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지속, 완성차·부품사 연쇄 신용 저하 우려 [주요 업종 크레딧 전망]현기차 이익률 2%대…팰리세이드 등 신차, 반전카드 역할 주목
이경주 기자공개 2019-03-26 11:46:12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2일 07: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자동차 업종이 어둠 속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산업 최상단에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익률이 지난해 2%대로 추락해 신용등급 하향 조정 검토 대상이 됐다. 현기차 의존도가 높은 부품사 몇 곳은 연쇄충격으로 이미 작년에 신용강등이 이뤄지기도 했다.올해도 딱히 좋아질 것이 없다는 게 크레딧업계 전망이다. 내수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며, 최대 시장 미국과 중국도 성장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종 무더기 신용등급 하락 사태가 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기차가 내놓고 있는 신차가 유일한 희망이다. 지난해 말 출시된 SUV 팰리세이드가 판매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소나타 등 기존 라인업의 풀체인지 시기가 도래한 것도 판매상승을 기대케 하고 있다. 신차가 반전 실적을 이끌어야 한다.
◇현기차 이익률 2%에 점유율까지 후퇴…AAA급 신용도 버겁다
지난해 말 한국기업평가를 시작으로 국내 3대 신평사들은 일제히 현대차가 보유한 국내 최고 신용등급(AAA)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국내 최고 신용등급인 AAA는 민간기업 중에는 단 3곳 뿐(KT, SKT, 현대차)일 정도로 진입이 어렵다. 어지간한 충격에는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사업안정성과 해당업종의 주도적 사업자여야 한다는 단서가 따른다. 자산이 수십조원으로 기초체력(펀더멘털)도 튼튼해야 한다. 때문에 한번 진입하면 다시 강등되기도 어려운 것이 AAA급이다.
현대차가 부정적 전망을 달았다는 것은 우리 자동차 산업 경쟁력이 구조적으로 흔들리고 있음을 뜻한다.
수익성 지표에서 드러난다. 현대차는 6년 전인 2013년 매출이 87조3076억원, 영업이익이 8조3155억원이었다. 지난해 매출은 96조8126억원, 영업이익은 2조4222억원이다. 6년전에 비해 매출은 10.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0.9%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이 9.5%에서 2.5%로 내려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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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회사인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매출은 54조1698억원, 영업이익은 1조1575억원이다. 6년 전(2013년)에 비해 매출(47조5979억원) 13.8% 늘었지만 영업이익(3조1771억원)은 63.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6.7%에서 2.1%가 됐다.
현기차는 수익악화를 감수하는 출혈 경쟁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점유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현기차 국내 점유율은 지난해 10월 기준 65.2%(한국자동차산업협회 집계)다. 2013년 68.2%에서 3%포인트 하락했다.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도 입지가 약화됐다. 미국 시장 지난해 10월기준 현기차 점유율은 7.4%다. 2013년 8.1%대비 0.7%포인트 하락했다.
수익성 뿐 아니라 점유율까지 후퇴한 것을 두고 신평사들은 경쟁력이 근원적으로 약화된 것으로 진단했다. AAA급에는 어울리지 않는 수치였다. 한국기업평가는 평정 당시 "현기차 모두 최근 4개 분기 이상 영업이익률이 3%에 미치지 못하는 등 근원적인 수익창출력이 한 단계 낮아진 것으로 판단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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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사 연쇄 충격…현대위아 등 신용강등
현기차는 국내 자동차 산업 최상단에 위치해 있다. 현기차의 실적악화는 부품사들에게 연쇄충격을 일으킨다. 국내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주요 부품사는 현대위아(AA-), 현대파워텍(AA-), 현대다이모스(A+), 한국타이어(AA), 한온시스템(AA), 만도(AA-), 성우하이텍(A-), 화승알엔에이(BBB-), 신영(BBB-), 금호에이치티(BBB-). 부산주공(B+) 등이다.
지난해 이미 적잖은 부품사들이 신용등급 하락을 경험했다. 현대차 계열 현대위아는 지난해 4월 정기평가에서 당시 등급(AA+)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된 이후 같은 해 11월 수시평가를 통해 한 노치 하향조정 됐다. 현대위아는 지난해 매출(7조8809억원)은 전년에 비해 5.3% 늘었지만 영업이익(50억원)은 69.9%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0.22%로 0.06%로 하락해 바닥권 수익성이 더욱 악화됐다. 현대위아는 현기차에 변속기와 등속조인트, 차량모듈, 소재(단조, 주물) 등을 공급하고 있다.
현기차용 범퍼 레일(Bumper rail)을 공급하는 성우하이텍도 지난해 6월 신용등급이 기존 A에서 A- 한노치 낮아졌다. 성우하이텍은 2017년에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됐지만 지난해에도 현기차용 판매가 회복되지 못하고 저조한 실적을 지속하면서 등급이 떨어졌다. 현기차용 조정너클(steering knuckle)을 공급하는 부산주공도 지난해 4월 신용등급이 기존 BB-에서 B+로 한 노치 강등됐다.
◇나아질 것 없는 2019년…신차가 유일한 '희망'
크레딧업계는 올해 전망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좋아 질만한 요인을 딱히 찾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국내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2015년 10%에 이르던 국내 자동차 판매 증가율(yoy)은 2016년 -0.2%, 2017년 -1.9%로 역성장했다. 지난해는 10월까지 증가율이 1%로 플러스 전환 했지만 규모가 크지 않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진행된 개별소비세 인하가 대기수요를 미리 소진 시켰을 가능성이 있어 올 판매량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기차 주력시장인 미국도 2017년 1.9% 역성장(yoy)한 이후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까지 증가율(yoy)은 0.4%에 불과하다. 특히 미국은 수입차와 부품에 대한 고율 관세부과(25%)를 검토하고 있어 현실화될 경우 현기차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는 리스크도 생겼다.
크레딧업계에선 현기차가 올해 작년과 비슷한 실적흐름을 보일 경우 신용강등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 경우 작년에 수 곳에 그쳤던 부품사 신용강등도 올해 더 큰 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한기평은 "현기차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된 것은 대형 크레딧 이벤트"라며 "자동차업계 전반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품사들은 현기차 생산계획에 맞춰 투자를 하고 지출을 계획하기 때문에 현기차 상품경쟁력 회복과 판매정상화가 업계 전반의 중요한 변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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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각에선 신차 판매호조가 등급하향을 방어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출시된 현대차 SUV 팰리세이드는 12월 1908대, 올 1월 5903대, 2월 5769대로 높은 판매량을 이어가고 있다. 당초 올 내수 판매 목표치가 2만5000대였지만 현재 출고를 완료했거나 대기 중인 계약 물량이 5만대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현대차는 5~6년 마다 돌아오는 기존 라인업의 풀체인지도 최근 시작했다. 이달 21일 내외부 디자인이 완전 변경된 8세대 신형 쏘나타 판매를 시작했다.
업황은 여전히 좋지 않지만 신차효과로 일부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 초대형IB 크레딧팀장은 "업계 전반적으로 업황에 대한 보수적 시각은 유지하고 있지만 펠리세이드 등이 예상외로 잘 팔려 신차효과도 주목하고 있다"며 "일각에선 신차가 등급하락을 방어할 것이란 기대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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