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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 대만 모모홈쇼핑 지분 매각 '1년간 공회전' 주가 하락에 매각차액 감소 영향…롯데홈쇼핑도 엑시트 연기

박상희 기자공개 2019-03-28 10:40:27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6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쇼핑이 대만 모모홈쇼핑 지분 매각에 나선 지 1년이 됐지만 거래가 성사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실적 대비 모모홈쇼핑 주가가 상승 흐름을 타지 못하면서 적절한 매각 타이밍을 잡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이 혹시 모를 위기 상황에 대비해 모모홈쇼핑 지분을 매각 가능 자산으로 분류했을 뿐 실제 매각 의지는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015년 롯데쇼핑의 종속회사인 롯데홈쇼핑(우리홈쇼핑)도 모모홈쇼핑 지분 매각을 결의했지만 4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3월 이사회를 열고 대만 홈쇼핑업체 모모홈쇼핑(momo.com Inc.) 지분 매각을 의결했다. 롯데쇼핑은 2012년 모모홈쇼핑(구 푸본 멀티미디어 테크놀로지, FUBON Multimedia Technology Co., Ltd.) 주식 731만9420주(5.15%)를 360억원에 취득했다. 매각이 성사되면 지분 투자에 나선 지 7년 만의 자금 회수가 된다.

실제 매각은 이사회 의결 1년이 지나도록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가 하락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2017년 기준 장부가액은 1670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장부가액은 1467억원으로 줄어들었다. 1년 새 모모홈쇼핑의 주가가 그만큼 하락했단 의미다. 종속기업이나 관계기업이 아닌 금융자산으로 분류되는 모모홈쇼핑 지분은 종가 등 시장평가액을 장부가액으로 계상한다.

현재 시점에서 매각한다고 가정하면 취득원가 대비 약 1000억원 가량의 매각 차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모모홈쇼핑 보유 지분을 매각키로 이사회에서 의결한 이후 크게 진행된 상황은 없다"면서 "모모홈쇼핑 주가 추이 등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종속회사인 롯데홈쇼핑과 동반 매각 여부도 변수다. 지난해 이사회 의결 당시 롯데홈쇼핑이 보유한 지분(9.86%)은 제외하고 롯데쇼핑이 보유한 지분(5.15%)만 매각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홈쇼핑과 동반 매각시 대주주 측에 한꺼번에 넘길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롯데쇼핑 보유 지분 단독 처리는 애매한 상황이다. 5% 수준의 지분은 블록세일(시간외 대량매매 방식) 등을 활용한 매각이 유리한데, 이 방식 역시 매도자 입장에선 주가 추이가 중요하다.

롯데쇼핑이 모모닷컴 지분 투자에 나선 건 롯데홈쇼핑의 합작회사 설립이 단초가 됐다. 롯데홈쇼핑은 2004년 대만 최대 금융지주회사인 푸본그룹과 함께 현지 합작회사로 모모홈쇼핑을 설립했다. 롯데쇼핑은 모모홈쇼핑 상장을 앞두고 프리IPO(상장전 지분 투자) 형식으로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모모홈쇼핑은 롯데와 푸본그룹 간 시너지와 대만 홈쇼핑시장 성장 등에 힘입어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설립 2년 만인 2006년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지금은 대만 1위 홈쇼핑업체로 성장했다. 2014년 12월 대만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롯데홈쇼핑은 모모홈쇼핑 주식의 상장 보호예수(락업)가 끝나는 2015년 12월말 이후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할 예정이었다. 그에 앞서 10월에 투자 수익 실현 목적에서 해당 주식을 처분할 것이라는 이사회 결의도 마쳤다. 다만 처분예정일자는 미정인 상태였다.

롯데홈쇼핑은 여전히 모모홈쇼핑 지분 1401만4000주(9.86%)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쇼핑이 보유한 지분과 합치면 롯데는 모모홈쇼핑 지분 15.01%를 보유하고 있다. 타이완 모바일(Taiwan Mobile Co. Ltd.)에 이은 2대 주주다.

롯데홈쇼핑이 예정대로 모모홈쇼핑 지분 매각에 나서지 않은 것은 가파른 성장세를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성장 여력이 충분한 만큼 조기 자금 회수에 나서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롯데쇼핑이 모모홈쇼핑 지분 매각을 결의했을 당시에도 동반 매각 계획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모모홈쇼핑은 2014년 매출액 238억9700만대만달러(약 8361억원), 영업이익 14억2799만대만달러(약 499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과 2017년 매출은 각각 281억대만달러, 332억대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420억대만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도 안정적이다. 2016년 12억7000만대만달러, 2017년 13억8900만대만달러에 이어 지난해 14억2200만대만달러를 기록했다.

롯데홈쇼핑은 모모홈쇼핑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김인호 롯데홈쇼핑 DT(Digital Transformation) 본부장이 2012년부터 모모홈쇼핑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롯데가 모모홈쇼핑 경영에 2대 주주로 관여하고 있는 셈이다. 만약 롯데쇼핑이 보유지분을 매각하면 2대 주주 위치는 상실된다. 10.9%를 보유한 테코전기기계(TECO Electric & Machinery Co., Ltd.)에 롯데홈쇼핑은 3대 주주로 밀려난다.

모모홈쇼핑의 배당금 수익도 쏠쏠하다. 롯데쇼핑과 롯데홈쇼핑은 2017년과 2018년 각각 결산배당으로 56억원, 61억원을 수령했다. 지분율에 따라 롯데쇼핑이 배당금의 3분의 1을, 롯데홈쇼핑이 3분의 2를 수령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모모홈쇼핑 지분 매각을 의결할 때는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로 인해 어려움에 처했을 때였다"면서 "시간이 꽤 흐른 만큼 모모홈쇼핑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는다면 롯데쇼핑이 생각을 바꿔 지분을 매각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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