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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계열사 겸직 대거 내려놓는 이유 [이사회 분석]진에어·정석기업·한진정보통신·한진관광·한국공항·칼호텔네트워크 임원 사임

임경섭 기자공개 2019-03-07 10:09:04

이 기사는 2019년 03월 06일 10: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 계열사의 이사회 구성에 대격변이 발생한다. 한진그룹내 9개 계열사에서 임원으로 올라있는 조 회장은 그룹내 핵심 연결고리에 해당하는 한진칼, ㈜한진, 대한항공의 등기임원직은 유지하고 6개 계열사에서 겸직을 해소한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조치다. ㈜한진은 감사위원회를 설립하고 사외이사를 늘렸고, 진에어는 사내이사를 절반으로 줄이고 사외이사 비중을 강화했다.

한진그룹은 지난 5일 조양호 회장이 한진칼, ㈜한진, 대한항공을 제외한 한진그룹 계열사 등기임원직을 모두 내려 놓는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통해 진에어, 정석기업, 한진정보통신, 한진관광, 한국공항, 칼호텔네트워크의 등기 및 미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난다.

조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상 중요한 연결고리에 해당하는 계열사들의 등기임원은 유지한다. 지배구조상 핵심적 역할을 하면서 KCGI의 경영 참여 위협을 받는 계열사다. 한진칼은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이고 대한항공과 ㈜한진은 중간 지주회사격 계열사로 각각 그룹 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한진그룹 지분 구조

KCGI의 경영 참여 시도가 가장 많은 한진칼, 그리고 대한항공. 이 2개의 계열사 등기임원직은 양보할 수 없는 자리다. 한진칼의 경우 석태수 사장(사내이사)과 조현덕·김종준 사외이사의 임기가 만료된다. 후임 인선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KCGI는 주주제안을 통해 조재호 서울대학교 교수와 김영민 변호사 등을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한진그룹측이 순순히 이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KCGI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KCGI의 주장이 모두 맞다는 걸 대외적으로 인정해버리는 꼴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조양호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새로운 3년 연임안을 상정한다. 조 회장의 연임 여부가 가장 관심이다. 주총에서 표대결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김재일 사외이사가 임기를 채우고 물러나면서 대한항공은 박남규 서울대학교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계획이다.

㈜한진은 감사위원회를 설립하고 사외이사 2명을 신규 선임한다. 기존 한강현 변호사, 성용락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에 더해 김문수 서울시립대 교수, 한종철 포항공과대학교 감사를 추가 선임하면서 사외이사진을 4인 체제로 구성한다. 한진은 지난해 말 자산규모 2조원을 넘기면서 감사위원회 설립 기준을 충족했다.

한진그룹 이사회 변동

조양호 회장이 사내이사 직에서 사임하는 진에어는 사내이사를 4명에서 2명으로 줄인다. 조 회장이 물러나면서 오문권 인사재무본부장도 함께 사임한다. 반면 사외이사는 3명을 유지하면서 사외이사가 사내이사보다 많아지게 된다. 진에어 이사회 내에서 사외이사의 역할을 늘려 이사회 견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조양호 회장의 진에어 사내이사 선임을 두고 과도한 겸임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조 회장은 반대 여론을 달래고 경영 정상화를 위한 의지를 보이기 위해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계열사 겸직을 대폭 줄인 것으로 보인다. 오는 27일 열릴 한진그룹 계열사 주주총회가 한진그룹의 희망대로 흘러갈지, 다른 주주의 반대에 부딪혀 난관을 맞을 지 여부는 현재로선 전망이 불확실하다. 다만 과도한 겸임에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 행사에 나설 가능성이 열려있고 KCGI와의 분쟁도 심화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조 회장의 결단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에게 주주권익 확대, 투명성 강화 등의 의지를 보여주고 주총에서 기관투자가들을 우군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을 하기 위해서는 주총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만큼 우군 확보가 필수적이다.

한진그룹 측은 "조양호 회장은 핵심 계열사 업무에 집중하고 한진그룹 재도약을 선도하기 위해 겸직 계열사를 9개사에서 3개사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며 "조 회장은 지주회사인 한진칼, 그룹의 모태인 ㈜한진,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등 3개사 이외의 계열사 겸직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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