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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타임스 스퀘어’가 울리는 경종

진현우 기자공개 2019-03-29 08:11:07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8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위치한 ‘20 타임스 스퀘어' 빌딩. 이곳에 기한이익상실(EOD) 불안감이 엄습해 온 건 작년 연말쯤으로 추정된다. 당초 준공허가와 사용승인을 받아 호텔을 오픈키로 했지만, 책임임차(마스터리스)를 약속한 메리어트에디션(Marriott EDITION) 호텔이 추가 보완공사를 요청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스폰서(Sponsor)인 매필드 디벨로프먼트(Maefield Development)는 우여곡절 끝에 최근 호텔영업을 시작하며 급한 불은 끈 상태다. 다만 지난 3개월간 영업현금흐름이 발생하지 않아 사용했던 유보금(리저브)은 4월까지 무슨 수를 써서든 채워 넣어야 한다. 리저브 계좌에 있는 자금은 각종 건물운영 비용과 이자를 갚는데 사용했다.

이번 개발사업에 묶인 국내 자본은 6000억원.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보험사, 시중은행, 증권사들이 수두룩하다.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는 "괜찮다"였다. 지금껏 이자도 문제없이 받아왔고 트랜치별로 상이하긴 하지만 대주간 계약(ICA)을 체결해 담보건물 처분권, 차주(SPC) 지분 질권 등 나름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았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이자는 오버펀딩한 자체자금을 돌려받은 것과 매한가지다. 오른쪽 주머니에 넣은 돈을 왼쪽 주머니에 옮겨 놓았을 뿐이다. 또한 토지와 건물을 따로 분리해 대출투자를 유치한 만큼, 차주가 EOD를 치유하지 못해 최악의 상황(경매처분)이 도래하면 트랜치 가장 밑단에 있는 투자자의 엑시트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실제 위기감을 느낀 보험사 한 곳은 미국까지 다녀왔다는 후문이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부동산 해외 대체투자에 찬물을 끼얹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지 풍부한 유동성에 너도나도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지금 이 상황에서 한번쯤 투자자들의 긴장감을 일깨워줄 사례임은 분명하다. 투자 후 모든 외부 변수를 컨트롤 하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먼 나라에서 들려온 경보를 잘 받아들이는 것도 향후 부동산 업계의 기초체력이 된다.

여하튼 이번 EOD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시행사에게 넘어갔다. 국내 대주단도 EOD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이제 와서 의사결정의 잘잘못을 논하기보다 향후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 훗날 부동산 업계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던 투자 전례로만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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