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아시아나항공 '매각' 언급 피한 이유는 금호 측 자구안 비판 속 경영간섭 오해 의식한 듯…정치이슈화 우려도
원충희 기자/ 안경주 기자공개 2019-04-11 16:21:04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1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부자가 아시아나항공에 손 떼라고 경고하면서 정작 '매각'은 입에 담지 않았다. 채권단이 금호 측의 자구안을 거부한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처분 외에는 해법이 없지만 최 위원장은 언급을 피했다. 자칫 정부가 자율협약기업이 아닌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직접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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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산업은행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구안에 대한 거부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금융위와 산은이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최 위원장의 발언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 위원장의 발언은 전날 채권단과 시장 반응을 확인한 후 오늘 오전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날 것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고 봐야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정상화가 안 되면 매각하겠냐는 질문에 "이 정도만 얘기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매각을 입에 담았다간 자칫 정부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직접 압박하는 구도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율협약을 맺고 채권단 관리 하에 있는 기업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장관급 인사가 매각을 언급하면 정부의 경영간섭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며 "더구나 '호남' 기업으로 분류되는 금호아시아그룹은 정치적 이슈로 부각될 수 있는 곳인 만큼 섣불리 매각을 얘기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매각 외에는 딱히 뾰족한 수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연내 갚아야 할 부채규모는 약 1조7000억원. 은행권 차입금은 총 4050억원이며 나머지는 자산유동화증권과 회사채 등 시장성 차입이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인 금호산업(33.47%), 더 나아가 박 전 회장 일가가 이를 상환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결국 채권단에 자구개선안을 내밀고 5000억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경영정상화 기간(3년) 동안 이행여부를 평가 후 목표미달 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진행해도 좋다는 조건이다.
오너일가가 성의표시로 내놓은 카드는 턱없이 부족했다. 금호 측에서는 박삼구 전 회장 부인과 딸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고속 지분 4.8%, 박 전 회장 본인과 아들(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42.7%를 내놓겠다고 했다. 이 가운데 박 전 회장과 박 사장의 금호고속 주식은 금호타이어 관련 대출을 위해 산은에 담보(만기 2023년)로 잡힌 것이다.
대출을 갚으면 이 지분을 아시아나항공 관련 담보로 돌릴 순 있지만 산은 입장에선 금호타이어로 잡았던 담보를 다시 아시아나항공 담보로 잡는 격이라 돌려막기나 다름없다. 박 전 회장 부인과 딸이 가진 지분도 약 200억원대 가치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정도를 받고 5000억원을 지원해달라는 것은 채권단으로선 수용 불가한 조건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호 측이 스스로 아시아나항공 포기하거나 매각하는 계획을 담은 자구안을 가져오는 게 금융위나 산은이 가장 원하는 그림일 것"이라며 "금호타이어 매각 때처럼 박 전 회장이 버티면 버틸수록 기업가치가 떨어지는 구도라 빠른 결단을 원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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