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라운용, '우군' 美 헤지펀드와 연합전선 구축 [행동주의 헤지펀드 분석]①SC펀더멘털과 10년간 연대, 국보디자인 성과…KTcs·태양 등에 한목소리
김수정 기자공개 2019-04-18 13:50:00
[편집자주]
투자자들이 기업을 상대로 주주행동에 나서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 확산으로 행동주의 펀드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도 충분히 조성돼 있다. 덩치가 크지 않지만 국내 사모 헤지펀드들도 액티비스트(Activist)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더벨은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고 있는 국내 헤지펀드 하우스의 운용철학과 전략, 핵심인물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1일 11: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페트라자산운용의 주주행동주의 역사는 미국계 헤지펀드 SC펀더멘털과 함께 흘러왔다. 페트라자산운용과 SC펀더멘털은 2009년 국보디자인 투자 당시 연대를 맺은 이후 지금까지 10년 넘은 인연을 자랑하고 있다. 그간 KTcs, GS홈쇼핑, 태양 등 기업을 대상으로 한 목소리를 냈다. 연대 초반에는 미국 헤지펀드의 우군 정도로 유명세를 탔던 페트라자산운용이 이제 행동주의에서 잔뼈가 굵은 몇 안 되는 하우스 중 한 곳이 됐다.◇ SC펀더멘털과 10년 넘은 '인연', 국보디자인 감사선임 성공 '파격'
페트라자산운용은 2009년 자본금 20억원 규모의 페트라투자자문으로 설립됐다. 2016년 1월 전문사모집합투자업 인가를 받아 헤지펀드 운용사로 전환했다. 이듬해 행동주의 펀드를 정식으로 내놨다. 설립 이래 줄곧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기업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가치투자를 지향하고 있다. 자문사 시절부터 가치투자의 일환으로 전략 포트폴리오의 일부를 행동주의에 할당해 왔다.
페트라자산운용이 이름을 알린 건 미국계 헤지펀드 SC펀더멘털과 연대해 행동주의에 나서면서다. 양측은 2011년 국보디자인에 투자하면서 처음 만났다. 주주명부 열람 과정에 이해관계가 서로 일치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연대를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페트라자산운용 입장에선 외국계 펀드 입을 빌림으로써 외국인 주주 목소리에 민감한 국내 상장사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페트라자산운용 관계자는 "국내 운용사를 거들떠보지 않던 상장사들도 외국인투자자 얘기엔 귀 기울이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페트라자산운용과 SC펀더멘털은 국보디자인 주주총회 당시 일약 존재감을 키웠다. 이들은 국보디자인 지분을 대량 매입한 후 배당 확대와 감사 선임 등을 요구하고 감사후보를 추천했다. 배당 확대는 무산됐지만 페트라 측이 추천한 감사가 선임되면서 업계에 한바탕 파장이 일었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공적인 결과는 되풀이되지 않았다. 2014년 KT의 전화안내 자회사 KTcs와 페트라 측의 주총 표대결이 펼쳐졌다. 페트라자산운용과 SC펀더멘털은 주당 배당금 상향, 감사위원회 설치 반대, 주주 추천 감사·사외이사 선임 등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을 KTcs에 보냈다. 당시 KTcs는 우리사주 도움으로 표결에서 이기면서 페트라자산운용과 SC펀더멘털을 따돌렸다.
페트라자산운용과 SC펀더멘털은 이듬해 삼아제약과 GS홈쇼핑 등에 감사 추천과 배당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대표로 주주제안을 한 SC펀더멘털이 '의결권 있는 지분 1% 이상·6개월 이상 보유'라는 주주제안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돼 스스로 주주제안을 거둬들일 수밖에 없었다.
◇ 번번히 좌절된 후속 행동주의..."그래도 미래는 밝다"
이후 페트라자산운용은 운용사로 전환하고 이듬해인 2017년 11월 직접적인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페트라코리아거버넌스포커스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1호'를 내놨다. 이를 통해 휴대용 부탄가스 브랜드 '썬연료'를 제조하는 코스닥 상장사 태양, 제비표 페인트로 알려진 코스피 상장사 강남제비스코, 동남지역 주력 소주 '좋은데이'로 유명한 종합주류제조사 무학 등에 투자했다.
올해 해당 기업들 주총에서 페트라자산운용과 SC펀더멘털은 간만에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태양, 강남제비스코, 무학 등의 주총에서 배당 확대, 추천 감사 선임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3% 룰'이 적용되는 감사선임 안건에 특히 기대를 걸었지만 상장사들이 감사 정원을 줄이거나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내용을 넣어 정관을 변경한 까닭에 소득을 얻지 못했다.
SC펀더멘털과 연대하고 움직이는 동안 페트라자산운용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행동주의 하우스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국보디자인 감사선임 이후 사실상 행동주의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 행동주의가 확산했지만 행동주의에 대처하는 상장사들의 대책도 진화했다. 제도적으로도 여전히 행동주의 펀드에 불리한 점이 많다.
그럼에도 페트라자산운용은 행동주의의 미래를 어느 때보다 밝게 보고 있다. 행동주의를 실천하는 운용업계와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존재감을 키울 계획이다. 새로운 펀드를 만들기보단 현재 펀드를 장기간 운용하면서 규모를 키울 방침이다. 새로 투자할 만한 기업도 꾸준히 물색하고 있다.
페트라자산운용 관계자는 "대한항공 사례 등을 겪으면서 행동주의에 대해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며 "특히 이해관계에 얽히지 않고 행동주의에 나설 수 있는 중소형 헤지펀드 운용사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행동주의의 미래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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