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코리아, 장수 CEO 교체 '막전막후' 1년전부터 승계 프로그램 가동…깜짝 인사 배경엔 '美 본사'
박상희 기자공개 2019-04-02 16:02:38
이 기사는 2019년 04월 01일 16: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로 창립 20년을 맞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이하 스타벅스)가 최근 갑작스럽게 대표이사 교체를 발표해 화제가 됐다. 그것도 2007년부터 12년 간 회사를 이끌어 온 이석구 사장이 물러나고, 외부 출신 전략운영담당인 송호섭 상무(사진)가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는 소식이었다.더욱이 스타벅스는 오는 5월 창립 20주년을 앞두고 있다. 관련해서 창립 기념식과 기자 간담회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 설립은 1997년 이뤄졌지만, 창립 기념일은 첫 매장이 오픈한 1999년을 기준으로 준비하고 있다. 와중에 대표이사 교체가 발표된 것이다.
표면적으로 갑작스럽게 인사 발표가 난 것과는 달리 스타벅스는 약 1년 전부터 석세션 플래닝 프로그램(succession planning program, 후임자 승계 프로그램)을 가동해왔다. 1949년 생으로 지난해 고희를 맞은 이석구 전 사장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주주사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가동했다는 전언이다.
합작사로 설립된 스타벅스는 신세계그룹 계열사 ㈜이마트와 미국 스타벅스 본사(Starbucks Coffee International, Inc.)가 각각 5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지난해 3월부터 승계 프로그램을 가동해 주주사에서 후임자를 본격적으로 물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난 10월 적임자를 영입해 이석구 전 사장이 물러나기 전까지 약 6개월 간 업무 승계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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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약 한 달 간격으로 이뤄진 지난해 11월 신세계그룹 인사에서는 신규 임원 보임만 발표됐을뿐 대표이사 선임은 빠져 있었다. 대표이사 인사가 주총을 거쳐 확정되더라도 그룹 임원 인사를 통해 사전에 발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송 상무는 입사 처음부터 대표이사로 영입된 게 맞다"면서도 "스타벅스가 미국과의 합작사이기 때문에 주총에서 확정되기 전까지 임의로 발표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전 스타벅스 CEO가 신세계그룹 출신이었다면 송 대표는 스타벅스 대표이사 선임으로 신세계그룹과 연을 맺게 됐다는 점도 눈 여겨 볼 만 하다.
스타벅스 초대 CEO였던 김영휘 전 대표는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대표이사를 지냈다. 2대 CEO 정진구 전 대표는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대표이사를 지냈다. 3대 CEO는 장성규 전 대표이사다. 신세계그룹은 당시 인사에서 정진구 전 대표 후임으로 장성규 ㈜신세계 경영지원실 기획담당 상무를 선임했다. 이석구 이마트부문 지원본부장 부사장은 조선호텔 대표이사로 승진시켰다.
몇년 후 인사에서 두 사람은 트레이드 됐다. 2007년 말 인사에서 이석구 조선호텔 대표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표로, 장성규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는 조선호텔베이커리 대표로 각각 이동했다. 이후 이석구 사장은 13년 간 스타벅스를 이끌며 고속성장 신화를 써왔다.
송 대표 이전까지 대체로 신세계그룹 출신이 스타벅스 대표이사를 맡아왔는데, 이번 송 대표 영입으로 그 전통이 깨진 것이다. 스타벅스가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미국 본사에서 신세계그룹 출신 대표이사를 꺼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그룹 출신이 대표이사가 되면 주주사인 미국 본사 대비 스타벅스 경영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미국 본사에 꼬박꼬박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로열티는 매출의 5% 수준으로, 매출 규모가 커질수록 본사가 수취하는 로열티 규모도 커진다. 스타벅스는 2016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이후에도 매출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마트 최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지난해 매출액 1조5224억원, 영업이익 1428억원, 당기순이익 112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가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미국 본사에서도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 이전보다 깊숙이 관여한 것 같다"면서 "신세계그룹 출신이 아닌 외부 인물을 대표이사로 영입한 게 그 방증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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