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2월 28일 16: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제철의 지배력 개념은 비교적 엄격하다. 다수의 기업들이 사실상 지배력(De Facto Control) 개념을 광범위하게 해석하는 반면 현대제철은 지배력 행사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한다. 현대제철 자회사 현대비앤지스틸이 과반 미만의 지분에도 종속기업으로 분류된 이유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비앤지스틸은 현대제철이 41.1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은 출자회사가 피출자회사의 지분 50% 이상을 보유할 경우 종속기업으로 분류한다. 2013년 사실상 지배력 개념이 도입되면서 50% 미만의 지분을 보유해도 종속기업에 포함시킬 수 있게 됐다. 출자회사가 피출자회사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종속기업에 포함할 수 있다. 현대비앤지스틸은 사실상 지배력 개념을 이용, 현대제철 종속기업으로 분류됐다.

현대제철이 현대비앤지스틸에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한다고 판단한 건 이사회 구성 때문이다. 현대비앤지스틸 이사회에는 관례적으로 현대제철 재경본부장이 비등기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 이사회에는 현대제철 김점갑 전 재경본부장(전무)이 들어가 있다. 현대비앤지스틸은 내달 15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회 비상무이사와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했다. 현대제철 서강현 재경본부장(전무)이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비등기임원으로 등재될 예정이다. 현대제철은 현대비앤지스틸 이사회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사실상 지배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점은 현대중공업그룹, LG그룹 등 주요 그룹의 분류 기준과 대비된다. LG전자, LG생활건강 등 그룹 주요 계열사는 ㈜LG의 관계회사로 분류돼 있다.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50% 미만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그룹의 정체성인 조선업을 하는 자회사다. 현대중공업지주가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은 31.67%로 50%에 미치지 못해 관계기업으로 분류됐다.


사실상 지배력 개념을 판단하는 요건은 다양하다. 최대주주가 과반수 미만의 지분을 보유해도, 주주들이 넓게 분산되어 조직적 담합이 없는 경우 사실상 지배력이 있는 걸로 본다. △잠재적 의결권 △계약상 권리 △과거 주주총회의 의결 양상 등도 사실상 지배력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현대제철은 현대비앤지스틸 이사회의 의사결정이 재무에 미칠 영향을 신중하게 검토한다. 모회사 재경본부장이 자회사의 의사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이 현대비앤지스틸을 종속기업에 포함한 이유다.

현대비앤지스틸은 2001년 4월 현대자동차그룹에 편입됐다. 현대제철이 2007년 현대비앤지스틸의 최대주주가 됐고,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종속기업에 포함됐다. 현대제철은 철강 제조 자회사 2곳을 종속기업으로 분류했다. 비상장사인 현대종합특수강은 현대제철이 지분 60%를 갖고 있고, 현대위아가 4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난해 현대제철의 연결기준 매출은 20조7084억원, 영업이익은 1조261억원이다. 이중 4% 가량이 현대비앤지스틸, 2%가 현대종합특수강의 매출이다. 지난해 3분기 현대비앤지스틸은 매출 5456억원, 영업이익 307억원을 달성했다. 현대종합특수강의 매출은 3375억원, 영업이익은 110억원이다. 종속기업인 현대비앤지스틸과 현대종합특수강은 매출, 영업이익, 자산 등 재무를 현대제철과 공유한다. 법인은 다르지만 사실상 '한몸'인 셈이다.

현대비앤지스틸은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이후 흑자경영을 이어갔다. 현대비앤지스틸과 재무를 연결한 게 현대제철에 이득이었던 셈이다. 연결재무제표는 기업집단 전체의 경영성적과 재정상태를 표시하기 위해 작성한다. 일부 기업은 연결재무제표 작성을 꺼리는 경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