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펀드로의 성장, 넉넉한 보수 선행돼야 [GP 적정 관리보수 논란]②독립계 운용사 일부 "디딤돌 마련해달라"
한희연 기자공개 2019-03-07 10:17:55
[편집자주]
숙명적으로 출자기관과 운용사 사이에서 수수료 수준에 대한 의견은 늘 대립할 수 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덜 주려는 쪽과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는 쪽의 이해관계가 늘 상충하는 상황에서 경쟁 등 시장 환경에 따라 적정 수준을 찾아가는 게 결국은 경제 논리다.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수수료를 논할 때 국내의 관리보수 수준은 해외에 비해 낮게 형성돼 있는 게 현실이다. '보수가 박하다'고 토로하는 GP들과 '성과를 보여주면 박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하는 LP사이에서 적정한 관리보수 수준은 어디쯤일까.
이 기사는 2019년 03월 06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관리보수는 말 그대로 펀드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운영비와 기타경비 등을 위해 쓰이는 수수료다. 인건비와 관리비 등이 포함된다. GP라면 당연히 수수료를 더 받기 위해 노력할테지만, 특히 일종의 창업을 했다고 볼 수 있는 이들 신생 PE는 물론이고 중·소형 운용사들은 사실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돼 있어 관리보수의 수준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주요 유한책임사원(LP)들의 출자 사업 공고를 감안해볼 때 국내 GP관리보수는 최근 1% 내외로 형성되고 있다. 사실 수수료율에 대한 체감은 상대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는데 국내 GP 일부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고 이마저도 경쟁 등으로 인해 더욱 박해지고 있다고 토로한다.
사모펀드 운용에 있어 '2(관리보수)-20(성과보수)'는 수수료 체계를 논할 때 글로벌 스탠다드다. 인건비나 관리비 등으로 쓰이는 관리보수와 추가 수익으로 개인이 가져가는 성과보수의 평균적인 수준을 얘기할 때 인용된다. 관리보수는 통상 2%가 표준이라는 주장도 있으나일부 글로벌 펀드는 1%의 수수료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펀드 사이즈가 상당히 큰 경우로 대형 출자에 따른 일종의 디스카운트를 해 주는 성향이 짙다는 설명이다.
국내의 경우 일부 대형 펀드들은 1% 미만, 중·소형 펀드들은 1% 초중반의 관리 보수를 받아가고 있는 게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전반적인 수수료 수준에서 이미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괴리가 있는 셈이다.
펀드라면 기본적으로 관리보수 보다는 투자 성과를 더 내 초과 수익률로 이익을 챙겨가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박한 관리보수를 탓하기보다는 이를 뛰어넘는 초과 수익을 내 성과보수를 두둑히 챙겨가라는 지적을 할 때 쓰이는 논리다.
펀드별로 편차가 있지만 일각에서는 관리보수 등 기본적인 수수료 수준이 그래도 글로벌 수준 정도는 돼야 투자의 질을 높여 더 큰 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기본적인 운영을 위한 재원이 확보돼야 사람에 대한 투자도 하면서 수익률 상승을 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관리보수로 사용되는 일반적인 항목은 운용인력 확보와 유지, 사무실이나 IT시스템 구비, 운용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내부 비용 등이다.
단적인 예로 운용자산을 3000억원 가량을 굴리고 있는 운용사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출자자들로부터 1%를 밑도는 관리보수를 받고 있다고 가정하면 30억원에 살짝 못 미치는 돈이 들어오는 셈이다. 3000억원 정도의 자산규모를 감안해 1000억 원 당 한명의 전문 운용역을 고용하고, 이밖에 사무실 렌트비, IT 관리 등 여러 비용을 30억 원 내에서 해결해야 하는 셈이다.
물론 30억원의 관리보수를 놓고 절대적으로 많고 적음을 논할 수는 없다. 보수적인 경영을 하는 운용사라면 넉넉하게 살림을 꾸려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GP들은 펀드의 사이즈를 키워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출자기관들이 비교적 후한 관리 보수를 지급해 운용사 살림을 넉넉하게 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중소형 독립계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형 금융사의 사업부 형태인 비독립계 운용사의 경우 GP커미트먼트(펀드의 구속성 투자금) 책임에서 자유로운 반면 독립계는 회삿돈으로 이를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살림이 더 빡빡해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또 블라인드 펀드내 포트폴리오의 엑시트가 이뤄진다면 그만큼 관리보수가 사라지는 반면 전체 펀드를 청산해 성공보수를 얻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살림살이가 나아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이들 운용사들은 출자기관들이 대형 블라인드 펀드로 성장해 나가길 요구하고 있지만 이러한 환경하에서는 인력 확충과 딜 파이프라인을 넓힐 수 있는 여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 중견 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의 성장 과정을 볼 때 처음에는 프로젝트 펀드를 거쳐 미드캡 블라인드 펀드, 나아가 라지캡 블라인드 펀드로의 발전을 누구나 그리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출자기관의 바람대로 몸집을 부풀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론 출자를 하는 LP 입장에서는 검증 안된 운용사에 섣불리 후하게 보수를 지급해 줄 수는 없는 입장이다. 투자 수익으로 먼저 검증을 해 주면 왜 수수료를 박하게 주겠냐는 논리를 펼 수 밖에 없다. 투자 수익을 높이기 위해 관리보수를 넉넉히 달라는 운용사와 우수한 성과가 나와야 관리보수도 덩달아 올라간다는 출자기관의 논리가 충돌하는 셈이다. 이는 결국 양측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대립으로 압축할 수 있다.
대형 펀드들이야 관리보수에 의존하는 비중이 적겠지만 펀드의 규모가 작을 수록 그 비중이 커지기 마련이다. 최근 사모펀드 시장이 커지며 독립계 신생 PE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17년에는 135개,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이미 80개의 경영참여형 PEF가 설립됐다. 처음 시작하는 만큼 이들의 살림살이는 상대적으로 빡빡할 수 밖에 없다.
PE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GP에 대한 수수료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은 데다 점점 더 하향 추세"라며 "특히 독립계 PE의 경우 운영하는 펀드수가 적거나 없어 처음에는 굉장히 타이트하게 회사를 운영해야 하는게 현실이라 관리보수 등에 있어서도 몇 bp 차이에 민감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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