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3월 19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린 이제 어차피 변방인데요. 구조조정 업무는 현재 산업은행에서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신세입니다. 업무량만 많을 뿐 조직 내부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어요."기업구조조정 업무를 맡고 있는 산업은행 관계자가 한숨을 쉬며 토로한 말이다. 산업은행 내부에선 비슷한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구조조정 업무가 소외되고 있다는 건 작년부터 흘러나온 얘기지만 최근 직원들 사이에 급속도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이동걸 회장이 올해 KDB넥스트라운드의 마중물 역할을 한층 강화하면서 구조조정 업무는 뒷전으로 밀린 영향이 커 보인다.
올해 초 정기인사에서 혁신성장 업무를 맡았던 직원들이 승진과 요직을 꿰찬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야근 뿐 아니라 주말도 반납하고 구조조정 업무를 했지만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이유다. 이 때문에 기업구조조정 업무가 홀대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직원들 사이에서 가장 선호되고 있는 업무가 무엇인지를 봐도 알 수 있다. 산업은행 다른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직원들이 구조조정 업무 또는 IB(투자은행) 업무를 선호했는데 최근엔 벤처투자, 혁신성장 지원 등의 업무를 선호하고 있다"며 "지원을 받으면 상당 수 직원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조직운영도 마찬가지다. 이 회장이 KDB넥스트라운드실을 신설하고 2019년을 KDB넥스트라운드 브랜드 원년으로 선포해 벤처투자에 힘을 실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또 '본부'에 머무르던 혁신성장금융 조직을 '부문'으로 한 단계 격상시킨 반면 구조조정부문을 본부로 축소시켰다. KDB넥스트라운드는 시장형 벤처투자 플랫폼을 말한다.
물론 혁신성장 지원 등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맞닿아 있다.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의 방점이 구조조정에서 혁신성장 지원으로 옮겨갈 수 있다. 그래도 올해 자동차업계 등 주력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구조조정 업무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은 피해야지 않을까.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구조조정 업무를 맡았던 직원들에겐 뭔가 해보자는 의지가 느껴졌다. 구조조정에 자신감이 붙은 이 회장 덕분에 그간 책임론에 시달리던 직원들이 구조조정 업무를 흔들림 없이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만난 직원들의 표정은 또 달라져 있었다. 산업은행 내부의 변화된 분위기와 구조조정 업무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사라진 탓으로 보인다.
그간 산업은행이 쌓아온 구조조정 업무의 경험과 노하우도 상당하다. 최근 몇 년 간 구조조정 실패의 책임론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산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산업은행, 특히 구조조정 업무를 맡았던 직원들은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 이들이 산업은행 내에서 지금은 찬밥 대우를 받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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