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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빠진 대한항공, 투자자들 셈법은 오너 리스크 해소 '재평가' 기대 vs 경영지표 개선 '미지수'

김수정 기자공개 2019-03-29 08:10:59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8일 0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경영권을 박탈당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긍정론과 신중론이 엇갈리고 있다. 투자자 상당수가 오너 리스크 해소에 무게를 두고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기대하는 중이다. 반면 일각에선 조 회장이 떠난 이후 경영지표가 개선될 것이라 확신할 순 없다는 등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항항공빌딩에서 열린 대한항공 제5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 회장의 사내이사 재연임안은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대한항공 2대주주인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이 반대하고 나선 영향이 컸다. 국내에서 최대주주 외 주주들이 연합해 대기업 총수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체적으로 투자자들은 조 회장이 대한항공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의 최대 리스크로 지목됐던 총수 일가가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것이기에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대한항공은 2014년 12월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을 시작으로 일련의 갑질 이슈에 휘말리면서 4년여 만에 주가가 25% 넘게 하락했다. 주가 하락을 야기한 건 기업 가치에 대한 의구심보단 총수 일가의 횡포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악화다. 조 회장 재연임안이 부결된 이후 대한항공 주가는 2.47% 상승 마감한 점이 이를 반증한다.

한 펀드매니저는 "총수가 경영에서 손을 떼면 그간 오너 일가때문에 훼손됐던 기업 이미지가 회복되고 합리적인 경영 결정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질 것"이라며 "글로벌 항공사 대비 낮은 밸류에이션이 재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는 한진과 한진칼 등 계열사 투자심리도 덩달아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운영이 대한항공 반대의결권 행사를 통해 순조롭게 첫 발을 뗐다는 점에도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대한항공 최대주주는 한진칼(29.96%)과 특수관계자(3.39%)로 이들의 지분율은 총 33.35%다. 이어 국민연금(11.56%)이 2대주주로 있다. 외국인은 20.50%, 기타 주주는 34.59%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올해부터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기 때문에 조 회장 연임에 찬성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운영이 시장에서 기대했던 대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 연임안 부결이 국내 투자환경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도 있다. 조 회장 퇴출을 계기로 스튜어드십 코드와 행동주의 확산에 속도가 붙으면서 경영권 위협 가능성에 노출된 기업들의 자정 노력이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 원인 중 하나인 후진적인 경영문화 개선에 대한 여지도 생길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이 힘을 모으면 대기업 경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는 점에서 이번 이벤트는 의미가 크다"며 "운용사나 소액주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환경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액주주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이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주총에 앞서 대한항공 측은 소액주주들을 찾아 다니며 의결권 위임을 요청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위임장 확보에 어느 때보다 큰 공을 들였다"며 "웬만하면 의결권을 위임하던 소액주주들이 이번에는 답례품도 거절하면서 의결권 위임을 거부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반면 'CEO 부재'라는 악재를 간과하면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는 쪽도 있다. 조 회장이 떠난 이후 경영지표가 개선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의견인 것이다.

다른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경영 공백은 통상 기업에 악재"라며 "공백이 생각보다 길어질 경우 기업가치나 투자심리가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펀드매니저는 "조 회장 일가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긴 했지만 경영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건 아니다"라며 "경영 지표가 개선되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이 앞으로도 계속 대한항공 경영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내이사 재연임 부결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대표이사로서 머물지는 못하게 됐지만 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아예 상실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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