입지를 확대하는게 하나의 인사 공식이었다. 한동우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신한생명의 대표를 거쳤다.
반면 성대규 내정자는 정통 관료 출신이다. 금융위원회 보험과와 은행과를 거치며 실무를 쌓았고, 보험업계와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금융위를 떠난 후에는 보험업계의 씽크탱크로 불리는 보험개발원의 수장을 맡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성 내정자는 합리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며 "일찌감치 보험사의 잠재적 대표이사로 자주 언급됐다"라고 설명했다. 언제든 사장에 올라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는게 보험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신한 출신' 사장 전통을 깰 수 있었던 것은 조용병 회장과의 인연 때문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약 2년 전 보험업 인수에 관심을 기울이며, 이를 함께 스터디할 인물이 필요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67년생으로 한양대 출신인 성 내정자는 당시 업계내 동년배 금융인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었다"며 "관료 출신인 성 원장이 업계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과 성 내정자를 엮어준 이도 바로 이 네트워크를 통해서였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조 회장과 성 내정자는 2년 전 그룹 내 실무자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됐다"며 "성 내정자가 업계 내 평가가 좋았던 터라 조 회장이 호의를 갖고 관계를 다져왔던 것으로 알고 다"고 설명했다.
의외로 연결고리가 많았다. 조 회장은 57년 생으로 성 원장보다 금융인으로 10년 선배다. 조 회장이 신한은행 리테일 부문장이자 영업추진그룹 부행장을 맡을 당시, 성 내정자는 금융위원회 은행과의 핵심 실무자였다. 조 회장이 신한은행장으로 승진했을 무렵 성 내정자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위원이었다. 당시 신한은행은 금감원으로부터 크고 작은 제재를 받았던 터다. '신한'과 '은행'으로 엮인 만남은 '보험'으로 이어졌고,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완성됐다.
애초 조 회장은 정문국 현 오렌지라이프 사장을 신한생명 사장으로, 임보혁 신한생명 부사장이나 우영웅 전 신한지주 부사장 중 한명을 오렌지라이프 사장으로 고려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보험업계에선 성 내정자와 김헌수 현 금융감독원 보험산업 혁신 TF 위원장도 오렌지라이프의 차기 사장 후보군에 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분위기는 신한 내부 인물의 중용이 유력했었다.
아쉽게도 조 회장의 구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노조 반대에 우려를 나타내던 정문국 사장이 신한생명 대표직을 고사하며 상황이 반전됐기 때문. 또다른 내부 관계자는 "의도치 않게 시장에 불편한 시그널을 주게된 조 회장은 고심 끝에 평소 대내외 평판이나 경력 면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는 성 원장을 낙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렌지라이프도, 신한 내부도 아닌 외부 인사를 기용해 '균형'을 꾀한다는 계산이다.
조 회장의 판단은 적중했다. 성대규 내정자 추천 이후 신한생명 사장 인선을 두고 소란스러웠던 분위기는 단숨에 수그러들었다. 노조의 반대 목소리도 사라졌다. 오렌지라이프의 완전 자회사, 신한생명과의 합병 등 굵직한 이벤트를 앞둔 상황에서 대관 업무의 중요성도 감안했을 것이란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먼저 내정됐던 정문국 현 오렌지라이프 사장이 노조의 반대에 부딪혔던 전례를 감안해 노조와 신한 내부가 모두 납득할만한 인물을 찾아낸 것"이라며 "대내외적인 변화를 앞두고 당국과의 교감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성 내정자는 맞춤형 이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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