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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가 '흙수저' 라고? [thebell note]

김선규 기자공개 2019-02-22 11:13:47

이 기사는 2019년 02월 21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로부터 전환우선주 발행 배경에 관해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신한지주는 재무적인 관점에서 '흙수저'라는 얘기였다. 부모(주주)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많지 않아 지금껏 자본적인 여유가 있었던 적이 드물었다고 설명했다. 전환우선주도 이런 이유에서 발행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설명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신한지주의 회계기준 자기자본량은 경쟁사인 KB금융지주보다 많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10년간 금융지주사 중 가장 많은 순익을 거두면서 자본도 충실히 쌓았다. 그런데도 흙수저라고 말한 속내가 궁금했다. 이를 눈치 챈 그는 신한지주 자본운용에 관한 스토리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신한지주는 태생적인 한계 탓에 그간 자본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지주사 전환 시점의 시가총액이 낮아 납입자본이 재무제표상 적게 반영된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지주가 지주체제로 전환한 2001년에는 세계경제 동시불황과 9·11테러사태로 시장 여건이 좋지 않았을 때였다. 신한지주 주가도 최저점이었고 그만큼 자본잉여금도 낮게 반영됐다.

실제 신한지주 납입자본은 11조원으로 KB지주보다 8조원 가량 적다. 자본금은 비슷하지만 자본잉여금에서 2배 정도 차이가 난다. 자본잉여금은 하나금융지주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신한지주는 부모한테 물려받은 재산이 그만큼 적다는 얘기다. 이는 KB지주와 자본비율이 차이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태생적인 한계는 또다른 형태로 압박했다. 그는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지주 체제로 전환할 당시 자회사가 은행밖에 없었다"며 "은행도 후발주자였기 때문에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좋은 매물을 인수해 성장기회를 잡아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웃돈을 주고서라도 조흥은행과 LG카드 등을 살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가격을 더 주고 M&A를 추진한 탓에 영업권이 발생했다. 영업권은 자본공제항목으로 분류돼 보통주자본량을 차감한다. 신한지주는 크고 작은 M&A로 발생한 영업권이 4조원에 이른다. 그 결과 금융지주사 중 영업권 영향으로 자본비율이 가장 크게 하향 압박을 받고 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물려받은 재산이 적고 좋은 회사를 인수해야 했기 때문에 열심히 돈을 모아야 했다"고 말했다. 신한지주 이익잉여금은 22조원으로 KB지주에 비해 5조원 많다. 지난 18년간 열심히 돈을 벌고 모은 덕분에 납입자본과 자본공제항목에서 발생하는 경쟁사와의 자본비율 격차를 줄일 수 있었다.

이렇게 보면 전환우선주 발행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적어 어떻게든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했다. 결국 흙수저라는 꼬리표가 절실함으로 이어져 금융지주 최초로 전환우선주를 발행했고, 자본 조달경로를 한층 다양화한 원동력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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